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 Just Stories
박칼린 지음 / 달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전 방송된 <황금 어장>의 ‘무릎팍 도사’에 박칼린이 나오면서 최고의 시청률의 기록을 세웠다는 기사를 보았다. 국민의 동생인 김연아와 비가 나왔을때보다 높은 시청률이었다니 그녀가 2010년을 어떻게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각인시켜 놓았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시청률 때문이 아니라 뮤지컬은 일 년에 한두 번 봐야 많이 보는 본인이지만 뮤지컬을 본 다고 한들 각본에는 관심이 가졌지만 정작 중요한 음악감독이 누구인지 주의력 있게 살피지 않은 나에게도 그녀의 카리스마가 가슴 깊게 다가왔으니 그녀에 관한 관심은 시청률의 몇배는 극에 달할 것으로 생각한다.

 

<남자의 자격> 하모니편을 통해 그녀를 처음 만나게 되는 많은 시청자들은 그녀의 독특한 삶이 많이 궁금했을 것이고 텔레비전을 통해 보여준 그녀의 따뜻하고 심성 깊은 카리스마에 푹 빠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단원을 뽑기 위해 오디션을 보면서 출연진들과 나눈 얘기들은 많이 인상적이었다.

“노래를 잘 하는 사람도 중요하지만,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오는가, 이곳에 어울릴 수 있는 조화력을 가졌는가를 보고 있다는 말에 뭔가 좀 다른 사람이구나 싶었다.

책을 통해 더 잘 알게 된 그녀의 어머니의 고향, 리투아니아. 그리고 한국의 아버지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온 세 명의 딸이 있는 그녀의 가족 얘기와 그녀의 삶을 얘기해주고 있는 책 <그냥>을 읽으면서 사실 좀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그녀의 유명세를 통해 출판된 듯 한 조금은 조잡해 보이는 편집. 4부까지 나눠지기는 했지만 사실 4부까지 나눠 놓은 섹션의 구분이 좀 모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족이면 가족에 맞는 부분. 그녀의 삶을 흩어주는 부분. 그리고 그녀의 삶을 스쳐간 사람들, 그리고 그녀가 사랑하는 것들로 나눠진 것 같기는 하지만 명쾌하고 확실할 것 같은 그녀의 성격과 달리 출판된 책은 모호하고 두서없이 보여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 책을 읽는 목적이었으니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인터넷 서점에서 봤을 때는 칼린이 하늘로 뛰고 있는 것 같은 사진이었는데 9살의 칼린이라고 한다. 어머니가 심어 놓은 수십 그루의 장미들을 하늘로 날리고 있는 어린 칼린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그녀는 어릴 때도 참, 예뻤구나 하는 부러움도 들었다. 하지만 그런 부러움은 책을 읽으면서 수없이 더 많이 들었다.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그녀가 부러웠다. 그리고 첼로를 공부 할 수 있었던 그녀의 여건도 참 부러웠다. 한국과 미국, 어머니를 따라 중국에서 살기도 했던 칼린의 다국적 생활환경으로 이뤄진 자유분방함에서 오는 철학적인 사고와 그녀를 따르는 사람들의 의리들도 참 부러웠다. 그녀의 룸메이트들과 그녀가 마음을 편하게 하기위해 무작정 떠난다는 구름여행 (구름 여행은 가방에 꼭 필요 한 것만 챙겨 내비게이션이 없이 종이 지도 한 장을 가지고 구름을 따라 국도로 여행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그녀의 친구들과 그리고 그녀의 사랑하는 삽삽개 해태와 함께. 해태는 너무 사랑스럽다.)은 부럽지 않았다. 나도 많이 해 봤으니까. 그래서 그녀의 구름 여행의 그 묘미를 너무 잘 알고 있다.

 

간혹 드라마를 보면 위기에 처하거나 혹은 어떤 삶의 한 정점에서 꼭 은인을 만나서 주인공이 성장하는 부분이 나올 때마다 참, 작위적인 설정이다 싶을 때가 많았는데 칼린은 그런 사람을 기다렸다는 듯 만나게 되는 것 같다. 첼로를 켰고 연주회를 가진 그녀가 소리를 사사 받았다는 것조차 참 놀라웠다. 문득 내 주변의 어떤 사람이 나에게 이런 구세주 같은 사람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다시 한 번 스쳤던 사람들을 떠올려봤다.

 

그녀를 만났던 사람들 중에 가장 부러운 사람은 조승우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녀를 자신의 어머니의 고향 리투아니아에 대려다 준 송일곤 감독. 그녀를 누나라고 부르는 장준환 감독의 인연 또한 남다르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 딴 나라 사람같이 느껴졌던 것은 그녀의 특이란 이력을 통한 그녀의 주변 사람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의 일상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한국 토종개 삽삽개를 키우며 사는 그녀의 삶. 생선뼈와 콩나물을 조린 음식을 좋아하고 그것 때문에 사람을 얻고, 좋아하는 뉴발란스 운동화를 다시 찾을 때의 기분을 표현하는 방법이나 너무나 한국적인 것들을 사랑하는 그녀는 장준환 감독이 부르는 그 호칭에 딱 맞는 것 같다. “누나”

 

재능 있는 사람을 골라 캐스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역에 맞는 사람으로 재능을 키워주는 것이 진정한 캐스팅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표현이 가슴에 와 닿는다. 역시 멋진 여자다. 그녀 때문에 나는 나이를 먹는 것이 두려워지지 않게 되었다. 더 멋지게 나를 가꾸며 사는 것을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