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1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그의 화려한 입담에 수많은 어록들을 만들어 낸 2000년도의 초반 시절을 기억한다. 예능 프로에서 그가 던진 말 한마디들이 많은 공감을 자아냈고 인간 김제동이라는 사람에 대한 매력이 급상승했다. 비록 그가 우월한 키와 몸, 얼굴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다독으로 쌓인 그의 지식과 경험은 김제동이라는 아이콘을 만들어내며 공감 백만 개를 달아줘도 될 것 같은 어록들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그의 어록들이 어느 순간 빛을 바래고 있었다. 언제부턴가 그가 있었던 자리에 김제동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그의 많은 어록들은 어느덧 그의 불우한 어린 시절과 함께 사라졌다. 그래서 이었을까. 그는 자신이 웃음을 줘야 한다는 예능 속에서 웃음보다 진지하고 심각함을 던져주어서 스스로도 예능과 맞지 않다고 말한다. 그런 부분에서는 나영석 피디와 함께 나눈 담화에 큰 공감을 이룬다.

비록 예능을 슬프게 만드는 사람일지라도 김제동이 만나는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는 저버릴 수 없다. 그의 화려한 입담처럼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는지라 그가 만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제동과 만남을 이루는 사람들과는 예능에서 잊힌 김제동이 아닌 깔맞춤을 입은 듯 한 그의 옷차림과 딱 맞는 자리였다. 소설가 이외수, 정치가 이정희, 방송인 나영석 피디, 아이돌 스타 소녀시대 수영, 그의 교수이자 시인인 신영복 교수님, 놀랍도록 모든 사물들을 깔끔하게 정리해 얘기해 주는 과학자 정재승 (그의 책을 지금 읽고 있는데 정말...재밌다. 과학 콘서트 왜 이제야 읽은 것일까.), 올림픽 축구 대표 감독이라는 말보다는 2002년의 마지막 미소에 눈물을 흘리게 했던 홍명보, 그리고 그의 책을 읽으면서 더 좋아졌었던 나우콤 대표 문용식 (하지만 지금 그가 운영하는 클럽박스의 변형된 지금의 모습에 많이 화가 난다.) 예술과 방송을 떠난 모든 분야를 아울러 만났던 그의 얘기들은 참 재미있다. 특히 고현정의 대화들은 거의 코미디 급이다. 그리고 그의 가장 절친 김씨와의 만남에서는 웃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만나야 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김제동이기 때문에 짜증이 난다는 그의 대사는 어이없지만 그와 친분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얘기였다.

 

“넌 나름의 도랑이 생긴 거야. 물이 떨어지면 어디로 흘러갈지 아는 거지. 사람에게 그게 생기면 피곤해. 제동이 넌 늘 착하고 따뜻하고 기부 잘하는 사람, 난 늘 불평하고 투덜대고 오만방하자고 버릇없는 사람. 이게 각인돼 버린 거지. 그래서 나는 편해. 내가 뭘 해도 제재나 뒷말이 없지.” (P140)

 

사실 이 말에 어느 정도 인정을 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지만 김씨의 철학에 나는 사실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역시 김씨는 김씨의 철학으로 살아 갈 뿐인 것이다.

 

그러고 나면 죄책감이나 두려움 같은 느낌 들지 않아?

- 물론 가끔씩 ‘너무 재수 없게 보였나’하는 죄책감도 들긴 해. 그렇지만 난 오만하고 이기적인 직업군에 있는 사람이야. 이래도 된다고 생각해.” (P142)

 

정말 이기적이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이번엔 내가 김씨를 찾아가 다시 질문을 하고 싶어지는 부분이었다.

사실 나는 김제동이 말 잘하고 기부 잘하고 산을 좋아해 사람들과 산을 오르고 책을 많이 읽고 있는 그런 사람으로 생각하기보다 언젠가 나왔던 인터뷰의 얘기에 인간 김제동이라는 사람이 싫었던 적이 있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그는 간혹 텔레비전에 장가가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했었다. 그런데 그 부분에서 다소 오해를 할 수 있는 얘기를 했었다. 그는 마누라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많은 누이와 어머니를 모실 며느리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그는 집안에서 많은 누이 밑에 아들 하나인 귀여움을 독차지 할 것 같은 막내이지만 누구보다 가족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효자라는 것은 유명하다. 그가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살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효도 할 며느리가 필요하다는 말에 뜨악해 버렸다.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것은 효자라는 어떤 드라마속의 대사가 울리며 그의 결혼관에 사실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 같다.

 

분명 인간 김제동이라는 사람은 참 괜찮은 사람이다. 그의 달변에 녹아들만큼 세상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이인 나이지만 역시 그의 말 한마디가 때로는 그 어떤 명언보다 더 절절하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가 계속 만나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김제동을 만나는 것일까.

그가 소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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