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시나리오 - 어떤 말은 삶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김윤나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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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지향에서 내부 지향 시나리오로 바꾸는 법 [말의 시나리오 -김윤나]

“ 사람의 말에는 시간이 산다.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의 흔적, 즉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고 또 무엇을 간절하게 바랐는지가 고스란히 묻어 있다.” P53

나는 전화로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목소리란 얼굴과 다를 때가 있기 때문에 오해가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서로가 풀어야 할 오해가 생기는 과정의 이야기라면 절대로 전화로 감정을 전하는 것을 지양하고 말을 아낀다. 만나고 나서 서로의 얼굴과 지난밤 나름 정리된 감정으로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렇게 처리해도 문제가 남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안타깝지만 그때는 뭘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 사람들과 더 이상의 감정을 소비하고 싶지 않다. 

[말의 시나리오]에서 저자는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두 가지의 패턴이 있다고 한다. 타인에게 맞춰서 말을 하는 타인지향 시나리오, 그 반대는 내부지향 시나리오가 있다고 한다. 타인지향 시나리오에 맞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내부지향 시나리오로 바뀌어야 하며 그 과정은 어떻게 이뤄줘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타인지향 시나리오를 가진 사람들이 삶과 관계에서 균형을 찾고 대화할 때 편안해지고 유연해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총 4장으로 구성된 책에서는 제 1장에서는 나와 말의 불편한 관계에 대해 모색한다. 2장은 내 말은 왜 나답지 않은지 살피고 제 3장은 그렇다면 말의 시나리오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렇게 하여 제4장에서는 말이 멈추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저자의 여러 사례를 보여준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좀 놀랐던 부분은 “내면이 강하고 단단한 사람은 도와 달라는 말을 억지로 참지 않는다. ‘이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까?’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P32 

보통 이런 얘기를 자주 하는 지인이 있었는데 주변에서는 그에게 자존심이 없는 나약한 사람이라는 뒷말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단점이 약점으로 바뀌어 상처로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는 곳이 사회이기 때문에 도와 달라는 것은 약점을 보인다는 것과 같이 보이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이런 면이 알려진다고 해도 그것을 받아드릴 용기가 있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게 반응했던 그를 떠 올려 보니 그는 자존감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었다. 

타인지향 시나리오를 가진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들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느라 자신의 내적 신호와 기준을 무시하는 각본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P63)타인의 감정과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고 남들에게 인정받으며 정서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기를 외면하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타인지향 시나리오를 가진 사람들의 말에는 자기감 (sense of self)이 결여되어 있고 그들의 말에는 자기가 말려나 있거나, 사라져 있다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특히 타인지향 시나리오 사람들 중 인정 시나리오를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에게는 특정한 말들이 있다. 

: 잘 한다 , 역시 대단해 같은 말을 듣지 못하면 불안하다. 

: 스스로를 뽐내기 위한 말과 행동을 보인다. 

: 외모, 돈, 성공, 지위 등에 대해 자주 언급한다.

: 나는 네 편이야. 네가 좋아라는 말을 듣기 위한 말과 행동을 한다. 

: 타인의 무관심과 비판의 말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 P107

동료 한분이 이런 타입이다. 뭘 하든 칭찬을 해줘야 한다. 같이 점심을 먹고 커피를 하나 타줘도 칭찬을 해줘야 한다. 당신이 타준 커피가 너무 맛있다. 네가 최고다로 마무리가 되지 않으면 계속해서 질문을 한다. 내가 최고지요? 누군가 새로운 옷을 입고 오면 자신이 입으면 더 예쁠 것이라고 얘기하기도 하는데, 어느 날부터 나는 그녀에게 칭찬의 말을 하지 않는다. 엄지손가락을 치켜 보이며 응수하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그녀가 보인 이 인정욕구가 넘치는 행동은 타인지향 시나리오에 해당 될 것 같다. 

작년인가, 강기훈 유서 대필사건으로 검찰에게 왜 사과를 하지 않느냐는 최강욱 의원의 질의가 있었는데, 결국 그들은 사과를 하지 않았다. 상처받고 고통 받았던 사람들만 괴로움 속에 살게 되었고 그들은 사과라는 것을 전혀 하지 않았다. 왜 그들은 사과를 하지 않는 것일까. 

“사과하지 못하는 특성은 그 사람의 약한 자기감과 깊은 관계가 있다. “미안합니다.”라는 말이 자기감과 자존심을 훼손한다고 믿는 사람은 그 말을 피하고 싶어 한다.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자기 결함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121

물론 대단한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검찰들이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혹시 주변에 사과를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잘못한 것을 잘못 했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불쌍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타인지향 시나리오에서 내부지향 시나리오로 방향을 바꾸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그중에 하나는 시간을 재편하는 것이다. ‘채움’과 ‘비움’의 균형. ‘함께’와 ‘혼자’의 균형, ‘타율’과 ‘자율’의 균형, ‘나’와 ‘너’의 균형을 맞추는 관점에서 시간을 조정 할 수 있다. P178

나의 말이 떠돌지 않고 안에서 만들어지기 위한 생활시간을 재편하여 안정된 자기감을 갖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분에서 매일은 힘들겠지만 일주일 정도의 시간표를 짜 보는 것도 좋을것 같다. 주말은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으로 만들어 놓거나 그러지 못하는 경우에는 최소한 나를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서 충족시킬 만한 것을 찾아야 한다. 

“남의 눈치를 보느라 제 말을 단속하지 않고, 남의 마음을 살피느라 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지 않기를 나 자신을 더 알아가는 데 시간을 사용하고, 더 나답게 하루를 보내기를. 

그래야 말이 당신을 닮아 간다. 한결 편안해진다.“” P257

나이를 먹으니 어는 장소에서 웃고 떠들며 설쳤던 모습이 없어진다. 말을 꺼내기가 어렵고 많은 말들을 하고 싶지가 않아진다. 나도 나에게 조금 더 편안해진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놓고 싶다.

사실 이 책은 이런걸 알고 싶어서 읽는 것이 아니었는데 좀 다른 형태의 책이었지만 나름 타인을 이해하는 여러 방법을 알게 되었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들을 언젠가 멀리하는 일이 있겠지만 그전까지는 내 울타리에서 나를 버리지 않는 한 좀 더 이해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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