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학급에서 막 시험을 치른 후였다.

50점 이상은 교실에, 50점 이하는 복도로 나가라고 선생님이 말하자

한 학생이 물었다.

 

"딱 50범인 사람은 어떻게 해요?"

" 문틈에 끼여 있어. "

 

이는 우스갯소리지만 삶 자체가 어쩌면 문틈에 끼여 사는 일이 아닐까.

기쁨과 슬픔의 문틈에 끼여 사는 일.

 

시간 창고로 가는 길 ( 박물관 기행 산문) 中 _ 신현림

 

   

 

 

 

 

 

 

 

 

 

 

 

 

한때 나는 아픈 날과 멀쩡한 날 사이에 끼어 살았었다. 일 년에 위경련으로 응급실을 5번 이상 찾은 해도 있었다. 멀쩡한 날에는 음식을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는 그 경고를 잊고 설치면서 살아서 또 병원을 찾았다. 어느 날 응급실에 갔더니 레지던트가 엑스레이도 찍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담낭쪽 문제 같다고 얘기했다. CT를 찍고 검사를 하자 담낭에 아주 많은 돌이 담겨 있는 것이 보였고 결국 수술을 했다. 그 후 위경련으로 응급실을 찾는 일은 없어졌다. 건강 할 줄 알았던 그 몇 해가 지나고 있어야 할 것이 없어선지 소화력을 잃은 몸은 다시 헐떡이고 있다.

 

 

 

 

 

 

내가 이래서 그런가, 고양이 루키도 조금 아프다. 전 주인이 알레르기로 못 키우겠다며 거의 버리겠다는 무책임한 말에 지인이 열 받아 인계 받았고 결국 나에게 왔다. 고양이를 키우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었지만 그 시기를 정하지 못해서 온 루키는 나에게 숙제 같은 존재였다. 매일 매일 고양이 관련 서적을 읽고 공부했지만 녀석에게 생기는 바이러스성 감기를 고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집에 온지 딱 한달이 지날때 재채기를 시작했고 약을 먹으면 늘 그때만 좋아졌다. 그리고 재채기와 함께 기침도 했다. 그렇게 약을 먹으면 좋아지고 안 먹으면 또 시작되는 날을 3개월 맞아 드디어 루키의 중성화 수술 날짜가 되었다.

 

피검사를 한 루키는 수술 불가 판장을 받았다. 그동안 스테로이드 계열 약을 많이 먹어서 루키는 간수치가 높아 마취에 위험할 수 있어 간수치를 내리를 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요즘 밤마다 열리지 않는 베렌다 문을 향해 우렁차게 울리는 고양이 소리는 분명 발정난 소리가 확실했다. 문을 열어 달라고 우는 소리에 깜짝 놀라 어르고 달래 한참을 놀아주면 다시 잠잠해지는 날들을 간수치 떨어지는 이주일 동안 해줘야 한다.

 

 

 

요즘 나의 삶은 고양이가 발정한 시간이 그렇지 않은 시간으로 나눠져 있다. 루키가 발정을 멈추고 잠을 자면 나도 일을 하고, 발정이 나서 몸부림치면 팔 떨어지는 무한 낚싯대를 흔들어줘야 한다.

 

 

 

 

 

 

 

봄이건만, 고양이 루키는 봄에 많이 일어난다는 발정으로 힘들어 하고, 주인은 잊고 있던 응급실행이 시작될 위경련으로 봄의 문틈에 끼어 있다. 이렇게 봄이 가버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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