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매일 글 쓰기 [아직 어른 되기 멀었나]




7월 첫 주가 중고등 아이들 시험이었다. 그 시험을 위해 3주 정도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출근해 시험 대비를 했다. 시험을 잘 봐야 아이들이 학원을 계속 다닌다고 생각하니 주말 반납을 아쉬워하면 안됐다. 중학교 때는 매번 백점을 받다가 고1 올라가 처음 치른 중간 고사때 3개를 틀린 회원이 속상해 했었는데 기말은 1개를 틀렸다. 오른 성적에 좋아했는데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다. 성적이 올라 다행이라며 올영 기프티 카드까지 보내며 아이를 격려했다. 그렇게 삼일이 지나고 회원 모가 전화가 왔다. 학원을 그만두겠다고.



나는 당황스러웠다. 성적이 떨어졌으면 당연히 학원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 할 텐데 성적도 올랐는데 왜 그만두는 것일까. 무엇보다 왜 그만두는지 회원모도 모른다고 했다. 무조건 안 다니겠다고 했다고. 아니 이렇게 무조건 안가겠다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보내준 기프티 카드는 왜 받았지? 성적 올라 너무 좋다. 방학에는 2학기 준비 더 잘하자 했는데, 알겠다고 대답할 때는 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은 그럴 마음이 없는데 학원 쌤은 혼자 흥분하면서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선생님 헛물켜지 마세요. 아니 선생님 왜 혼자 난리? 뭐 이런 느낌이었을까?




일주일의 시간이 지난후 나름의 이유를 찾아보았다. 그 학원생과 같이 다니는 한 학원생이 떠올랐다. (우리 학원은 국영수 모두 하는 학원이다) 걔는 영어만 다니는 회원인데 국어 시험은 늘 백점이라고 했다. 가끔 걔가 자긴 국어 공부 안 해도 공부 잘한다고 얘기를 하고 다녔고 그 회원이랑도 이런 얘기를 많이 했었다. 그때 나는 걔와 친한 회원이 자신은 공부를 해도 백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차라리 공부를 하지 않고 지금의 점수를 받는 것이 나을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 생각해 보았다. 난 공부 안 해도 이정도 점수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어깨 뽕을 받고 싶은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얘기를 동료 학원 쌤들과 하며 나름의 통찰력을 지녔다며 잘난 척했다.





아니었다. 나의 오해였다. 학원을 그만두는 그 회원은 나 때문에 그만두는 것이었다. 어느날, 지정된 시간에 와야 하는 회원은 학교에서 탁구를 치다가 늦게 온 적이 있었다. 국어 수업이 끝나고 영어 수업으로 교실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회원에게 오늘은 국어 수업을 조금만 하고 영어 교실로 이동하라고 얘기했었다. 내가 늦어지면 영어 쌤도 수업이 늦어지기 때문에 늘 신경이 쓰였던 부분이라 내가 조금만 하고 영어 수업을 더 하라고 보냈다. 그때 회원은 생각했었다고 한다. 우리 부모님이 주시는 귀한 수업비에 맞춰 수업을 하고 가야 하는데, 저 학원 쌤이 다 가르쳐주지도 않고 자신을 다른 교실로 보냈다고. 이런 얘기를 영어쌤과 하는 것을 원장이 들었고 그 얘기를 오늘에서야 나에게 전달되었다.




본인이 늦게 오고 본인의 시간만 중요하고, 시험대비 때마다 한 달 정도를 주말에 나와 수업을 해주는 그 시간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 마인드에 화가 났었다. 그러다 생각했다.


아, 참 부끄럽구나. 동료 쌤들에게 학원을 그만두는 이유에 나는 포함은 하지 않고 다른 이유들만 찾으며 얘기 했구나. 왜 나 때문이라는 생각은 안했을까. 책을 많이 읽으면 뭐하나, 이렇게 성찰도 못하는 지적 허영심을 가져 뭐하나. 어제 잠을 못 잤다. 사실 그 불면에는 나를 반성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회원의 원망과 이 얘기를 안 해 주고 내 잘못은 생각도 안하고 회원 책임 얘기 할 때 가소롭게 나를 보았을 영어 쌤에 대한 원망이 있었다. 그러니까 책을 읽으면 뭘 하냐고. 내 잘못은 생각도 못하면서.




얼마전에 끝난 드라마 [졸업]을 보면서 나름 가슴에 와 닿는 대사가 있었다.




“애들은 시험을 잘 봐도 학원을 그만둬, 왜? 본인이 잘나서. 시험을 못 봐도 그만둬. 왜? 선생이 무능해서”

학원 선생을 하겠다는 위하준에게 정려원의 충고였다. 학원생들에게 정을 주지 말라며. 그 이야기에 한숨이 길게 나왔다. 부끄럽고 화도 나고 분노도 이는 이 감정으로 휴가가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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