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그냥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다.

그래서 말했다.




"바다가 보고 싶어"


"그럼, 보러 가야지!"

언제나 안 된다는 말을 하지 않고 바로 응해준 이 대답에 오히려 내가 머뭇거렸다.


"그런데 강원도 비 온다는데?"


막상 떠나려고 했지만 마음 어딘가는 떠날 마음보다는 떠나고 싶은 갈망으로만 있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머뭇거리는 나와 달리 "그럼 어때서?"라며 떠나게 된 강원도.




여행을 가기 전부터 늘 살피던 날씨 어플에선 강원도는 하루 종일 비 그림이 걸려 있었다. 그런 비 때문에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았는데, 이번 여행은 비가 오는 것을 알고 떠나는 비와 함께인 여행이 되었다. 서울에서 강원도로 접어드는 순간 빗방울이 굵어졌다. 우리의 자동차 와이퍼의 속도는 분노로 가득 찼던 어떤 날의 심장보다 훨씬 빨라졌다.






강원도에 도착해 회가 아닌 속초의 유명한 만석 닭강정을 사와 바닷가 어느 부분에 차를 주차하고 우리는 바다를 보며 낮술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은 풍경이 멋진 곳에서 차를 마시고 싶었지만, 고소하고 달콤한 소스의 냄새가 나는 닭강정을 사들고 더 이상 운전을 할 수 없기에 우리는 그만 그 냄새에 굴복하기로 했다.

종류별로 사들고 온 맥주와 함께, 음악을 들으면서 차창 밖으로 떨어지는 비와 건너편으로 휘몰아치고 있는 파도를 보며 먹는 닭강정의 맛은 아마도 오랫동안 못 잊을 것 같다. 그런 시간을 만들어준 당신에게 나는 또 한 번 반했다.




차에서 잠시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 잠을 청하다가 집에서 가져온 책을 펼쳤다. 그리고 못 다 읽은 책을 집에서 다시 읽는 동안 나는 그날의 빗소리를 그리워했다. 아, 그날 마셨던 그 맥주의 맛은 또 얼마나 좋았던가. 그리고 그날이 흔적이라며 주워준 두 개의 돌을 만지작거렸다. 그날 비가 오지 않았다면 어쩌면 내 주머니 속으로 들어오지 못했을 돌. 비가 와서 다행이었던 그날.



 

 

당신의 우산속이어서 다행이었던 그날. 

 

 

 

 

 

 

 

 

 

 

 

 

 

읽는동안 울쩍하다가 웃다가. 비가 와서 참 잘 어울렸던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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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10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쏟아부을 정도로 비가 내리는 날씨가 아니라면 비 오는 날의 여행도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비 오는 날에 여행한 일이 그냥 날씨 좋았던 날의 여행보다 기억 남는 일이 많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