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나버린 엄마의 생일 케이크를 찾아왔다. 엄마가 좋아하는 케이크로 주문을 넣었는데, 정작 엄마는 생일 케이크 맛을 보지 못하셨다. 주인을 잃은 케이크는 제 값을 하는 맛이었고 다음에 또 주문하고 싶은 맛이었다. 그래서 슬픈 케이크였다. 



새벽, 응급실로 들어간 엄마의 보호자로 들어가기 위해 코로나 검사를 처음 받았다. 다소 당황스러운 순간이 두 번 지나가고 나서 세 시간 이후에 음성이라는 소식을 접하고 엄마와 함께 병실로 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이틀 엄마 옆에 붙어 나는 처음으로 간호라는 것을 했다. 30년 전 수술을 하셨던 엄마의 간호는 나의 몫이 될 수 없었고 그 이후 입원 한번 없이 건강하게 사셨다. 처음으로 환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엄마 옆에서 잠깐 졸거나 뜬 눈으로 이틀 지난 후 간병인 선생님에게 인계 후 집으로 돌아와 절망했다. 엄마가, 이제 내가 알던 그 엄마는 이제 없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엄마는 갈수록 낯선 엄마가 되었다. 한 달 동안 엄마의 가슴에 저런 역정이 있었다는 것에 놀랍고 당황스러웠다. 어떤 문제가 있어도 이성적이셨던 엄마가 저런 감정적인 모습만 하루 종일 보이는 것에 동생이 울며 전화를 했다. 감정 기복이 심해지며 화를 내는 엄마의 말에 속에서 천불이 났다가 꺼졌다가 한다고.


나는 모든 것들을 잊고 싶어 책을 읽었지만 잘못된 선택이었다. 하나도 읽을 수 없고 사소한 말들도 귀를 거치지 못하고 사라졌다. 하지만 때로는 웃기도 했다. 그렇게 웃다가 내가 이렇게 웃어도 되는 걸까, 그런 생각에 웃음이 눈물로 바뀌기도 했다. 그렇게 나도 엄마처럼 감정이 조율이 안 되고 있다. 그래도 웃어야겠지. 엄마, 늦었지만 생신 축하해요. 라는 말을 하며 전화를 했다. 엄마는 오랜만에 예전의 엄마로 돌아와 웃으셨다. 엄마, 우리 서로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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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1-03-13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웃으셨다.˝ 이 대목에서 안도가 되네요. 얼마나 힘드셨을까요. 쾌유를 바랍니다.

2021-05-22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13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후즈음 2021-05-22 23:49   좋아요 0 | URL
답글이 늦었네요. 감사합니다. 힘든 시간이 잘 지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