단풍이 물드는 풍경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노란 웃음이 배시시 피어나는 듯도 하고, 감격에 겨운 붉은 울음이 우렁우렁 계곡을 흔들 것도 같다. 삶을 견뎌온 진득한 땀방울이 비로소 스며드는 계절. 우리는 어쩌면 찰나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한 해의 절반을 소진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스치듯 가을이 가고, 익숙하던 네 자리 숫자와 결별하기 위해 송년 모임을 계획한다.
이 아름다운 계절에 남한과 북한의 군사적 대치 상황이 심각한 상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국면은 지지율 바닥을 보이는 남한의 정부 여당에게도 나쁠 게 없어 보인다. 전면전으로 확대만 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휴전선 일대에서 국지전이라도 발생한다면 그것을 핑계로 정부는 계엄령을 발동할 수 있고, 야당을 비롯한 정부에 비판적인 여론을 일거에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와 같은 긴장 사태 조성은 자칫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주가 하락과 환율 급등 및 수출 타격 등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게 사실이지만 인적, 물적 손해가 미미한 수준에서 그칠 수만 있다면 정부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되는 셈이다. 게다가 여러 가지 추문에 시달리는 영부인에 대한 여론도 서서히 반전시킬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할지 모른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정부로서는 약간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요즘,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뉴스가 터져나오고 있다. 명 모 씨로부터 불거진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김 모 행정관의 녹취 파문 등 자고 일어나면 굵직굵직한 뉴스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남과 북의 군사적 대치 상태와 긴장 국면에도 국민들은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실은 이보다 더 큰 뉴스는 없을 텐데도 말이다. 국민의 안전이 위험할 수도 있는 이 상황, 정부가 북한을 이용하여 국면 전환을 꾀할지도 모르는 이 상황을 국민들은 그저 무덤덤하게 바라보고 있다.
짧은 계절 가을이 우리 곁을 스치듯 흘러가고 있다. 노란 웃음이 배시시 피어나는 듯도 하고, 감격에 겨운 붉은 울음이 우렁우렁 계곡을 흔들 것 같은 가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