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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러 나가다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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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예술은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가 정치적인 태도라며 한결같이 인간이 만든 것들에 대한 경이로운 성찰을 보여준다. 그는 그의 숨은 걸작 『숨 쉬러 나가다Coming up for air』에서 다시 한번 이렇게 말한다. <숨 쉬러 나가다니! 숨 쉴 공기가 없는데>라고(p.311). 실제로 오웰은 장신에다가 마른 체형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기서는 뚱보 조지 볼링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현대>라 불리는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보험영업사원인 조지 볼링은 우연히 생긴 17파운드를 가지고 아내 모르게 시가를 사는 동시에 20년 전 떠나온 고향으로의 일탈(말이 조금 이상하지만)을 감행한다. 여섯 살 때 아무것도 모르고 낚았던 물고기, 청소년기에 읽었던 1페니짜리 소년 주간지와 소설들, 전쟁 통에 돌아가신 어머니, 그리고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달라진 고향과 역시나 어릴 적 좋아했지만 지금은 뚱뚱하고 추한 할망구로 변해버린 엘시. 모든 것은 <현대>에 의해 변해버렸다. 물론 성장도 했을 것이다 ㅡ 성장 없이 추해지기만 한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지! 그러나 그 성장이라는 것에 반비례해 현대는 과거의 감각을 앗아갔으며 낯섦과 불안만을 남겨놓았다. 결국 어딜 가나 대규모 주택단지와 공업타운만이 있을 뿐이다. 이 대목에서 조지 볼링의 친구 포티어스가 한 말이 실감난다. 「이 친구야! 태양 아래 새로운 건 없다네.」(p.226) ㅡ 현대에 남겨진 사십대 남편이자 아빠인 조지 볼링이 불현듯 20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게 되는 이 슬픈 오디세이는 간결한 첫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 생각이 딱 떠오른 건 새 틀니를 하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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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함정 - 가질수록 행복은 왜 줄어드는가
리처드 레이어드 지음, 정은아 옮김, 이정전 해제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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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달 전 TV 프로그램에서 행복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란 질문에 사람들이 답한 내용 중 가장 많았던 것은 돈. 가족과 친구라고 답변한 것을 모두 합쳐도 돈(40.6%)에 못 미쳤다. 귀농한 뒤 농사를 지으면서 이따금씩 변호사 일을 하는 사람의 인터뷰 내용은 대강 이랬다. 「물질 만능주의, 주변에서 다 돈, 공부 같은 것 남들한테 자꾸 보여주고 과시하는…… 주변 동료 보면 진짜 행복해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은, 행복을 느끼며 사는 사람은 열에 한둘이나 될까…… 사람들은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행복해 보이기 위해서 사는 것 같아요.」 

 

보상을 바라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했다면 내면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아무도 최대의 행복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지 분 단위로 계산하지는 않을 것이다(p.285). 그러나 내가 보기엔, 집 밖 어딘가에 행복을 파는 가게가 있다면 어떤 누군가는 돈을 내고라고 그 행복을 사려고 할 것만 같다.

 


누군가 더 큰 자동차를 가졌다고 생각해보자.
사람들이 대부분 소형차를 몰 때는 자신의 차에 별 불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이 좋은 차를 몰기 시작하면 자신도 좋은 차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한다.
처음 좋은 차를 몰기 시작한 사람은 정말 좋은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모두 좋은 차를 갖게 되면 정말 좋았던 기분은 사라지고
이제 사람들이 모두 소형차를 가졌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기분을 느낀다.

ㅡ 본문 p.76

 


진옥섭 전통예술 연출가는 어떤 인터뷰에서 자신의 서재를 고물상으로 비유하며 <고물상에는 온갖 것들이 모여 있는데 구색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그 고물상에 갔을 때의 기대감과 즐거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책『행복의 함정』과는 조금 동떨어져 보일지는 몰라도, 적어도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오롯이 행복 자체를 목적으로 하고 추적한다는 느낌이 든다. 다시 돌아가면, 우리는(물론 나를 포함시킨) 돈의 가치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동시에 반대로 그것을 너무나 떠받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서 자신을 남과 비교하거나 온갖 순위표를 만들어 머리통을 싸매 쥐고 고민한다. 그래서 끝에는, 내적 보상보다는 외적인 보상에 목말라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요컨대 가질수록 행복이 줄어든다면 그건 이미 행복이 아닐 거다. <인생은 딱 한 번뿐이기에> 불행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한 번 뿐이기에 가치있는 인생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여기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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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한겨레 출판에서 작년 조지 오웰의 에세이 <나는 왜 쓰는가>를 출간했는데 이번에는 국내 초역의 장편소설이 나왔다. 무조건 읽어봐야 하는 조지 오웰.

