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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영혼 - 로마에서 아시시까지, 강금실의 가슴으로 걷는 성지순례
강금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오래된 영혼 >
강금실 변호사가 책을 냈다. (이제는 그녀를 변호사로 불러야 할 것 같다. 지금 법무 법인 원 변호사로 재직 중이기도 하니까)그녀의 책이 에세이집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달랐다. 그녀가 종교를 마음에 담으면서 세례를 받고 이탈리아 기행을 하면서 쓴 책이다.
책 표지도 마치 어떤 이에게 잘 포장을 해 만든 것처럼 종이로 만든 책이 아니다. 붉은 면으로 표지를 만들었다. 마치 성경을 읽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 않다. 종교를 믿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종교가 내게 주는 영향들에 아직 반갑게 다가설 자신이 없다. 물론 신은 존재한다는 생각은 한다. 그의 선택으로 내가 어렵고 고달픈 현실에 있다고 한들 그의 존재를 부정해 본적은 없다. 그렇다고 그의 존재를 믿으며 나를 구워 해 달라고 말 한적도 없다. 나는 그저 종교에서 좀 자유로워진 영혼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그녀의 이탈리아 성지 순례의 이 기행문을 읽고 싶었던 것은 그녀가 모태 신앙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 세례를 받은 것도 몇 년 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녀가 선택한 종교의 의미를 알고 싶었다. 무엇보다 그녀가 선택한 나라는 이탈리아다. 내가 그토록 가고 싶었던 산티아고는 아니었지만 언젠가 가고 싶은 나라 중 하나였기에 끌렸다.
그녀는 로마를 시작해서 바티칸 시티, 아말피, 수비아코, 피렌체, 시에나, 몬탈치노, 아시시로 7개의 도시에 있는 성당을 순례했다.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 지도에 그려진 그녀의 행로를 보니 지중해의 햇빛이 너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떠났던 일정 그대로 답습을 하고 오고 싶을 만큼 이탈리아의 사진에 매혹 되어 버렸다.
아무래도 로마의 바티칸 광장과 성당 내부의 모습이 가장 화려하고 멋진 사진들도 많았다. 그 오랜 시절 사람이 만들어 낸 건물과 동상, 모든 피조물들이 어쩜 저렇게 견고할 수 있을까 감탄스럽다. 사진으로 보는 내가 이런데, 가서 본 그녀는 더욱 그녀의 종교에 감흥을 받았을 것 같다.
“나는 바티칸 광장을 어슬렁거리며 잠깐이나마 성 베드로의 무덤으로 가는 길을 걷는 로마의 발랑자 느낌을 맛보았다. 거기에서 사람의 아들 예수의 제자였긴 하나 우리와 결코 다름없는 사람, 그러면서 보통의 삶을 뛰어넘은 순교의 삶으로 이처럼 거대한 종교의 길을 일군 사도들의 이야기를 음미해 보았다. 현지에서의 느낌은 참으로 생생했다.” P25
바티칸 성당의 천장에 그려진 <천지창조>를 그린 미켈란젤로의 얘기에 어찌나 마음이 쓸쓸하던지. 그가 삼년동안 그림을 그리고 나서 병이 들었다는 그의 얘기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었겠구나! 이해가 된다. 아, 예술가란...
종교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나이지만, 그의 <천지창조>는 감동 할 수밖에 없는 그림이다.
“고생한 덕택에 나는 앓는 고양이처럼 형편없게 되어버렸다. (중략)배가 나오고, 수엽은 거꾸로 서고, 머리는 어깨에 파묻혀 들어갈 정도다. 가슴은 괴조 하피처럼 괴상하다. 붓에서 물감이 떨어져 얼굴은 모자이크 마룻바닥같이 헐었고, 허리가 구부러져서 걸음걸이도 흔들거린다.”P58
몇 년을 천장에 매달려 그림을 그린 그의 노고로 화려한 성당이 지어졌다. 안쓰러운 면서 마음이 아프고 그저 감상을 할 수 밖에 없는 (가서 보지도 못하는 나이지만...) 현실이 참, 안타깝기만 할 뿐이다.
바티칸 성당이 웅장했다면, 성 바오로 대성당은 화려함의 극치다. 마치 태국의 금 사원을 보는 것 같다.
<대지의 기둥>을 읽으면서 성당을 짓기 위한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세월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었는데, 두 성당을 짓기 위해 애쓴 많은 사람들이 먼저 생각이 들었다. <대지의 기둥>에서도 성당을 위해 희생된 많은 사람들의 얘기가 가장 가슴 아팠었는데 화려한 내부의 사진을 보고 있으려니 더욱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가서 봤다면...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기는 하다. 그저 감탄만 하지 않았을까.
가장 소시민적인 사원 같다는 생각이 들고, 가장 마음의 안정이 들었던 장소는 베네딕도의 동굴이었다. 베네딕도가 동굴에 기거하는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그 속의 내부에 장식되어 있는 초라한 모습에 마음이 더 끌린 것도 있다. 동굴 생활을 3년 동안이나 지속하면서 아무도 만나지 않고 나오지도 않고 오로지 로마누스 수사가 밧줄로 내려주는 음식을 공급받으면서 지낸 그의 일화가 어디쯤에서 나오는 성인들의 고통의 한 일면이었지만 성인이 겪어야 할 일이라는 생각에 그저 그의 일화가 가슴에 잠시 남았다 사라졌다.
책을 통해 마치 성경의 구절들을 다 만나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성경을 잘 모르는 나이지만 말이다.
그녀의 행로가 끝나면서 책은 종결을 맺는다. 그녀의 기행에 참가한 듯 생생한 여행기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더 없는 기쁨을 줄 것 같다. 나처럼 그쪽이 이쪽도 아닌 사람에게는 더 없는 정보를 주었다.
그녀의 얘기에 나도 생각을 해 본다. 신이 있는 것일까.
[ “넌 정말로 신이 있다고 믿는 거냐”고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내 대답은 간다하다. 신 없이는 도저히 살기가 불안하고 힘들다. 사랑은 춥고 배고픈 존재가 비로소 위로받을 수 있는 마지막 거처이다.] P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