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다다, 삼냥이 - 대한민국 대표 캣맘과 세 고양이가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으로의 초대
황인숙 지음, 염성순 그림 / 오픈하우스 / 2013년 3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0822/pimg_759890176889344.jpg)
황인숙 시인의 시집을 두어 권 읽었을 뿐, 다른 책들은 전혀 보지 않았다가 읽게 된 이책의 매력에 빠져서 한참을 고양이에 대한 사라졌던 열망을 다시 불타오르게 했다. 그동안 오랫동안 키웠던 강아지 우리 찌비와의 이별 때문에 동물을 키운다는 것, 무지개다리 건널 때까지 책임을 진다는 것의 묵직한 마음 때문에 되도록 이런 책임에 대한 나의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다시 들 때까지 키우지 않겠다며 접었던 고양이와의 동거에 대한 갈망과 꿈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말았다.
황인숙 작가의 집에 살고 있는 보꼬, 명랑이, 란아의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이뤄진 그녀의 세 고양이의 동거 얘기가 어찌나 알콩달콩한지. 달달한 차 한 잔을 홀짝 마시면서 읽다가 차가 모자라 몇 번씩 더 우려낸 차를 마시고 또 마시며 다 읽는 책이 너무 아쉬워 몇 장은 남겨 놓고 잠이 들기도 했다. 그만큼 내게는 고양이가 너무 간절했다. 보드라운 털을 부비고 싶고, 말랑한 발바닥을 만지며 늘 호기심 많은 그 얼굴을 한참을 들여다보며 하루를 맞이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고양이가 없으니 남이 키우는 고양이 얘기에 이렇게 열망하며 들뜰 수밖에.
이용한 시인의 그동안 고양이 시리즈를 읽으며 왜 유독 사람들이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사납거나 인색할까 참 안타까웠다. 그래서인지 고양이에 대한 책은 강아지보다 훨씬 더 많은 것 같고, 고양이에 대한 탐닉은 더 늘어나는 것 같다. 유기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많은 반성 아닌 반성도 했다. 동물을 키운다는 것, 그 동물이 반려 동물로 되어 같이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일정 부분은 분명 포기해야 하는 일상이 있다.
오랫동안 키웠던 우리 집 개 찌비도 그랬다. 자율 급식이 안되는 녀석이라서 아침, 저녁을 따로 줘야 했다. 공복 기간이 길면 위액을 뿜어대는 녀석이라서 더욱더 자율 급식은 할 수 없고, 시간 맞춰 밥을 줘야 했다. 그래서 저녁에 항상 집에 누군가 있어야 했다. 간혹 어쩔 수 없이 저녁 늦게까지 못 들어오는 날이 생기면 밖에서 친구들과 술 먹던 동생은 집으로 차를 몰고 와 저녁밥을 주고 (그전에 밖에 나갔다 들어오면 환영 세레모니를 30분간해서 그것 다 받아주고 안 나갈 것이라고 안심 시켜주고) 밥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일행들과 만나는 이런 일을 가족이 모두 짜증내지 않고 했었다. 어떤 것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할 강철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등가교환의 법칙]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일까, 업둥이들을 가족으로 맞아 살고 있는 작가에게 구조를 기다리는 고양이를 보면 모두 찾아와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며 더 이상 들이지 못하는 업둥이들에 대해 안타까운 한숨이 절로 나오는 장면도 그냥 행복해 보이는 것은 그런 것까지 모두 행복으로 알고 살아가는 작가의 모습이 눈에 선하기만 하다. 어느 구석에서 울고 있는 고양이의 존재를 알리며 구조해 주기를 바라는 아래층 아주머니의 모습을 보며 제발, 나에게 오지 말라며 기도하는 모습이 왜 이렇게 귀엽게만 느껴질까.
가장 감동인 에피소드는 단연코 ‘열무’ 얘기였다. 자꾸만 생기는 업둥이들을 더 이상 보낼 곳이 없어 답답할 때 너무나 쉽게 고양이를 키우겠다며 받아준 친구. 하지만 역시 반려 동물과 함께 한다는 것은 많은 인내와 책임감이 있는 것이다. 열무가 너무 좋아서 열무라는 이름까지 지어줬지만 역시 그 친구분은 열무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1년 정도 키웠지만 아무래도 고양이를 키울, 반려 동물을 맞이할 마음의 공간이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다. 그 친구분의 마음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그래서 결국 열무를 다른 곳으로 보냈는데 열무가 그 친구와 헤어지고 난 후 계속 밥을 안 먹는다고 한다. 며칠째 밥을 먹지 않는 열무 때문에 다시 찾은 친구분이 준 사료를 먹고 떠난 주인을 다시 기다리며 금식에 들어간 열무 때문에 친구는 다시 열무를 키우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마치 맨날 술 마시고 두글겨 패도 절대 이혼 도장 안 찍어주는 마누라 같다는 말에 웃음이 난다.
고양이의 행복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떠오르게 한 이 부분에서 눈물이 사실 좀 왈칵 나왔다가 들어간 부분이다. 동물들은 자신이 왜 버려지는지 모르고 또 세상을 떠난 주인을 기다리는 개와 고양이들도 많다. 날로 늘어나는 유기 동물들이 안쓰럽고 처량하다.
“ 사랑이라는 게 감정 상태인지 영적 상태인지 헷갈리게 하는 그 행복감” P275
이라는 작가의 말에 오물거리는 잡은 입을 가진 노랑 고양이를 꿈꿔봤다. 내게 그 어던 상황에도 손잡은 그 순간을 후회하지 않고 감당 할 수 있을때 꼭 만나고 싶은 하얀 발을 떠 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