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알에서 자주 본 유성호 교수님의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를 읽게 된 계기는 법의학이 흥미로운 분야이기도하지만, 언젠가 유교수님이 유퀴즈에 나와 인터뷰 하던 중 아, 이 분은 정말 인격적으로 좋은 분이시구나라고 유추 했던 한 단어때문이었다.
비혼모. 사실 유재석씨가 어떤 질문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유재석씨의 질문에 유교수님이 젊은 엄마를 언급하면서 미혼모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비혼모라는 단어를 쓰며 죽은 젊은 애기 엄마를 언급했는데, 나는 그 때 그 단어를 처음 들었다. 결혼하지 않고 자식을 낳은 엄마, 흔히 우리가 미혼모라고 알고 있는 단어를 유교수님은 그 단어를 쓰지 않고 죽인 고인를 주체적이고 자기 결정권이 강한 엄마의 이미지인 비혼모라고 언급하였던 것이다.
그 후 유성호 교수님에게 흥미가 생겨 검색하고 이 책을 구매해 읽었는데, 법의학을 하게 된 계기, 살인과 관련된 시신 해부, 그리고 자살과 죽음 특히나 죽음은 안락사와 연명에 대해 다루는데, 내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소설가 이문구의 죽음과 헤어 디자이너 그레이스 리의 죽음이었다.
우리는 언젠가 죽고 죽으면 보편적인 장례식을 치루고 제사라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평소 나는 제사와 묘. 그리고 묘를 만들어 매년 풀을 깍는 벌초하는 문화를 극혐하며,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없어져야 하는 문화라고 생각한다. 자연에서 나서 자연스럽게 흙으로, 지구의 한부분으로 돌아가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면, 묘와 그 주변을 비석까지 세우는 행위가 과연 자연(지구)을 지키는 일인지 모르겠다. 이런 말하면 비난 받을지 모르겠지만, 플라스틱보다 더 해로운 행동이다. 겉으로는 무소유니 자연인들을 동경한다면서... 제사니 비석이니...
사람에 따라 생각은 다르겠지만 이문구 작가는 죽은 사람에게 절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제사 대신 가족끼리 식사나 하면서 자신을 추억하라고 한 것이다....... (중략),.....이문구 문학상 또한 만들지 말라고 해서 실제로 안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대신 후배들 중 적절한 작가를 뽑아서 매년 약간의 지원을 해주고 있으면, 듣기로는 가족들도 기일에 따로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인물은 그레이스 리라는 분이다. 뽀글뽀글한 파마머리가 대세이던 1970년대에 단벌머리 열풍을 일으키며 한국 미용계의 대모로 활약했던 인물로, 장례식 이야기가꽤 뭉클하다... 중략...장례식장을 가득 매운 국화가 너무 싫었다고 한다. 그래서 본인 장례식장에는 절대 국화를 놓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곡이라는 것을 했었다.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눈물이 안 나와도 곡을 해주는 분들이 있었다.... 나는 후회 없이 살다가는데 웬 곡소리냐고 장례식장에 탱고를 틀어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어떤 곡인지 곡명까지도 지정해서 말이다.
그레이스의 유언은 실제로 이루어졌다. 장례식에는 실제로 탱고 음악이 깔리고 국홛대신 붉은 장미와 와인이 준비되어 있었더고 한다......... 추모객들은 장례식장에 모여 망자에게 장미꽃 한다발을 놓아주고 탱고 음악을 들으며 와인 한모금과 함께 그레이스 리는 정말 멋진 여성이었지, 사랑스러운 여성이었지라고 추모했다고 한다.
242-245쪽 인용
유교수님 말대로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니, 죽음을 바라보는 관점도 다 다를 수 있고, 죽음 후의 문화도 다 다를 수 있지만, 죽은 이를 기리는 명절도 가족끼리 즐겁게 한끼 먹고 즐겁게 보낸 후 헤어지면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제사나 명절 문화를 따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체가 되어 제사나 명절을 치르는 시대가 오면(조만간 오겠지만), 가족끼리 즐겁게 만나 한 끼 밥 먹고 헤어지는 그런 명절 문화를 만들지, 부당하게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명절이나 제사 문화는 거부할 것이다. 이제 우리 세대가 이 문화에 대해 점점 다양해지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아직까지 내가 이런 말하면 불편해하고 너도 나이 먹어보면 달라질 걸, 이러는 엄마들이 많은데, 나이 먹을만큼 먹는 나부터 변해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