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빵의 위로
구현정 지음 / 예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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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환영 [유럽, 빵의 위로]



독일에 오랫동안 여행했을 때 가장 좋았던 순간은 기차를 타는 것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다른 지역으로 가기위해 플랫폼으로 들어서기 전에 꼭 사야 하는 것이 두 개가 있다. 커피와 브레첼이었다. 굵은 소금이 박혀 있는 담백한 빵인 브레첼은 처음에는 참 맛 없는 빵이었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계속 먹고 싶은 빵이었다. 1유로도 안하는 싼 값에 처음 선택했던 브레첼이 이리도 맛이 있었다는 것은 때로는 외로웠던 독일 생활중 가장 반가운 만남이었다.


 

다른 도시로 출발하기 전 도너츠와 커피의 짝꿍처럼 나에게는 브레첼과 커피가 짝꿍이었다. 천천히 출발하는 기차에 앉아 유난히 높은 하늘과 넓은 들을 보면서 내가 지금 여행중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간혹 다른 빵들도 챙겨서 기차에 올랐지만 이상하게 브레첼이 주는 여행의 맛이 없었다. 한국에서 먹어보지 못한 그 나라만의 그 향기가 가장 많이 들어 있다고 느낀 빵은 브뤠첸도 아닌 브레첼이었다. 그 브레첼을 먹고 있으면 독일을 떠돌고 있는 나의 현재가 행복했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 브레첼를 몹시도 그리워했다. 어쩌다 들어온 굵은 짠 소금에 화들짝 놀랐지만 이내 침으로 넘어가고 부드러운 빵속은 놀란 혀를 위로하는 시간을 어떻게 다시 느낄 수 있을까. 새벽 기차에 홀로 앉아 있었던 그 푸른 시간은 눈 감아도 그려지는 풍경이었다.


 

<유럽, 빵의 위로>에도 브레첼 얘기가 나온다.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는 맥주 안주에도 좋은 브레첼은 부드럽거나 딱딱해도 좋은 빵이었다. 저자가 유럽에서 만난 빵의 위로는 내가 만났던 그 시간을 회상했다. 그때 그 빵을 들고 걸었던 그 좁은 골목이 떠올랐고, 그날 있었던 그 향기까지 나서 힘들었다. 저자가 만난 유럽빵들은 내게도 이런 기억들을 쏟아냈다.



이런 빵이 뭐가 맛있다고 궁시렁거리며 입천장이 까지게 먹었던 파리의 바게트며, 왕소금이 이 사이에 끼어서 한참을 물을 마시게 했던 브레첼, 벨기에의 그 와플이 뭐라고 먹었던 와플의 바삭함, 겹겹이 뜯어 먹으며 즐겼던 크루아상, 상제리제 거리에서 맛보았던 라듀레의 마카롱, 로텐부르크에서 먹었던 단단한 달콤한 슈나벨, 유럽의 첫 도시였던 비엔나에서 먹었던 머리까지 띵하게 했던 진한 초콜릿의 자허 토르테, 스페인 톨레도에서 기차를 기다리며 목마르게 먹었던 마지판들. 여행의 고된 발걸음은 때로는 즐거웠던 모든 순간에 반짝였던 그 빵들이 주는 잠깐의 위로는 언제나 환영한다.


 

빵 때문에 다이어트가 어려운 나는 전국 5대 빵집이라고 불리는 곳을 모두 다녀왔었다. 각 지역마다 유명한 빵들을 먹으면서 또 그때의 시간들을 지인들과 공유 했었다. 유독 빵에 밭이며, 야채가 많이 들어간 한국빵은 주식보다 간식으로 많이 먹지만, 유럽의 빵들은 주식의 개념이 있으니 더 담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였는지 유럽이 빵이 사실 아주 맛있다고 느껴진 적은 많지 않았다. 무엇인가 함께 곁들여 먹어야만 했던 빵들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유독 기억에 남는 빵은 많지가 않다. 하지만 내게 그 어떤 것도 필요 없이 오로지 맥주와 브레첼만 있다면 그날은 다 필요 없다. 물론 커리부어스트가 있다면 더 금상첨화이겠지만. 독일이라는 나라가 유독 많은 기억이 있는 것은 내가 그간 머물렀던 유럽의 도시 체류 기간이 가장 길었기 때문이다. 그래서들 다들 한 달 살이를 하는것 같다. 어서 빨리 그런 기회가 또 와 주었으면 좋겠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아무 걱정 없이 브레첼을 들고 기차를 타기위해 그 독일의 작은 도시에 설 수 있을까. 매일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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