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언젠가 일본 드라마 제목을 두고 친구와 얘기 한적이 있다. 제목이 SOS였는데 Strawberry On The Shortcake . 어떤 것을 먹을 때 아끼는 것을 먼저 먹을 것인, 아끼는 것은 나중에 먹을 것인가에 대한 담론이었는데 나는 아끼는 것은 나중에 먹는 편이다. 맛이 없는 것은 먼저 먹고 맛있는 것은 나중에 음미하며 먹는 편이어서 그런지 인터넷에 연재되고 있는 소설을 먼저 만나보는 일을 즐기지 않는다.


공지영의 에세이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또한 한겨레에 들락거리며 기사를 읽을 때도 슬쩍 지나쳐 읽고 잘 읽지 않았다.

일부러 남겨 놓은 딸기케이크위에의 딸기를 마지막까지 잘 지키며 먹는 것처럼 이렇게 옹골지게 한권의 책으로 만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즐거운 나의 집>에서 나는 제제 때문에 미치는 줄 알았다. 위녕과 둥빈보다 제제에게 더 마음이 갔고 꼭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에서 또한 제제의 에피소드에서 가장 즐겁고 흥미로웠다.


피자 조각 하나라도 더 먹기 위해 애쓰고 뭐든 형과 누나가 오기 전에 자신의 몫보다 훨씬더 많이 먹어버리는 막내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고 왜 좋아한다는 말을 하라고 하니 제제의 답이 기막히다.


딸 : 사귀자고 해봐.

막내 : 그런데 내가 그런 말 했는데 걔가 난 다른 남자가 좋아, 그러면 어떡해?

딸: 그게 무슨 문제야? 네가 좋으면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하고 용기를 내야지.

막내 : (갑자기 생각에 잠기다가) 이제는 다른 반이라 잘 만날 수도 없고...(시무룩하게) 걔가 만일 나를 좋아한다면 목걸이를 받고 나서 내게 더 잘해주었을 텐데. 그러지 않아...만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을 더 사랑한다면 그냥 그걸 인정해서 놔 두고 보내주는게 도리잖아.


우리가 잊고 있던 사랑하는 방식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는 제제가 너무 사랑스럽다. 한번은 큰 딸 위녕이 한번은 장남 둥빈이 또 한 번은 제제가 유명한 엄마 공지영을 속을 새까맣게 태워 놓아도 이렇게 우리들에게 다시 한 번 생각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글을 써 줄 수 있는 글감을 계속해서 준다면 우리는 둥빈과 위녕, 제제에게 더 엄마를 못살게 굴어 달라고 해야 하는것 아닐까?


작가 공지영은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작가지만 안티팬 또한 많은 작가로 알고 있다. 그런 그녀가 말하는 가슴에도 근육이 있어 탄력을 가지게 한다는 말처럼 인생의 아픔을 견디며 살면서 눈물도 흘리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어떤이가 말했다는 순교보다 더 위대한 일은 미소를 지으며 친절한 말 한마디 하는 것은 고단한 삶에 필요하지만 정작 본인은 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인색한 현실의 삶속에서 공지영의 친구들 같은 사람들이 내게도 필요할 때가 많다.

그녀의 얘기 속에 등장하는 오토바이를 타는 강원도의 힘을 자랑하는 지인도 너무 부럽고 그녀와 아픔을 나누었던 친구들도 그리고 그녀가 봉사가고 있는 교도소에서 그녀를 응원해주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부러울 뿐이다.


우리에게 사소한 너무나 사소해서 깃털 같은 얘기로 우리는 가슴 무겁게 담아서 느낄 수 있는 얘기들이 더 쏟아지길 바란다. 간혹 제제의 사랑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그 사소한 얘기에 공감하고 감동받고 쓰린 하루를 위로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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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 웨잇...
제이슨 지음 / 새만화책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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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자고 이 책을 읽었을까.

읽고 나서 인생이 이렇게 허무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여섯 컷 만화의 힘이란 대단하다.


