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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도덕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사회평론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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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도덕이 함께, 동시에 필요할까. 경제학은 음식을 입수하는 일에 관심을 두지만 인간은 자신과 더불어 가족의 배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구하려 한다는 말로 책은 시작된다. 그리고 그 가족이 성립될 수 있는 여러 방편 중의 하나가 바로 결혼이다. 물론 러셀이 소개하고 있는 성 바울의 결혼관은 지금으로서는 믿기 어렵고도 따르기 힘든 것이긴 하지만. 왜냐하면 성 바울이 제시한 입장은, 결혼이 자손 생산이 아니라 간음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쪽에 서 있기 때문이다(이로써 현대 생활에서 이성의 지배를 벗어난 세 가지 주요한 활동으로 러셀이 언급한 것 중의 하나가 어느 정도는 명확해진다. 그는 그 세 가지로 전쟁, 사랑과 함께 종교를 말한다). 얼핏 종교와 결혼, 성(윤리)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처럼도 보인다. 또한 혼외에서 이루어지는 섹스가 비도덕적이라는 관점은 종교와 더불어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러셀은 이렇게 적고 있다. 「금욕주의가 지배적인 곳에서 이루어지는 성관계는 추잡하고 거칠어지기 십상이다. 금주법이 시행될 때 음주 행위가 추잡하고 거칠어지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이렇게 해서 사랑의 기교는 망각 속에 묻히고 결혼은 추잡한 것이 되고 말았다.」 특히 성과 그에 따른 윤리적 문제를 다룰 때 흔히 여성은 핍박과 구속받는 입장이 되곤 한다. 이것은 훗날 피임법의 발명과(과거 종교적 압력이 지금보다 더 거셌을 때엔 지옥에 떨어지고 말 것이라는 무언의 인식과 임신이 두려움의 요소로 작용했을 게 빤하다) 여성해방이라는 과정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잔존하는 현상이다. 여권운동과 여성의 해방이 이루어진 것에 대해 러셀은 민주주의 이론이 미친 영향과 가정 밖에서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여성이 늘어난 것을 요인으로 본다(결혼과 도덕에 관련해 중요한 것은 여성의 사회적 해방이라고도 덧붙인다). 때로는 헉슬리 등의 소설을 통해 인생과 사랑의 끔찍한 면모를 보기도 했지만(내 기억으로 그의 소설에서는 섹스조차 당국의 명령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어쨌든 결혼, 도덕, 사랑, 섹스와 그에 따른 인식은 오늘날까지 계속해서 변해왔다. 그러나 결혼이 도덕과 함께 언급되어야 하고 남녀 혹은 인간의 관계에 있어 필요한 것이라면 이혼 또한 매한가지일 터다. 결혼이 반드시 자유 의지 하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법적 구속력이 있는 행위인 까닭이다. 이혼이 결혼을 전제로 하는 제도인 동시에 결혼 제도 내부에서 안전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러셀의 말은 그래서 인정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 결혼 생활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 겪는 고통의 완화라는 측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럼 행복한 결혼이란 것이 가능한가. 행복한 결혼이란 것은 뭘까.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육체적으로나 지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깊이 있는 친밀감을 유지하는 것일는지 모른다(맺음말). 두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정말로 내 아이라는 것을 여성은 오롯이 알 수 있지만(본인의 육체를 통해 낳았으므로) 남성 쪽은 오직 본능이나 과학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그 사실을 확인할 도리가 없다는 식의 농담이 언제까지 유효함의 뉘앙스를 가져야만 하는가. 사랑과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섹스와 출산과 가족의 탄생이라는 관계 위에서 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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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사업장의 근로자와 사용자를 위한 단 한 권의 노동법>
노동. (사실 '근로'나 '근로자'라는 말은 '노동'과 '노동자'라는 단어가 주는 뉘앙스를 완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좋지 않은 사례라 생각한다) 이 노동을 하는 노동자, 노동의 시간과 조건, 임금 등, 노동과 노동자에 관련한 법을 다룬 책. (사람은 누구나 노동자가 아니던가?)


<사법부>
현 한국의 사법제도의 신뢰도는 바닥이다. <사법부>는 그 법에 관한 이야기를 시대 순으로 훑으며 한국 현대사의 씨줄과 날줄을 엮는다.


<술의 세계사>
술을 좋아하지도 않고 자주 마시지도 않지만, 내가 모르는 것을 탐구하는 것은 언제고 흥미로운 일이다.


