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은 아이들과 독서 수업을 한다. 어쩌다가 모이게 된 그룹이라 처음에는 큰 의미가 없었는데, 일 년 정도 모이니까 아이들끼리의 끈끈한 정도 생기고 서로 챙겨주고 안 오면 궁금해 하고 많이 친해져서 가끔은 내가 없어도 자기들끼리 얘기하고 토론도 한다. 어느 날은 나에게 그냥 뒤에 앉아 있으라고 할 때도 있고 그걸 지켜보는 것이 즐거울 때가 많다. 아이들을 보면서 또래 문화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낀다.



오늘은 지진에 관한 책이었다. 동일본 지진에 관한 얘기를 해주며 그때 많이 늘어난 미니멀 리스트들에 관한 얘기도 해줬다. 극한 미니멀을 실천하고 있는 어느 한 남자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욕실에 잘 접어 놓여 있는 수건이 그 남자에게는 없다. 소창으로 만들어진 수건 한 장이라는 얘기에 아이들이 믿을 수 없다며 소리 지르고 웃었는데, 그때 아이들에게 물건이 없는 삶은 어떤 것인가 생각해 보자고 했다. 지진으로 시작된 미니멀의 삶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어려운 이야기로 전개된 토론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일주일간 하루에 하나씩 물건을 버려야 한다면 어떤 것을 버릴 것인가 생각해보자고 했다. 그 버린다는 행위는 쓰레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기부나 누군가에게 주는 행위라고 얘기해줬더니 아이들의 고민은 더 커졌다. 쓰레기라고 생각하고 처음에 아이들은 음식물 쓰레기까지 써서 다시 버린 다는 행위에 대한 정리를 했다. 10분 동안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해 줬다.




나는 첫 번째 추억이 담겨 있었던 사진첩과 졸업 앨범, 상장, 여행지에서 사온 기념품을 버리겠다고 이야기 했더니 아이들이 난리가 났다. 추억을 다 버리면 어떻게 하냐고 그러면 안 된다고 한다. 왜 안 되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소중한 시간을 버리는 것이라고 만류 했다. 웃으며 알았다고 얘기 했지만 사실 나는 2년 전 이사를 오면서 앞에 얘기 한 것들을 버리고 왔다. 가끔 초중고 친구들의 사진첩을 모두 버린 것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괜찮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나의 행동을 이해 못한다며 절대 버리지 말라고 말리겠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 아이들을 생각하며 웃음이 난다. 현관 입구부터 들어차 있는 새로 산 운동화들에 한숨도 나온다. 오늘 아이들이 집에 왔다면 이 신발들부터 버렸겠지. 어제 도착한 신간 책들이 식탁에 쌓여져 있는걸 보며 정말로 내가 버려야 할 것들이 어떤 것들인지 적어봐야 겠다. 아이들과 다음 주에 정말로 뭘 버렸는지 다시 한 번 얘기 하자고 했는데, 고민이 된다. 소중한 것은 남겨 놓고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고민의 한주가 시작되었다. 고민되는 봄 밤이 싫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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