노르웨이의 작가 제이슨의 여섯 컷 만화로 이뤄진 <헤이, 웨잇>은 표지 말고는 그 어떤 컬러도 요즘 만화책에서 많이 보이는 톤도 붙여있지 않는 아날로그식 만화다. 오로지 검은색과 흰 바탕의 여백으로 이미지들이 움직이고 살아난다. 아다치 마치루가 여백속에 보이는 잔잔한 의미를 전해 준다면 제이슨의 <헤이 웨잇>은 점프컷을 함께하는 여백이라고 볼 수 있다. 아픔을 표현하기 위한 여섯컷의 암흑으로 표현 한다거나 긴 공백을 나타내기 위해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여섯컷을 보여주며 상황으로 모든것을 전달한다. 흘려서 휘리릭 읽는다면 절대 작가가 의미를 주기위핸 비워둔 그 한칸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제이슨이라는 작가는 의미 없이 보이는 여백의 한컷에도 모두 의미를 준  계산된 작가라고 봐야 하는것일까?


 

어린 시절 우리는 꿈을 간직하며 어른이 되길 기다린다. 물론 어떻게 어른이 되었는지 알 수도 없이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긴 하다. 그래도 분명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그림을 그렸었고 장래희망을 썼었고 그렇게 공부도 했었지만 이십대가 지나고 삼십대가 되어도 아직 이게 내가 원했던 인생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어쨌든 내 인생은 기대와는 달랐어요. 내가 값을 치르는 건 당연하겠죠? 만약 내가 나쁜 사람이었다면...하지만 난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었는데.” (p 61)


비욘과 욘은 단짝 친구다. 둘은 베트맨 클럽을 만들기로 했다. 클럽을 가입하기 위해서 테스트를 하기로 한다. 하던 도중 비욘은 나뭇가지가 부러져 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혼자 남은 욘이 어른이 되고 죽은 비욘을 생각하고 그냥 그렇게 마흔이 되어 버린 자신이 발견하며 내 뱉은 이 한 마디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아, 우리가 어떤 일을 당했을 때 꼭 이렇게 나를 위한 변명도 해야 하고 위로도 해야 하고 스스로를 안아줘야도 하구나 싶은 마음이었다.

 

만약 비욘이 아직 살아있었다면 욘은 그렇게 살고 있었을까? 역시 살아남은 자들이 살아가는 인생이란 정답이 없고 어떤 정의도 내릴 수 없다. 가끔은 어떤 순간에 <잠깐만>이라고 욘처럼 외치고 싶지만 그것 또한 쉽게 멈춰지지 않는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 즐거웠던 순간, 행복했던 순간, 실수 했던 순간들이 있겠지만 다시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돌이키고 싶은 마음으로 <잠깐만>이라고 외치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고 싶은 순간들을 태엽을 감은 시계를 풀어 버리고 싶을 때가 어디 인생에 한두 번일까. 악몽을 꾸듯 비욘이 잡고 흔들었던 나뭇가지를 떠올리는 욘처럼 누군가 잡고 흔들었던 그런 부러진 순간들이 있으니 더욱 간절한 외침이다. <헤이, 웨잇>


좋아하는 신일숙 만화가의 한 대사중에 “인생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라고 하지 않았나. 예측 할 수 없는 삶 속에 상처를 치유하며 살아가는 것 아니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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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김희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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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산티아고로 향하는 하나의 길을 걷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모두가 나가야 할 단 하나의 길이란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각자 다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 무엇이 최선이고 무엇이 가장 진정하다고 누가 말할 것인가. (158P)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딱 10가지만 적어보라고 하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산티아고를 걷는 일을 적을 것이다. 독실한 크리스찬도 순례자도 아닌 종교와 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오로지 800Km에 달하는 길을 걷고 싶을 뿐이다.


아직 주변에 산티아고를 다녀 온 사람이 없지만 우연하게 여행기 책을 계속 읽게 되고 있는 즈음에 만나게 된 김남희씨의 여행기속에서 산티아고를 알게 되었고 이 책을 통해 좀더 마음에 와 닿았다.


작년에 제주도 올레 길을 처음 혼자 걸으면서 생각이 더 들었던 길은 산티아고였다. 아, 지금처럼 내가 산티아고를 걸을 수 있을까. 그 속에서 나는 뭘 찾을 수 있을까 싶었다.


