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함정 - 가질수록 행복은 왜 줄어드는가
리처드 레이어드 지음, 정은아 옮김, 이정전 해제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몇 달 전 TV 프로그램에서 행복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란 질문에 사람들이 답한 내용 중 가장 많았던 것은 돈. 가족과 친구라고 답변한 것을 모두 합쳐도 돈(40.6%)에 못 미쳤다. 귀농한 뒤 농사를 지으면서 이따금씩 변호사 일을 하는 사람의 인터뷰 내용은 대강 이랬다. 「물질 만능주의, 주변에서 다 돈, 공부 같은 것 남들한테 자꾸 보여주고 과시하는…… 주변 동료 보면 진짜 행복해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은, 행복을 느끼며 사는 사람은 열에 한둘이나 될까…… 사람들은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행복해 보이기 위해서 사는 것 같아요.」 

 

보상을 바라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했다면 내면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물론 아무도 최대의 행복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지 분 단위로 계산하지는 않을 것이다(p.285). 그러나 내가 보기엔, 집 밖 어딘가에 행복을 파는 가게가 있다면 어떤 누군가는 돈을 내고라고 그 행복을 사려고 할 것만 같다.

 


누군가 더 큰 자동차를 가졌다고 생각해보자.
사람들이 대부분 소형차를 몰 때는 자신의 차에 별 불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몇몇 사람들이 좋은 차를 몰기 시작하면 자신도 좋은 차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한다.
처음 좋은 차를 몰기 시작한 사람은 정말 좋은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모두 좋은 차를 갖게 되면 정말 좋았던 기분은 사라지고
이제 사람들이 모두 소형차를 가졌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기분을 느낀다.

ㅡ 본문 p.76

 


진옥섭 전통예술 연출가는 어떤 인터뷰에서 자신의 서재를 고물상으로 비유하며 <고물상에는 온갖 것들이 모여 있는데 구색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 그 고물상에 갔을 때의 기대감과 즐거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책『행복의 함정』과는 조금 동떨어져 보일지는 몰라도, 적어도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오롯이 행복 자체를 목적으로 하고 추적한다는 느낌이 든다. 다시 돌아가면, 우리는(물론 나를 포함시킨) 돈의 가치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동시에 반대로 그것을 너무나 떠받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서 자신을 남과 비교하거나 온갖 순위표를 만들어 머리통을 싸매 쥐고 고민한다. 그래서 끝에는, 내적 보상보다는 외적인 보상에 목말라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요컨대 가질수록 행복이 줄어든다면 그건 이미 행복이 아닐 거다. <인생은 딱 한 번뿐이기에> 불행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한 번 뿐이기에 가치있는 인생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고 여기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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