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5일차
무더운 날씨에 지쳐서 식당 테이블에 카메라를 놓고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한참을 이것 저것 주문하고 마시고 먹고 그렇게 한시간 있었다.
내게 주문을 받았던 미소년이라고 부르고 싶은 여리고 날씬한 청년이 다가와 카메라를 가리켰다.

그때 나는 잊고 있었다.
여행가서 절대 카메라를 테이블에 올려 놓지 말것!
유럽에서는 있을수도 없는 행동을 더 위에 넋 놓고 있었구나.
그렇게 놀란 마음으로 급히 카메라를 카메라 가방에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청년은 주인의 눈을 피하며 조심스럽게 다가와 나에게 물었다.

카메라, 그런 카메라는 얼마야?

응?

카메라 멋있어 보여.

ㅡ 이런 카메라 나말고 많이 들고 올텐데, 왜 나한테 궁금 할까 생각했다. 그리고 오전 투어에 나가서 들었던 가이드의 말이 떠올랐다. 식당에서 일하는 그들의 월급은 60~70불 정도라고.
차마 나는 5천불이라는 얘길 하기가 미안해졌다. 사실 나도 이거 그냥 산건 아니다. 1년동안 돈 모아 산거니까 나름의 고통이 있었지만 웬지 그에게 말하기가 꺼려졌다.

사진 찍고 싶어?

응. 사진 찍으며 다니고 싶어.

그럼 찍어 볼래? 메일을 알려주면 네가 찍은 사진은 보내줄게.

ㅡ그는 주인 몰래 후다닥 셔터를 눌렀다. 정말 즐거운 얼굴을 하고 찍은 사진이 하필 내 사진이라니.

이 사진은 그 에게 보내지 못하겠다, 속으로 생각하며 유일하게 식당에서 그에게 처음으로 팁을 주고 나왔다.

그가 웃으며 또 오라고 하며 물었다.

언제 떠나?

투데이. 다섯시간 남았어.

진짜? 아쉽다. 또 만나고 싶은데.

그러게. 안녕.


미소년같은 청년의 배웅을 받으며 식당을 나와 마지막 잉여짓을 하러 카페에 들렀다. 자꾸만 또만나고 싶다는 그의 목소리가 지나간다. 누군가 내게 지나가는 말이라도 보고 싶다는 말을 한적이 언제였던가.
그의 마지막 말에 나는 이 도시가 그리워 질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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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8-06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후즈음님과 착한 청년의 마음 속에 잊을 수 없는 좋은 추억 하나 생겼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