 

 

 

 

 

2009년 커먼웰스 작가상 수상작이며, 바비큐 파티라는 하나의 상징적인 장면을 통해 다문화 사회의 정체성과 개인적인 관계의 다양한 이면을 날카롭게 파헤친 작품이라고 한다. 이 역시 시대를 초월해 언제든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1년이란 시간적 배경을 가지고 한 달에 한 편씩 주인공을 바꿔가며 펼쳐지는 열세 편의 이야기. 십대들이 겪는 사랑과 상실, 희망과 절망 등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누구나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여기서 주인공이 될 수도 있고 수많은 엑스트라 중의 하나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

 

 

 

 

미국인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싱클레어 루이스의 대표작. 사회적 명예만을 뒤쫓으며 살아오면서도 늘 꿈속의 아름다운 소녀와 자유로운 세상으로의 탈출을 기도하는 주인공 배빗의 이야기이다. 작가 싱클레어 루이스는 배빗의 이야기를 통해 속물 덩어리에 이기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인물인 동시에 순진하고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이름은, 이제 일반 명사가 되어모든 영어 사전에 올라 있다고 한다. '중산 계급의 교양 없는 속물'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뜻풀이와 함께.  

싱클레어 루이스의 최고 걸작!

 

  

말이 필요 없는 <앨프리드 히치콕 미스터리 매거진 걸작선>. <앨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과 함께 미국 미스터리 문학잡지의 양대 산맥을 이루며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창간 50주년을 맞아 지난 50년간을 대표하는 단편들이 선정되어 출간된 책이 바로 이것이다. 모두 31명의 작가, 32편의 미스터리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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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게]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달과 게 - 제144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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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치오 슈스케가 의도하고 썼는지 어쩐지는 모르지만(그러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달과 게』를 가지고 이런저런 확대해석을 한 번 해볼까. 신이치와 하루야가 소라게를 잡는 바닷가라는 공간은 어른들과는 섞일 수 없는 그들만의 고립된 인간관계로 은유되고 또 추상화된다. 그 위에 놓인 페트병으로 만든 통발은 역시 인공적이면서도 굉장히 불안하다 ㅡ 실제로 그들은 그것을 <블랙홀>이라 부른다. 신이치와 하루야 그리고 나루미까지 등장인물은 모두 유동적이고, 불안하고, 어리고, 정상적이지 않고, 세상과는 단절된 곳에 그들만의 집을 만든다. 나루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소라게의 집게발에 자신의 손가락을 내주는 신이치의 행동, 그리고 껍데기에서 나온 소라게를 라이터로 불태우며 소원을 비는 행위는, 미끼에 걸려 바동거리는 물고기처럼 상처로써 상처를 만들며 잔혹한 자연의 섭리를 말한다. 그래서 사도마조히즘이 교묘하게 섞인 이 이중성의 일련의 관계에서 우리는 어떤 발광하는 형상이나 고통스러운 상처를 통해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지극히 자연스런 논리에 마주하게 된다. 침묵은 죽음에게 대여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달과 게』에 등장하는 세 아이들은 굴절된 시선과 경쟁, 질투를 수반하며 떠들썩하게 침묵하는 성장통을 겪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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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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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 기관차  같긴 하다. 박범신 작가의 말대로 <내면화 경향의 90년대식 소설들이 아직 종언을 고하지 않고 있는 현 단계에서> 나왔기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7년의 밤』이 문학적으로 어필하는 수준은 자칫 뜬구름 잡는 적확성 없는 불특정 다수의 졸작들에 비한다면 꽤 높다고 본다. 밀도와 서사, 인물의 특성과 촘촘한 얼개가 작품을 지탱하는 근간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더욱 그렇고. 개인적으로 생각되는 아쉬운 점은, 체호프였던가 누군가가 말했듯 작품에서 총이 등장했으면 반드시 발사되어야 한다고 봤을 때, 등장인물 최현수의 직업이 야구선수 ㅡ 경비업체로 가는 과정과 그 이후의 것이다. 최현수의 완력이 야구선수의 이력으로써 드러나는 건 오영제와의 격투 장면과 소설에서 설정된 <용팔이> 뿐이다. 그래서 왠지 <운명이 난데없이 변화구를 던진 밤>은, 야구를 보다가 혹은 야구 얘기를 듣다가 <변화구>를 <운명>이란 단어와 매치시켜 사용하기 위해 최현수의 전직을 야구선수로 설정한 데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담이지만, 소설은 사와키 도고沢木冬吾의 『천국의 문天国の扉』과도 닮아있다. 『천국의 문』은 아직 국내 번역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 『7년의 밤』과 비슷한 정서를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대물림에 의한 복수, 스릴러의 느낌, 그리고 사형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면화 경향의 90년대식> 사유가 조금만 더 부각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닥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타입이 아닌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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