처음 제주도 올레 길에 가기로 하고 짐을 꾸리고 도착해 혼자 게스트 하우스 침대에 누워 혼자라는 생각에 눈물이 날 것 같아 비행기만 있다면 다시 집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저자도 산티아고로 가기위해 처음 알베르게에 갔을 때 느꼈던 그 순간의 후회가 너무도 절실하게 공감이 됐다. 나도 정말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자고 일어나 아침 안개를 맞이하며 걸었던 한 코스의 시작과 끝을 하고나서 어제 집으로 가지 않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은 함께하면 더 즐겁지만 혼자가 주는 여운은 더 깊은 맛이 있다. 여럿이 함께 걸었던 길보다 혼자 사색하며 걸을 수 있는 타임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여행 중에 만나는 이들과의 교류는 즐겁기는 하다. ‘베드 호퍼’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마틴을 만났던 일 (물론 나중에 좀 짜증이 났었지만 그래도 난 그를 이해하겠더라는..) , 처음에는 뭐 저런 애가 다 있어 했던 영적인 여행을 꿈꾸는 애런 그리고 자신들을 수호천사라고 말하는 조와 조지. 마지막 눈물이 날만큼 나도 좋았던 마농과 다시 산티아고에서 만나 조우했던 모습의 순간. 사려 깊은 베아르를 혼자만 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베아르가 말했던 말처럼 산티아고로 향하는 카미노 (길을 뜻한다.)에서는 딱 세 개 밖에 걱정할 일이 없다. 어디까지 걷고 어디서 잠을 자고 뭘 먹을 것인가 하는 단순한 세 개 걱정이면 카미노에서의 걱정은 더 이상 없다. 이렇게 세상을 사는데 단순하다면 얼마나 좋을 까 싶을 만큼 그녀의 그 말에 웃음이 나던지.


여행을 준비하기위해 이 책을 읽는다면 많은 도움을 받기는 힘들 것 같다. 저자 김희경의 산티아고는 그녀의 여행기에 충실한 여행기가 아니라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상황을 정리해 나가는 여행기다. 작가는 남동생을 잃고 그 공허한 마음에 여행을 결정하고 떠났고 그 남동생의 사진을 놓고 자신만의 의식을 치르고 목 놓아 울며 길을 걸으며 동생의 이름을 부르는 부분에서 나도 한참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었던 작가의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여행기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산티아고에 꼭 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것이 길 위에 놓여있고 모든 근심은 가벼운 웃음으로 깨어지고 국적을 뛰어넘는 교감과 소통이 있는 산티아고로 가기위해 걸어가는 것이지 않을까. 


낯선이의 친절로 하루하루를 이어갈 수 있는 카미노.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스페인 산티아고로 끝이 나는 카미노의 긴 여정에 언제쯤 기차에 올라 시작을 알릴 수 있을까. 떠 날 수 있기는 한 것일까.

벌써 가슴이 뛴다. 순례자를 알리는 조개껍질이 배낭에 달려 있는 것만 같다.


세라피 루트(Therapy Route)'라고 불리는 산티아고의 카미노.

한쪽 방향을 향해 800키로미터가량을 걸어가는, 안전하고 단순한 길.

길을 헤맬 걱정도, 내일은 어디에 갈지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배낭을 메고 걸어갈 체력만 있으면 그저 화살표를 따라 쭉 걱기만 하면 되는 길.

모두들 끊임없이 흔들리면서 자기 길을 걷고 있다. (작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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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8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후즈음 2015-03-02 14:29   좋아요 0 | URL
산티아고에 가지 않더라도 충분히! 재미있는 책이구요.
저자의 동생 얘기에서는 정말 눈물이 ㅠㅠ 감동적이었습니다.
 
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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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나면 공지영의 <도가니>가 생각난다. 무진의 안개 속에 가려졌던 진실들이 서서히 걷히며 가려진 안개사이로 진실들이 보였다 사라지는 것처럼 한 가족의 비밀이 긴 터널을 뚫고 버리진 길가의 옷처럼 추레한 그들의 진실이 드러난다. 그들은 이제 고개 돌릴 수 없이 그것이 그들의 모습이라는 것을 인정하며 마주 보아야 하는 비밀 앞에 서 있다.


김상호, 진옥영, 김혜성, 김은성 그리고 김유지는 각각의 비밀을 가지며 가족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살고 있다. 여기서 은성만이 한 집에서 살고 있지 않을 뿐 그들은 법적으로는 가족이다.

장기 밀매업을 하고 있는 김상호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숨기고 있다. 강남 외곽에 자리 잡은 사무실에 간판은 걸려 있지만 정작 그 안에서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어떤 사업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김상호의 아내 옥영은 화교출신이다. 그녀는 대만의 김상호보다 훨씬 오래전에 만난 애인이 있었고 간혹 그를 만나러 대만에 갔었다. 상호에게 친정에 간다고 했지만 그녀가 절대 떠나면 안됐던 날 남편 모르게 친정이 아닌 대만으로 밍을 만나러 갔다.

