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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의 시간 - 도시락으로 만나는 가슴 따뜻한 인생 이야기
아베 나오미.아베 사토루 지음, 이은정 옮김 / 인디고(글담)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오늘 점심 맛있게 드셨나요. 아침을 먹지 않은 날에는 점심시간이 기다려지기도 하고, 매일 먹는 점심밥 오늘은 어떤 걸 먹을까, 생각해볼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학교 급식도, 구내식당의 점심도 매일 같은 메뉴는 아니니까, 오늘 점심은 맛있는 걸로 나왔으면 하는 생각도 언젠가 한번쯤은 다들 해본 적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바로 지은 점심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예전에는 점심에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이 보통인 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많이 멀지 않은 이야기예요.
이 책 <도시락의 시간>에는 평범한 사람들의 점심 도시락 사진과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한 페이지를 채우는 도시락 사진은 한 사람의 사진과 이야기와 함께 소개됩니다. 요즘은 유명한 사람들이 요리책을 내는 경우도 많고, 사진도 근사하게 찍고 초보자도 할 수 있도록 쉬운 조리법을 소개한 책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다양한 도시락을 소개하지만, 도시락을 오늘의 점심으로 준비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 책입니다.
책에 실린 이야기가 39개의 에피소드인 만큼, 한 사람의 이야기가 긴 편은 아닌데도 길지 않은 이야기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책속 사람들의 이야기는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지금 그 사람의 도시락을 함께 나누어먹으면서 듣게 되는 이야기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 때 이런 일이 있었어, 라는 이야기를 꺼내면, 처음 보는 사람의 낯선 이야기인데도 아, 그랬군요, 하는 말을 하면서 듣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일본에서 출간된 책이어서 그런지, 사진 속의 도시락은 우리 나라 사람들이 자주 먹는 것과는 반찬이나 메뉴가 조금 다르긴 합니다. 반찬도 집에서 아침에 준비하는 도시락일텐데 여러 가지가 다양하게 가득 차 있는 것이 조금 신기했습니다. 이 책에 들어갈 사진을 찍기 위해 준비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도시락을 싸주는 사람은 아침에 꽤 신경을 썼겠다, 이런 도시락을 직접 싸오는 사람이라면 꼼꼼한 사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한 페이지씩 넘겨가면서 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이 책을 준비하기 위해 여러 지역을 계속 다니면서 사람을 소개받고 인터뷰를 하고 사진을 찍는 두 사람의 저자의 이야기 역시 도시락을 보여준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정감있었습니다.
예전에 엄마가 싸주셨던 도시락이 생각납니다. 아침에 이른 시간에 학교에 가려면 일어나기도 힘들었는데, 그보다 일찍 일어나서 저를 깨우고 도시락을 여러 개 준비하셨던 것, 그리고 수년간 매일 같이 여러 개 도시락을 손에 들려주셨던 것이 엄마의 마음이라는 것을 지금에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그 때는 그냥 매일 먹는 것같아서, 잘 몰랐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