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세만세
남규홍 지음 / 도모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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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페셜을 통해 방송되었던 <출세만세>의 뒷이야기가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나는 그 다큐를 볼 수 없었기 때문에 책 내용이 조금 충격적이었다. 그간 읽었던 자기 계발서 들을 통해 리더가 되기 위해서 혹은 나 자신을 멋지게 만들기 위해 실행하라고 했던 많은 지침들이 이곳에 집대성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방송을 통해 이미 나갔던 <출세만세>의 실험을 글로 읽어 나가는 데도 현장감이 생생하다. “ 이번 <출세만

 

7명의 보통의 남자들을 어느 시골에 불러 놓고 완장을 차지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그 완장을 차지하므로 누리게 될 권력의 그림자를 보게 해줬던 충격적인 다큐는 인간의 본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해 줬다. 물론 그 방송을 통해 많은 시청자들이 불쾌감을 표현하며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나타날 수 있었던 속성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정해 놓은 규칙은 사회의 모습과 똑같다. <완장>이라는 권력을 쥐면 차가운 방에서 잠을 자지 않고 따뜻한 방에서 잘 수 있다. 자신의 밑 즉 부하 직원이 된 사람들을 부리며 일을 해 나갈 수 있고 느긋하게 그들의 움직일 관찰 할 뿐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력이 주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 권력에는 반격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구대타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게 이동된 권력은 처음 완장을 찾던 사람보다 더욱 거센 권력의 움직임을 보였다. 존댓말을 쓰지 않게 되어 있던 곳에서 완장을 찾던 권력자는 존댓말을 쓰게 하고 그를 모시게 만들었다. 변한 그를 보면서 완장을 차보지 못한 이들은 더욱더 완장에 대한 갈구가 심해졌고 <완장>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버팀을 하게 만들었다.

이 실험적인 다큐를 보면서 대체 우리가 왜 그토록 <완장> 즉, 권력을 가지려고 하는 것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 권력을 쥐고 있었던 많은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권력이 쥐고 있는 힘들이 참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이런 권력을 쥐게 되는 순간, 성공보다는 출세했다는 말들을 한다. 하지만 남규홍 피디가 말했듯 성공이라는 말보다는 출세라는 말에는 많은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있다.

오래전에 다녔던 직장에서 나는 한 프로젝트를 완성해서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그때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한 직원이 내게 해 줬던 말은 “너 성공했다”가 아니라 “야, 너 출세했다”였다. 해외여행을 한번 갔다 오는 것이 무슨 출세일까 싶었지만 그의 그 어감이 많이 거슬렸다. 성공이 아닌 출세, 마치 내가 부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혹은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일궈낸 일처럼 나를 하대하듯 느껴졌던 그 <출세>라는 말은 시간이 지나도 유쾌하지 않은 에피소드를 만들었다.

 

“이번 <출세만세>는 ‘사회는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생각보다 더 끔찍하고 잔인할 수 있다. 사실은, 그 모습을 그대로 보여줄 때 우리가 권력을 보은 시선도, 진실을 볼 수 있는 눈도 제대로 작동한다고 보았다. 완장이라는 말에 거부감이 생기고 권력의 속성을 마주하는 데 불편함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역시 우리의 모습이다.” P 87

 

 

전쟁을 치르며 살았던 우리 나라사람들은 그 전쟁 통을 이겨낼 히어로들이 필요했고, 배고픈 현실을 벗어날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가족 구성원이 필요했었다. 모질게 살아왔던 시대를 견디고 어떤 이들은 개천에서 용이 나듯 멋진 직업을 가지며 출세를 할 수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그 출세란 성공이라는 개념과 다르게 권력의 아귀를 질 수 있다는 상위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출세라는 것은 개인의 권력이 아니라 집단의 권력의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출세 한 자식 때문에 울고, 그 자식이 잘못되면 부끄러워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한 가족들의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게 느낀다.

 

“ 한국인의 출세는 나 혼자 움직이는 게 아니라 집단이 움직인다. 이래저래 출세라는 말에는 한국인의 집단심리가 담겨 있다. 한국인의 출세 이야기가 종종 드라마로 만들어져 장사 되는 게 이해된다.” P162

“출세가 가문의 영광인 전통은 늘 양날의 칼과 같다. 잘못해서 그 손끝에 배어나간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가족의 이름으로 출세를 이루었을 때 개인은 공정함과 균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P175

 

 

 

우리가 생각하는 <출세>라는 것은 무엇일까. <유시민>과의 대화에서 나는 많은 깨우침을 얻었다.

장관으로서 공직 사회의 리더였지만 그는 이 사회가 원하는 출세한 사람의 모습과 다른 방법으로 길을 걸어왔다.

“ 출세를 위한 이들이 불합리한 낡은 제도하는 그게 자기 이익이 되면 지키려고 하고 그리고 약자를 억압하는 낡은 사고방식을 그냥 고집하려고 하는 그런 사람들이 권력을 잡아야. 많은 경우에 이런 사람들이 출세한다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출세를 부러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출세한 사람들에 대해 존경하지 않죠.” P333

 

출세한 이들이 이 시대의 리더들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진정한 리더들이 해야 할 덕목들을 알고 있는 것일까.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인 리더들이 널리고 널려 있다. 그들의 출세의 기반이 되었던 많은 이들을 그들의 권력을 위해 희생하며 살고 있다. 진정한 리더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

“윗사람의 헛기침 소리는 듣지만, 아랫사람의 곡소리는 듣지 못하는” P340 그런 리더들 때문에 출세라는 말이 더욱더 부정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출세를 하기위해 동분서주 한다. 그렇다면 출세한 이들이 말하는 출세의 이유는 무엇일까. 오래전에는 열악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노력했던 이들이 출세를 했다면 요즘에는 개천에 용이 나지 않는 현실이 되었다. 돈을 들이지 않으면 요즘은 공부를 할 수 없는 사교육의 시대가 되지 않았던가. 유시민의 우문현답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인다.

 

“ 출세라하려면 노력하는 거죠. 남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려면 노력하는 수밖에 없고 너무 마음이 급해서 출세를 빨리 높게 하려고 이렇게 준비하고 노력하는 것보다 더 서둘러서 편법을 쓰게 되면 꼭 후과가 있습니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거든요. 미리 충분히 준비하고 노력하지 않는 출세를 하게 되면 반드시 동티가 납니다. ” P343

 

내가 가장 좋은 말은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의 [등가 교환의 법칙]이다. 뭔가를 얻고자 하면 그게 따른 희생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루에 500페이지를 읽고 외우기 위해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반찬을 잘게 잘라 밥에 비벼 먹으며 공부했다는 고승덕 변호사의 일화를 보더라도 얻고자 하는 것을 위해 노력하고 희생해야 할 시간이 있는 것이다.

자기 계발서를 통해 늘 느끼는 것이지만 제발 우리의 리더들이 진정한 리더가 되기 위해 독서를 많이 해 줬으면 좋겠고 그들의 마인드가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출세만세>를 읽으면서 그 마음은 더 간절해졌다.

오랜만에 별 다섯 개짜리 책을 읽은 것 같다. 비록 나에게는 그들이 가진 <출세>라는 것이 없을지라도 진정한 리더를 골라내는 생각의 사고는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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