<교양의 효용>
서지정보에 따르면 20세기 초중반의 영국 노동자계급 문화를 다룬단다. 지금 상황과 얼마나 호응이 될는지는 모르겠으나, 호가트가 노동자계급 문화에 관심을 가지며 조사했던 것은 오늘날에도 필시 유의미한 결과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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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감 - 대중문화의 정치적 무의식 읽기
김성윤 지음 / 북인더갭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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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을 좋아한다. 덕후다? 그러면서 여성이 쓴 소설은 시시하다며 읽지 않는다. 반(反) 페미니스트이다? 걸 그룹을 좋아하지만 여성이 쓴 소설은 읽지 않는다. 덕후에다가 롤리타 콤플렉스, 게다가 현실세계에서 여성과 결별할 만한 선입관을 가지고 있으므로 정치적 성향이 모호한 위험인물로 봐야 한다? 이러한 특정 문화의 상징, 어떠한 것도 정치적 편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정치와 무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이라는 오웰식 사고방식과 결합된 하나의 결과는, 상호대립과 대항이라는 관계 속에 있다. 이따금씩 괴상한 프레임에 빠져 뒤늦게 반성조차 하기 민망할 정도의 밑바닥 대중으로 전락하는 스스로들을 돌아보며 자신이 애매모호한 정치관을 가지고 있다거나 확실히 정리하지 못한 입장에 대해 고민할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며 잘못된 것도 아니다. 언제 어디서건 이데올로기를 들먹이며 자세를 취하는 것을 우리는 바라지 않는다. 모든 사건마다 그럴 수는 없다. 그럼에도 시시껄렁한 확인 절차에 들어가면, 오웰의 말이 유의미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바로 정치와 무의식이라는 단어가 합쳐지면서 말이다. 그것은 우습게도, 효과적으로 성향을 구분 짓게 해 주는 동시에 줄긋기를 통해 여러 사람의 구획을 정리할 수 있게끔 만든다. 그렇다면 대중문화는 소망의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그 거울 속에 있는 것은 순전히 허구에 불과한 것이고? 대중문화에도 정치적 요소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 담겨 있고 또 그럴 수밖에 없으며, 우리는 종종 하나의 사건에 대해 덜 정치적이거나 더 정치적인 입장을 희미하게 혹은 뚜렷이 표현하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옛 시절의 향수를 느꼈을 만한 영화에서 누군가는 꼰대스러운 권위주의를 발견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혀 한번 차고 지났을지도 모를 연예인의 일탈에서 다른 누군가는 무형의 청문회를 열어 도덕적 잣대를 설파할는지도 모를 일이다. 책 말미에선 <개그콘서트>의 한 꼭지였던 ‘민상토론’에 관한 내용을 말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건 정치 풍자라기보다 정치를 풍자하기 힘든 사회에 대한 풍자라고 봐야 할 듯싶다. 정치 풍자를 하기가 어려운데 희한하게도 어떤 사안에서든 정치적인 발언과 행위가 튀어나오는 우리의 실생활과 비교해보면 실로 재미있는 현상이다. 과연 대중의 소망이 제대로 거울에 비춰지고는 있는 것일까? 하기야 정치적 무의식이라는 말만 갖다 붙이면 다 해결될지도 모를, 때로는 불편부당하고 불안한 사회 그리고 그 사회가 쏟아내는 대중문화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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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 테리 이글턴의 아주 특별한 문학 강의
테리 이글턴 지음, 이미애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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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문학과 좋지 않은 문학은 있을지라도 나쁜 문학은 없다? 내가 문학에 두는 관심은 이러한 평가나 설명이 아니라 재미와 흥미다. 유익한 내용, 그야말로 딱딱하든 그렇지 않든, 유려하든 그렇지 않든, 재미가 없다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나는 문학이 과거에 비해 발달 혹은 발전해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과거의 것들에 새로운 이야기가 첨가되어(이것을 발전이라 한다면 그냥 그렇다고 해두자) 모양을 바꾼 채 우리 앞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다만 거기에서 읽을 때마다, 시대와 상황에 따라, 새로운 가치나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뿐이라고 말이다. 고리끼에서 우리가 좀 더 현실적 과제에 맞부딪쳐야 한다는 식의 감정 이입이 가능할 수도, 멜빌의 지겨운 나열에서 거대하고 환상적인 담론을, 디킨스에서 삶 자체에 갖는 정직성이라는 기본을. 이런 식으로 다종다양한 문학 작품들에서 우리는 또 다른 다종다양한 결론을 그때그때마다 도출해낸다. 문학의 가치를 독창적 표현에서 찾을 수 있을까? 획기적인 언어의 조탁? 시대와 그 통념을 벗어난 상상력? 비현실적 환상성이 주는 신선함? 굳이 가치라는 단어를 쓸 것도 없지만 문학의 즐거움은 다양한 데에 있고, 그 다양한 방법이 조응하지 못해 재미없는 문학도 존재할 수 있다. 이글턴의 책이 내게 유익한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껏 단 한 번도 내가 왜 문학을 읽는 것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재미있어서, 그래서이다. 이것 참 훌륭한 작품이다, 이 이야기가 품은 담론은 우리의 삶에 적용되어 유의미한 해석과 가치를 도출해낼 수 있다 등등, 이런 문제는 재미를 느낀 이후에나 논의될 것들일 뿐이다. 이글턴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문학을 읽는 방법 내지는 문학을 읽는다는 것이 내 삶에 어떤 즐거움을 주는지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다. 이를테면 영화 예고편을 본다 한들 그 영화 전부를 알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런 방식을 통해 문학 읽기를 시도한다 한들 내가 그 작품을 통째로 읽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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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과 함께 성장한 포르노그래피의 출현. 그 발명과 변주,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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