은성은 학교에 잘 다닐 것 같지만 어쩜 그녀는 모든 것을 놓은 채 살 것이라고 너무 자명하게 그녀의 삶을 묘사시켰지만 사귀는 사람들마다 문제가 있다. 허울 좋게 남아 있는 아버지의 사무실을 찾아가 월세를 받아 오는 것 말고 가족의 의미 없이 혼자 살아간다. 그리고 그녀의 새 엄마 옥영의 딸 유지를 안 좋게 해 볼까 하는 생각을 가졌었던 비밀을 가지고 있다.

혜성은 남들 다 가고 싶어 하는 의과 대학에 들어갔지만 한 학기도 다니지 않고 등록금만 받아 학생을 신분을 위장하며 살고 있다. 여자 친구와도 어떤 진도도 나가지 않고 그냥 하루가 길고 지루 할 뿐이다.

옥영의 딸 유지는 자신의 어머니가 화교 출신 이라는 것, 아버지의 두 번째 결혼 상대라는 것을 유치원과 학교에 다니면서 알게 된다. 그래서 아이들과 거리를 두며 철저하게 혼자 생활을 하는 것을 부모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의 힘으로 감당한다.

남들 다 하는 게임을 한다 던지 메신저에 가입해 음란행위를 요하는 아저씨를 사이버 상으로 만난 당황스러움조차 유지 혼자의 것이다. 복층으로 지어진 고급 빌라타운에 살고 있는 한 가족의 비밀은 서로만 알고 있고 모두가 서로 “너는 모른다 ”였을 것이다.


하지만 바이올린 영재 유지의 행방불명으로 너는 모르는 나의 비밀을 서로 공유하기 시작한다.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닌 김상호의 장기밀매업에 대해 옥영은 사실 모른 척 하고 있었다. 단지 그녀는 그가 가져다주는 돈으로 안락한 집안을 꾸미면 되는 것이었고 말갛고 뽀얀 피부에 바둑알 같은 눈을 가진 작은 얼굴의 딸 유지만 키우는 됐다. 남편의 비밀을 공유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혜성은 조작해서 만든 등록금 영수증을 아버지에게 내밀며 받아든 돈을 약간의 죄의식을 가지며 사용하지만 그 무거운 마음을 은성에게 털어 놓으며 비밀의 짐을 덜어 놓는다.

아버지의 재혼으로 멀어졌던 혜성과 은성은 새 엄마 옥영과 거대한 거리감을 느끼며 가족에게 멀어져 갔던 은성과 혜성은 어버지 때문에 가족을 잃어버렸던 그들의 자리에 아버지의 직업의 윤리상과 불법의 그림자로 다시 가족이 되어 만났다.


언제 다시 찾을 수 있을지, 살아 있는지, 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유지를 다시 만났던 그날, 은성과 혜성 옥영은 다시 가족이 되었다. 혜성은 잃어버린 유지를 찾기 위해 전단지를 만들어 돌렸었고 은성은 어느 날부터 유지를 만나기 위해 옥영의 집으로 온다.

이제 그들은 너는 모르는 그것을 우리는 알고 있는 것으로 한번 빠지면 나오지 못할 늪지 같은 어둡고 무거운 습기가 가득한 긴 터널을 함께 갈 것이다.


그간 말랑말랑했던 글을 써 온 정이현은 조금 다른 그녀의 모습과 맞닿게 했다. 정이현의 말랑했던 얘기들이 참 건조하게 느껴졌다.

정말 열심히 썼다는 작가의 진정성이 느껴질 만큼의 두꺼운 책이다. 그 두꺼운 깊이만큼 작가는 많은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녀가 사람에 대한 느낌이 더 절실하게 다가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빨간 표지 속 여자아이의 모습이 절반 밖에 보이지 않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또한 표지속의 여자가 유지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그 모습이 정이현으로 새로운 시작을 알리며 걸어가는 것 같다. 그녀가 원하는 길로 걸어가 다시 만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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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거짓말 창비청소년문학 22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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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날개 짓을 하는 나비가 있는 표지를 넘기면 덜컥 겁이 나는 문장이 들어온다.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 오늘 죽었다.


몇 년전 처음으로 청소년 문학 소설을 읽은 것은 이경혜 작가의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였다. 그 소설 속에서도 주인공의 죽음으로 시작되고 죽음의 원인이 드러나며 안타까운 교육 현실과 교우 관계에 대한 본절적인 소통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 소설이었다.

