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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불편을 팔다 - 세계 최대 라이프스타일 기업의 공습
뤼디거 융블루트 지음, 배인섭 옮김 / 미래의창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세계 최대 라이프스타일 기업의 공습
이케아, 불편을 팔다
지금도 유행하고 있는 이케아 서랍장을 지인이 주문을 했었다. 깔끔한 디자인에 주문을 했는데 그 제품이 반 조리 음식처럼 반 조립 제품인지 몰랐던 것이다. 무거운 철재가 가득 담긴 상자가 집 앞에 놓이자 숨이 막힌다며 도와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나름의 요령만 안다면 여자 혼자서도 조립 할 수 있을 정도의 철제 서랍장이긴 했지만 이케아 제품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디자인에 혹해 주문하여 받게 된다면 당황스러운 상황은 위와 같은 모습이 계속 연출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케아 제품이 많이 팔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케아 제품의 기업 모토가 좀 더 싸게, 많은 제품을 파는 것과 같이 많은 사람들은 이케아 제품하면 조금 불편하게 스스로 조립을 해야 하지만 싼 가격에 괜찮은 질을 가진 제품을 살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이케아 제품에 그대로 녹아 있어 모던하지만 싸고, 가겹고 흔하지만 조잡하지는 않은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케아 제품이 한국 시장에 나타난지 몇 년 됐는데 아직 매장은 가보지 못해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대한 총평을 할 수는 없다. 다만 한국 매장이 생기면서 이케아 제품은 확실히 인터넷 사이트에 훨씬 많은 제품 소개를 볼 수 있었고, 주변에 유명한 서랍장이나 옷걸이 등을 볼 수 있다.
[이케아, 불편을 팔다]는 이케아가 이토록 많은 나라에서 지점과 점포를 늘리며 승승장구 할 수 있는 이유들을 찾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케아라는 한 기업을 통해 세계 전반에 걸쳐있는 경제 성장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보다 이케아를 세운 잉바르 회장에 대한 평전과 같은 책이 되어버렸다. 얼마 전 스피드 패션에 선두에 있는 자라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그 책 또한 자라 성장 과정과 그의 기업 철학, 앞으로의 패션 전망에 대한 얘기보다 자라 회장에 대한 찬사가 전반이라서 책을 읽는 동안 많이 불편했는데 이 책 또한 이케아가 성장 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적인 요인을 얘기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대부분 잉바르 회장에 대한 성장과정이 훨씬 많아 자서전을 읽는 기분이었다.
책의 서문 중에 “어떻게 이 스웨덴 기업이 세계 최대의 가구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까?”로 시작했지만 사실 회사의 성장이면보다 잉바르 회장이 점점 커지는 회사를 통해 많은 수익을 얻자 그 수익의 세금을 좀 더 줄이기 위해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는 것을 보며 개인의 윤리는 그닥 좋지는 않다는 생각에 잉바르 회장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
하지만 가격과 품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스웨덴에서 그리고 유럽에서 이케아 가구하나쯤은 모두 가지고 있을 만큼의 유명한 회사로 거듭났다는 점은 그의 기업 윤리를 떠나 그의 성공의 한 단면은 대단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의 성실하고 부지런한 모습은 매우 존경받고 싶다. 그의 그런 이면을 지금의 우리나라 CEO들이 본받았으면 좋겠다.
드라마에서도 높은 자리에만 올라가면 바로 거만해지는 사람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던가. 그런 모습으로 기업을 이끈다는 것은 밑에 직원들에게는 재앙이다. 좀 더 현명하고 부지런하고 솔선수범한 상사가 좋은 회사를 만들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좀 더 부조리하고 거만하고 사악한 사람들이 훨씬 많은 이윤을 내는 회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인 것이다.
하지만 그가 낮은 가격으로 더 높은 매출을 올리는 것이 기업의 최고 논리였으니 그 밑의 사람들은 얼마나 고민과 고생이 많았을까. 싸게, 더 싸게 팔아내며 이윤을 더 많이 내야 했으니 만들어지는 기획 단계에서 얼마나 머리를 쥐어짜며 있었을지.
“우리는 디자인이 아름답고 기능이 뛰어난 가구와 집기들을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구매 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해야 한다. 낮은 가격을 유지하려면 어떤 노력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경쟁자들과의 확실한 가격 차이는 필수적이다. 모든 영역에서 우리는 언제나 가장 저렴한 매장이어야만 한다.” P179
잉바르 회장의 철학은 소비자들에게는 매우 만족스럽다. 싸게 그리고 디자인도 아름답게라니 얼마나 만족스러운 제품인가. 다만 이 아름다운 제품을 좀 더 싸게 하기위해 고객이 직접 조립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불편은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케아 제품을 하나 조립을 해 보았지만 사실 그 철제 제품은 무서워서 여자 혼자 조립하기 어려웠다. 지인도 나에게 전화를 하며 괜히 샀다고 후회를 했었다. 이케아 제품을 조립하는 과정에서 지인처럼 후회를 하고, 가족에게 신뢰를 잃고 아이들에게는 존경심까지 잃게 되었다는 어느 고객의 말은 그냥 지나칠 얘기가 아니었다. 대개는 조립 자체가 기대했던 것보다 힘든 경우가 훨씬 많았다. 절망한 고객들은 이케아 제품을 구입하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조립이라는 제품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고객들을 등지더라도 이케아 제품은 여전히 많이 팔리고 있다. 이것은 모든 수고에도 불구하고 이케아 매장을 찾는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이케아가 제공하는 것들에 만족하고 있다. 많은 불평이 있지만 그들을 제외하고도 많은 이들이 이케아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에는 이케아 제품은 고객이 혼자 결정하고 혼자 사고, 혼자 조립하는 과정에 있으니 참 아이러니 한 일이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이케아가 얼마큼 더 성장할지 모르겠지만 책을 통해 유럽의 CEO들은 표면적일지 모르겠지만 확실히 부지런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들의 경영철학을 내가 얼마나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의 부지런함은 우리나라 윗분들이 좀 배웠으면 좋겠다. 나날이 바빠지는 세상에 반 조리 음식들과 인스턴트 음식이 판을 치는 세상에 반 조립 제품이라니 역발상이 아닐까. 시간을 투자해 조립을 해야 하는 서랍장이라니, 이 바쁜 세상에. 그렇지만 싼 가격으로 예쁜 다자인을 한 가구가 집에 장식되어 있으니 시간을 빼앗겼다는 생각보다 돈을 절약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참, 더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케아의 불편이 싫지는 않지만, 간혹 조립을 하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나의 무딘 솜씨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