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부터 무거운 돌덩이 두 개가 가슴을 쳐댔다. 힘들었다. 이정도 나이를 먹었으면 나도 이제 좀 적응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넘어 갔으면 좋으련만. 스스로 다독이며 시간이 약이라고 말해도 그 하루가 멈춰진 시간처럼 점을 찍으며 하루를 맞이하는 것이다. 결국 집어 든 것은 책이었다. 나를 달래줄 그 무엇은, 오직 책뿐이었다.

 

다섯 번째 논어를 읽는 시간이다. 논어를 읽으면 누가 사람이 된다고 하던데, 나는 아직 멀었나보다. 아직도 작은 상처_ 아니 사실 이것은 마음의 큰 구멍일지도 모르겠다_에 어찌 할 바를 모르겠다. 하지만 몇 달 전에 사 놓은 막영애씨의 작가의 책을 통해 나는 더 위로 받고 있다. 수많은 칼라 텍을 붙이면서 다시 읽고 또 읽고, 작가의 말에 공감을 하면서 울고 싶었다. 나와 같은 상흔의 흔적에 이렇게 처절하게 또 하루를 보낸 사람이 있다니.

 

 

 

며칠 지나니 토요일 같은 그런 자존감이 떨어져 나간 마음은 없어졌다. 그래, 시간이 약이구나. 내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참 다행이다. 이렇게 또 나를 위로할 책을 하나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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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그냥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다.

그래서 말했다.




"바다가 보고 싶어"


"그럼, 보러 가야지!"

언제나 안 된다는 말을 하지 않고 바로 응해준 이 대답에 오히려 내가 머뭇거렸다.


"그런데 강원도 비 온다는데?"


막상 떠나려고 했지만 마음 어딘가는 떠날 마음보다는 떠나고 싶은 갈망으로만 있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머뭇거리는 나와 달리 "그럼 어때서?"라며 떠나게 된 강원도.




여행을 가기 전부터 늘 살피던 날씨 어플에선 강원도는 하루 종일 비 그림이 걸려 있었다. 그런 비 때문에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았는데, 이번 여행은 비가 오는 것을 알고 떠나는 비와 함께인 여행이 되었다. 서울에서 강원도로 접어드는 순간 빗방울이 굵어졌다. 우리의 자동차 와이퍼의 속도는 분노로 가득 찼던 어떤 날의 심장보다 훨씬 빨라졌다.






강원도에 도착해 회가 아닌 속초의 유명한 만석 닭강정을 사와 바닷가 어느 부분에 차를 주차하고 우리는 바다를 보며 낮술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풍경이 멋진 곳에서 차를 마시고 싶었지만, 고소하고 달콤한 소스의 냄새가 나는 닭강정을 사들고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기에 우리는 그만 그 냄새에 굴복하기로 했다.

종류별로 사들고 온 맥주와 함께, 음악을 들으면서 차창 밖으로 떨어지는 비와 건너편으로 휘몰아치고 있는 파도를 보며 먹는 닭강정의 맛은 아마도 오랫동안 못 잊을 것 같다. 그런 시간을 만들어준 당신에게 나는 또 한 번 반했다.




차에서 잠시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 잠을 청하다가 집에서 가져온 책을 펼쳤다. 그리고 못 다 읽은 책을 집에서 다시 읽는 동안 나는 그날의 빗소리를 그리워했다. 아, 그날 마셨던 그 맥주의 맛은 또 얼마나 좋았던가. 그리고 그날이 흔적이라며 주워준 두 개의 돌을 만지작거렸다. 그날 비가 오지 않았다면 어쩌면 내 주머니 속으로 들어오지 못했을 돌. 비가 와서 다행이었던 그날.



 

 

당신의 우산속이어서 다행이었던 그날. 

 

 

 

 

 

 

 

 

 

 

 

 

 

읽는동안 울쩍하다가 웃다가. 비가 와서 참 잘 어울렸던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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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10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쏟아부을 정도로 비가 내리는 날씨가 아니라면 비 오는 날의 여행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비 오는 날에 여행한 일이 그냥 날씨 좋았던 날의 여행보다 기억 남는 일이 많았어요. ^^
 


누군가를 향한 마음을 오랫동안 지속한다는 것.

그것을 통해 그 사람을 알아가고 있는 어떤 날.



나는 문득 당신이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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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은 그랬다. 2년 정도 일을 정말 열심히 하고 돈을 모아 2년 정도 세계 여행을 떠나보리라.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는 동안 책을 읽지 못하는 날들에 대한 보상을 받으리라. 하지만 약 9개월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통장 잔고는 헐렁하다. 대체 내 월급은 누가 가져갔단 말인가.

 

 

 

2년 정도 열심히 돈을 벌면서 그동안 생존 영어로만 다녔던 무식을 떨쳐 내기 위해 영어 공부에 매진하기로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5년 가까이 유럽 여행을 다니면서 늘 느꼈던 나의 무식한 영어를 해결하고자 여행에서 돌아와 사다 나른 영어 관련 책들은 아직도 펼쳐지지 않은 채 먼지와 함께 시간의 흔적을 만들고 있다. 정말 이러다 저 책 다 가지고 가야 할 판이다. 시원스쿨이라도 가입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요즘 드라마도 보지 못한다. 그러다 우연치 않게 보게 된 [질투의 화신]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이렇게 불타오르는 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쓸쓸해졌다. 유독 가을을 타는 내가 하필 이런 로맨스 드라마에 마음을 훌쩍이고 있다니.

 

 

 

조만간 이사를 가야 한다. 그런데 좀처럼 집이 빠지지 않는것이다. 회사 사람들에게 말했더니 집을 좀 치우라고 한다. 좀 넓어 보여야 집이 나간다며 청소를 권했다. 나는 그때 정말 정색하며 말했다. 우리집 깨끗해요! 하지만 집에 돌아와 나는 깜짝 놀랐다. 내가 새로운 새입자라면 이런집, 계약 안할것 같다. 그래서 요 며칠 청소를 했다. 그러다 병이 났다. 병이 날만큼 청소를 했는데 집이 깨끗하지가 않다. 이게 다 책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오늘 신간을 주문하려고 기웃거렸다.

 

 

두달동안 책을 주문 안했더니, 따끈한 신작들이 정말 많다. 이러니...집이 깨끗해지지 않는다고 변명하고 싶지만 실상은 집주인의 게으름 때문인것을 왜 나도 모르겠는가.

 

 

 

 

 

 

 

 

 

 

 

 

 

 

 

 

 

내가 좋아하는 그녀, 김숨의 책이 두권이나 신간으로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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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9-26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응팔` 이후로 드라마 본방하지 않고 있어요. ^^
 

제주도 쇠소깍 인근 낮술 작렬 허세 샷



나 혼자 이러고 놀다 숙소에 왔다.
남들을 위한 설정 사진은 사실 외로운 사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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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9-04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주에 날씨가 선선했는데, 춥지 않으셨는지요? ^^

오후즈음 2016-09-04 14:41   좋아요 0 | URL
아직 제주도 인데 너무 더워요. 서울은 추워서 긴팔만 가져갔는데요. 지금 긴팔 긴바지를 다 짜르고 싶을만큼 더워 죽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