<우아한 거짓말>역시 아이들이 느끼는 소통의 단절, 어린 마음으로 감당하기 힘든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한병태가 전학을 오면서 권력을 잡고 있던 엄석대에게 따돌림을 당하게 되는 것처럼 천지도 전학을 온다. 엄석대와 조금 다르게 아이들 사이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화연에게 함께인 것 같지만 그속 에서 혼자를 만들어 놓는 따돌림을 시작한다.

천지는 공부도 잘하고 외모도 예쁘고 성격도 좋은 괜찮은 아이였지만 천지를 물리적으로 괴롭히지는 않지만 심리적으로 왕따를 시키는 화연과의 관계에서 힘들어했다. 말 한마디로 교묘하게 천지를 반 전체에서 바보로 만들고 생일날은 일부러 한 시간 늦게 알리고 모두가 다 먹은 밥상에서 초라하게 앉아 있게 하는 화연의 모습은 악(惡)으로 보이기 충분하다. 중국집을 하는 화연은 외동딸이니 항상 돈이 많다. 그런 화연은 천지는 너무 쉽게 낚을 수 있는 먹잇감이 되었다. 모든 사람들에게 상냥하기까지 한 그녀는 그녀의 우아한 거짓말로 천지를 천치로 만들기도 한다. 그 우아한 거짓말이 천지에게는 얼음 송곳이 되어 결국 자살을 하게 되는 것이었을까. 


하지만 천지가 언제나 뜨고 있던 빨간 실, 그리고 그 실로 자살을 했던 천지의 빨간 실은 다섯 개의 주인을 찾아가면서 꼭 천지가 화연의 악랄한 모습 때문에 자살 한것이 아니라는 진실이 보인다. 첫 번째 붉은 실의 주인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중학교에 올라올 때까지 자신을 괴롭히는 화연에게 붉은 실 뭉치 하나를, 자신의 옆을 지켜준 언니 만지에게, 그리고 엄마에게....나머지 두 개는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갔다.


책을 읽다가 한숨이 절로 났다. 사람의 관계란 이렇게 변함이 없는 것일까...시간이 많이 흘렀어도 언제나 있던 문제들은 변치 않고 있는 것인가.

내게도 초등학교때 화연 같은 친구가 있었다. 너무 예쁘게 생기고 공부도 잘해서 선생님들이 참 좋아했고 반 남자 아이들은 한번쯤 마음에 품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만큼 예쁜 그녀에게서 나오는 그 독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 없었다. 웃으면서 뒤 돌아 오늘은 누굴 따돌려 볼까하며 친구들에게 전화하고 집으로 불러 자신이 정한 그 아이는 일주일이고 한달이고 말을 하면 안됐다. 참 어린 시절 어떤 권력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았을까? 하지만 이것도 딱 초등 6학년때 끝으로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어림없는 얘기가 되어버렸고 결국 그녀 주변에는 그녀가 따돌렸던 사람들이 모두 외면했고 중학교 삼년 내내 혼자 다니게 되었던 그때의 기억이 떠 올라 책을 읽는 것이 참 힘들었다.

하긴 이런 일이 어린 아이들에게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에 나오면 직장에서도 은근히 배어져 나오는 거리감을 상당히 두게 되는 어떤 이들의 무시 섞인 말로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없을까....


<완득이>이후 1년 만에 내 놓은 <우아한 거짓말>의 작가 김려령의 큰 장점은 몰입 할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이다. 또한 그녀의 시리디 시린 대사들은 각 캐릭터들을 잘 살려준다. 우리 엄마가 쓰는 대사들, 내 친구가 했던 말, 내가 언젠가 어릴 때 했던 말들. 천지와 천지의 엄마, 만지에게서 각각 제 옷을 입은 대사들이 톡톡 튄다. <우아한 거짓말>을 읽고 <완득이>를 읽었는데 김려령은 <완득이>같은 박장대소할 수 있는 작품을 또 써 줬으면 좋겠다.



조잡한 말이 뭉쳐 사람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혹시 예비 살인자는 아닙니까? -23P


사과 하실 거면 하지 마세요. 말로 하는 사과는요, 용서가 가능 할 때 하는 겁니다. 받을 수 없는 사과를 받으면 억장에 꽂힙니다. 더군다나 상대가 사과 받을 생각이 전혀 없는데 일방적으로 하는 사과, 그거 저 숨을 구멍 슬쩍 파놓고 장난치는 거예요. 나는 사과 했어, 그 여자가 안 받았지. 너무 비열하지 않나요? 2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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