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는 꿈맛 - 꿈을 안고 떠난 도쿄에서의 365일 청춘일기
허안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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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한번 가볼까 하고 블로그 서핑을 좀 해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배낭여행을 많이 갔다 오고, 계획하고 이미 하고 있는 사람들의 여행 블로거가 아니더라도 많은 블로거들의 여행 일기로 하루가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정말 많은 이들이 이렇게 여행을 즐기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그간 나의 무료하고 심심했던 일상이 다소 불쌍하게도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이었을까 올해 남은 일상은 좀 많이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아니 사실은 런던과 파리 여행으로 도무지 발이 바닥에 닿지 않을 만큼 어딜 떠나고 싶어 미칠 것 같았다. 작년 체코와 오스트리아 여행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유럽병에 걸려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내게 덜컥 잡힌 이 책 때문에, 나는 나의 지난 20대를 떠올리게 되었다.

 

 

 

 

 

 

 

 

[도쿄는 꿈 맛]은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을 배워 보겠다고 일본 도쿄로 1년 유학을 가서 그간의 생활을 책으로 쓴 얘기다. 꿈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것이다. 그 행복한 일을 위해 도쿄로 떠난 작가의 얘기를 읽고 있자니 작가의 20대가 어찌나 부럽고 질투가 느껴지는지.

 

 

[도쿄는 꿈 맛]이라고 하는데, 대체 그 꿈 맛이라는 것이 어떤 맛일까. 어느 날은 짜고, 어느 날은 너무 달콤하고, 어느 날은 눈물이 쏙 날만큼 맵고, 어느 날은 코끝까지 찡해지는 신맛이 나는 그런 일상이 외국 생활이 아니라도 지금 현실에도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삶이고 인생일 테니. 물론 그런 맛이 타국이라면 더 강하게 느껴질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어디는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

 

 

 

작가의 도쿄 생활의 팁들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역시 사람들의 얘기가 참 좋다. 무엇보다 작가가 아르바이트 했던 아자카야에서 있었던 에피소드. 타국에 있으니 당연히 우리 나라말을 못 알아들을 것이라고 해서 주문을 받아서 줄때 손님의 인상에 맞게 얘기 하며

 

“저기 싸가지 없는 애. 저기 입 나온 애...등등”이라고 했는데 어머, 우리말을 다 알아 들어~어이쿠야!!뭐 이런 느낌, 그때의 당황스러운 느낌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그 부분에서 진짜 나도 모르게 카페에서 읽다가 큰 소리로 웃어버렸다. 작가의 그림도 있었지만 그림이 없다고 해도 그림이 그려지는 상황, 너무 절실하게 그려지는 작가의 얼굴은 안 봐도 비디오다.

 

 

 

1년 동안 도쿄 생활의 그녀의 도쿄 적응기, 돈도 벌어야 하고 공부도 해야 하는 그녀가 안쓰럽다가 보다 젊을 때 이런 고생을 나는 왜 못해 봤을까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태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을 벗어난 적이 없는 모태 인 서울 사람이고, 한 달 이상 다른 나라에 채류하며 살아본 적이 없다. 제일 길게 서울을 벗어났던 적이 제주도에서 보름기간 동안 혼자 여행을 했을 때였다. 도미토리, 게스트 하우스 때로는 혼자만의 밤 시간을 위해 호텔에서도 잠을 잤었던 그때가 가장 나에게 자유로웠던 날들이었지만 역시 그때는 진짜 혼자만의 여행이 주는 나름의 낭만과 생각할 시간의 여유는 줬지만 참 재미는 없었다.

 

 

 

나의 20대는 무조건 글쓰기가 전부였다. 물론 그때 그렇게 미치게 썼지만 지금은 이따위로 밖에 리뷰를 못쓰는 내가 안타깝지만, 그때 나의 모든 고민은 오로지 글 ,이 삶의 전부였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 살아 본다던가, 여행을 가는 것은 없이 도서관, 작가실, 방송국으로 20대를 보내고 나니 삶의 경험을 그래프로 그려 보라면 거의 평면밖에 나올게 없는 인생이 되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 그런 곳으로 여행을 가서 혹은 그곳에서 몇 달을 살아 보거나 공부를 하는 것이 사실 나는 무서웠다. 유학 생각을 해보지 못했던 나였다. 그런 내가 20대 마지막 공모를 앞두고 있을 때 진짜 절망할 대로 절망한 나의 글쓰기 능력의 한계를 알아버려서 나는 죽고 싶었다. 그때 나의 절친 친구가 유럽 배낭여행을 간다며 전화가 왔는데, 참 부럽다며 좋겠다 잘 다녀오라는 전화를 끊고 나는 그날 진짜로 한 시간을 바닥에 앉아 울었다. 작가실에서 모두 나에게 말을 걸어 주지 않고 밖으로 나가 오로지 나 혼자만의 시간을 만들어 준 그때의 그 자리에 있었던 이들에게 이제 와서 참 고마웠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서른에는 이런 일을 해야 한다, 등등 나이와 관련된 책을 읽고 있는데 다 필요 없다. 나이와 관련 없이 지금이 중요한 것이고 지금을 잘 살아가는 것이 행복의 시작이라고, 나는 책을 읽을 때마다 많이 느낀다.

 

나에게 딱 한번 시간을 돌릴 시간을 준다면, 20대 후반으로 돌려서 유럽 여행을 간다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을 때로 돌려놓고 싶다. 그때 왜 그렇게 서럽게 울었을까. 그때 나도 나의 20대의 삶을 열심히 살고 있었는데.

 

내 나이 이십대에 하지 못한 일중에 가장 안타까운 일이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는 일이었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더 간다. 내가 하지 못한 일들을 한 이들에 대한 부러움이 더 많이 녹아든 애정일 것이다. 꼭 다른 나라에 가서 살아봐야 인생의 깊이를 더 알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분명 문화의 차이가 주는 것에서 느낀 나만의 가치관은 견고해 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고 그 견고한 가치관과 나만의 이념이 꼭 외국 생활에서만 얻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이십대에 그런 생활을 하지 못했다고 해서 나의 삶이 맹탕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20대에 하고 싶었던 다른 나라에 가서 살기가 부러웠던 이 책, [도쿄는 꿈 맛]을 읽으면 분명 잊고 있던 나의 지난 시절이 떠오를 것이다. 작가의 아기자기한 그림도 참 예쁘지만 글씨도 귀엽다. 지금 책을 쓴 작가가 인도 여행기를 올려놓고 있는데 진짜 재미있다. 그녀의 인도 여행기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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