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회사를 다닐 때 입은 정장들은 모두 세탁소행을 택했지만 셔츠나 니트들은 모두 손빨래를 했었다. 세탁기로 한번 빨았다가 사지가 모두 늘어난 옷을 보면서 꼭 세탁 표기법을 준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외출복이었던 대부분의 옷들중 꼭 손을 거쳐야만 하는 옷들을 빼고는 세탁기 행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는 양말까지도 손빨래를 하고 있다. 나는 좀처럼 빨래를 묵혀 놓고 하는 편이 아니라서 어느 정도 모아 지면 빨래를 했지만, 후배는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이 모아져야 빨래를 하기 시작했다. 독일로 올 때 한국에서 옷을 많이 가져가지 않았다. 그동안 유럽 여행을 15박 정도 가게 되면 옷은 대부분 날짜와 맞춰 비슷하게 가져갔었다. 총 15일의 옷이 필요하다면 대부분 12벌 정도 되니 트렁크가 넘쳐 났던 이유는 다 옷 때문이었다. 하지만 독일에 올 때 Spa 브랜드가 많은 유럽이니 이곳에서 옷을 사 입자며 많은 옷을 가져 오지 않았는데, 막상 와보니 나에게 어울리는 옷들이 많지가 않았다. 결국 얼마 가져가지 않은 옷들을 돌려 입어야 해서 자주 빨래를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후배와 빨래의 타이밍이 맞지 않게 되었다.

 

 

 

 

어느 날부터 후배는 자신의 옷을 혼자 세탁을 했다. 그 집의 세탁기 구조가 이상해서 세제만 넣고 버튼을 누르는 그런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내가 필요하다고 해서 세탁기를 돌릴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사실 한번쯤은 나에게 세탁할 것이 있는지 물어 봤으면 했지만, 후배는 그런 것 없이 내가 다 손세탁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잠깐 외출을 갔다 오면 이미 세탁을 끝낸 상태였다. 사실 양말이 아무리 손세탁을 해도 좀처럼 말끔해지지 않아서 세탁기를 좀 돌렸으면 했는데, 빨래를 마치고 정리된 세탁기를 보고 허탈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트램을 타는 곳에서 발견한 코인 세탁을 보았다.

 

 

아침 6~10시까지 오면 기본요금 2.5유로에서 1.9유로로 할인까지 해 준다고 했다. 독어를 몰라도 그냥 알 수 있는 느낌의 광고.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나는 그간 손빨래를 하지 못하고 있던 두꺼운 청바지나 면바지, 다시 한 번 빨고 싶었던 양말까지 모두 담아 코인 세탁소를 향했다.

 

 

기본요금 1.9유로에 세제 1유로, 건조는 한번이 1유로지만 1번만으로 두꺼운 청바지가 잘 마르지 않아 2번을 해야 했다. 이렇게 총 4.9유로. 우리나라 돈으로 하면 6천원이 넘는 돈으로 마음 편하게 빨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후배네 집에 거주하며 생활비가 적게 들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유로와 한국 돈의 차이가 있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생활비가 들어갔다. 그런 부분 때문에 손빨래를 했던 것도 있었다. 이것만 손세탁을 한다면 다른 곳으로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혼자 생각했건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돈을 들여 코인 세탁을 하니 마음이 너무 편하고 좋았다. 왜 진작 이렇게 편하게 지내지 않고 궁상을 떨며 내 빨래도 같이 돌려주지 않는다며 후배를 야속하게 생각했을까. 커피 한잔 안 먹으면 가뿐하게 가져 갈 수 있는 저 옷들인데.

 

 

독일 생활이 중반부로 들어서니 나름 마음도 편해지고 있다. 떠날 때가 가까워져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나는 지금 이 시간을 즐거워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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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7-24 0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일어를 몰라도 세탁기 이용 방법을 알려준 안내도를 보면 세탁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오후즈음 2017-07-25 05:32   좋아요 0 | URL
네, 나름 잘 설명해줘서 했는데 사실 세제 넣는 곳은 설명이 없어서 당황스럽더라구요. 다행히 빨래를 기다리는 터키 아저씨가 계시기에 도와 달라고 했더니 너무 친절하게 도와 주셨습니다. 아저씨와 함께 즐거운 대화...그러니까 넌 어느 나라 애니? 여기 왜 왔니? 누구랑 있니? 등등을 나누며 빨래를 마쳤네요. ^^

ddakkary 2017-07-24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래에 관한 에피소드는 하나 쯤 만들어오는게 여행에 대한 예의죠. ^^

오후즈음 2017-07-25 05:32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 이번 여행은 에피소드의 연속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