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일 화요일입니다. 오늘은 날씨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겨울 날 같은 느낌은 듭니다. 계절 별로 햇볕의 밝기나 느낌도 다른 것 같은데, 기분 탓일지는 모르지만 오늘의 햇빛은 어쩐지 온기가 조금 부족하고 건조해 보입니다. 그건 만져보아야 알 수 있는 것들이니까 정말 기분 탓일거예요.^^

어제 저녁에는 엄마와 심한 말다툼을 했습니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두고 엄마가 많이 속상해하셔서, 그 이후의 일들을 저는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사람은 한 집에서 살아도 매일 얼굴을 보고 말해도 실은 모두가 다른 사람이고, 속마음도 하는 말의 의미도 다 알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이라서 실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사실 저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아는 부분이 많지 않으니, 내가 아닌 사람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 잘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어쩌면 때로는 오해나 서운함 그리고 불필요한 말다툼을 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건 아프게 닿는 순간의 상처를 남깁니다.

좋지 않은 것에 대해서 화를 내는 대신에, 나는 이게 불편하다, 이게 좋지 않다, 나는 기분이 좋지 않다, 말할 수도 있습니다만, 저도 한계가 될 때까지 말을 꺼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게 나중에 커다란 감정의 화산폭발처럼 나타날 때도 있지만, 그건 너무 큰 재해가 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 않다면 그 생각 대신 다른 생각을 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최대한 그것이 내 문제인가 고민해보고 내 것이 아니라면 잘 지나갈 수 있도록 애씁니다. 내 것이라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합니다. 조언을 듣거나, 또는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 상대방에게 사과를 합니다. 그 사람이 받아줄 수 있을 때까지 여러 번 하지만, 때로는 그렇다고 해도 상대가 그것으로도 마음이 편해질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도 압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한 사과하는 것은 그 사람이 내게 소중한 사람이고 잘못된 말로 상처받았지만 빨리 아물기를 바래서입니다.

하지만 그러고 돌아서면 가끔은 내 상처도 돌아봐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요즘은 듭니다. 늘 내 상처를 잘 돌아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상처가 잘 아물지 못하면 그 부분이 살짝 닿아도 너무 아프게 느낄 수도 있고, 더 나쁘면 아픈 것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될 지도 모릅니다. 너무 아프게 느끼면 필요이상 다른 사람의 말을 예민하게 들을 수 있고, 아픈 것을 느끼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의 아픔도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에 잠을 못 잤습니다. 엄마도 편안하게 주무시지는 못했을 것 같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직 저도 다 이해는 못하지만 그래도 엄마를 속상하게 해드린 것에 대해 용서를 구했습니다. 어디가 그렇게 속상했는지 들었는데, 무시당하는 것만 같아서 화가 나셨다고 하셔서,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지만 얼마나 마음 속의 생각이 전해졌을지는 모릅니다. 용서를 구했으니 저도 마음이 편해져야 하는데 아침에 들었던 모진 소리가 남습니다. 그래도 오늘 아침에 잘 한 건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가까운 사람 사이는 때로 참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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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3 1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3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3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1-03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7-01-03 11: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는(지금도?)쌓아두고 있다가 한 번에 터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상대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고 난 후엔 고치려고 했습니다만. 고쳤는지 여부는 아마 아내가 알겠지요? ^^ ㅋ

서니데이 2017-01-03 12:04   좋아요 2 | URL
참았다가 터지면 상대방에게도 좋지않고 자신에게도 좋지않은은 습관같아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잘 지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네. 아마도 가족분이 말씀하시면 더 맞을수도 있겠지만 겨울호랑이님이 생각하시는 것도 맞을 거예요. ^^
겨울호랑이님, 점심 맛있게 드시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고맙습니다.^^

책읽는나무 2017-01-03 1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족은 편하고 내편이다라고 생각되어지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말에 대한 상처를 많이 받게 되는 것같아요ㅜ
부모로서의 자존심이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종종 자식에게서 내가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자식입장에선 분명 그뜻이 아닐진대 부모입장에선 또 그게 그리 느껴지게 되구요!!
그게 가족인가?싶기도 하다가 그러면서 또 풀어나가는 과정이나 결론들을 보면 이래서 가족이군!!
느껴지기도 하구요.
암튼 며칠 마음이 편칠 않으시겠어요.
마음 잘 다스리시어 부모님께 잘해드리세요^^

서니데이 2017-01-03 17:4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입장의 차이, 개인의 자존감, 그날의 피로감 그런 것들이 모두 작용하는 것 같아요. 아침에 다시 들으니 어제는 잘못한 게 없었는데, 왜 저러실까 저런 말을 하면 좋을까 싶은 기분도 들었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이해하기에 힘든 것 같아요. 참 어렵더군요.
책읽는나무님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녁 맛있게 드시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7-01-04 14: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니데이 님~^^
여자는 참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우는 시기를 거치는데,
그 중에서도 갱년기는 참 지독하답니다.
서니데이 님 어머니도 갱년기를 건너가시느라 그런게 아닐까 싶은데,
무조건 어머니를 편들어 드리고 맞춰드리는 것밖에 방법이 없을듯 합니다.
지금 어머니가 느끼시는 무시 당하는 느낌, 상실감 따위는 대상도 없고 실체도 없는 것이니,
서니데이 님의 살가움 만이 해답일 듯 합니다~^^

2017-01-04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꽃보다금동 2017-01-04 18: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족의 두 얼굴 책 두번 읽었답니다. 힘든 시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어른이 될수록 가족과의 관계가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저는 떨어져 살지만, 같이 살면 더 어려운 상황들이 많을 것 같아요.
서니데이님도 저 책이 도움되길 바라요.

서니데이 2017-01-04 20:18   좋아요 0 | URL
꽃보다금동님도 저 책 읽어보셨군요. 이 책은 가족은 화목한 것이라는 고정된 생각과는 달리 실제로 우리가 만나는 가족간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점이 있는 책 같습니다. 힘든 시기에 읽고 도움이 된 책은 조금 특별한 느낌으로 남을 것 같아요. 저도 나중에 한 번 더 읽으려고요. 도움 되길 바란다는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