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컷 논 아이가 행복한 어른이 된다 - 놀지 못해 불행한 아이, 불안한 부모를 위한 치유의 심리학 행복한 성장 1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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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면, 그리고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실컷 논 아이가 행복한 어른이 된다고. 내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 혹은 신념처럼 믿고 있는 것은, 아이는 아이다워야 하고 어른은 어른다워야 한다는 것. 그런데 때때로 강제성을 띠듯 늘 불안감을 짊어지고 사는 아이들을 보게 되고, 흔히 그런 아이들은 편안하고 무사한 장래라는 미명 아래 부모들의 대리만족 속에서 지내기도 한다. 여기에 개입하는 가장 큰 명제는 현재의 즐거움인가 미래의 즐거움인가 하는 갈림길이 좌우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또한 그러한 사고방식의 차이가 아이들로 하여금 행복과 불행을 인식하게 만든다. ‘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동학대와 다름없다.’ 책의 소제목 중 하나다. 놀이를 빼앗은 사회가 비판받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놀이가 아이들의 기본 권리의 상징이기 때문이고 동시에 인간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최초로 획득하는 자유 권리라는 점이다. 책에서 접한 우스꽝스러운 단어가 두 가지 있다. 바로 사이보그형 아이, 백과사전형 아이라는 말이다. 섬뜩하기도 하고, 어딘지 모르게 지적인 수준에서 어른을 모방하려고만 하고 그 나이 또래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일종의 사회성 부족을 꼬집는 설명인 것만 같다. 조금 더 심각한 자세에서 보자면 장애라고까지 할 수 있을 듯하다. 흔히 부모들이 저지르는 그릇된 주입 중의 하나는 알지도 못하는 타인을 사례로 들며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일 터다. 비겁하게도 특히 육체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말이다. 공부를 못하면, 공부를 하지 않으면 훗날 어른이 되어 ‘저 사람처럼’ 살게 된다는 훈계. 백번 양보해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치자(물론 이 사회를 돌아보자면 분명히 귀한 대접과 천한 대접을 받으면서 사는 사람이 많은 현실이다). 그렇다면, 공부와 관련지어 그것을 하지 않으면 장래에는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로 아이들을 현혹시킬 것이 아니라, 그런 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다른 부모를 교훈 삼아 자신과 자신의 아이들이 조금은 더 넓은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책에서 인용하는 어느 덴마크인의 말은 다음과 같다. 「우리 아버지 세대만 하더라도 직업의 귀천이 있었어요. 빈부 격차도 있었고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것이 사라지고 덴마크 전체가 평등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이 말이 전적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적어도 이렇게 말한 이는 직업의 귀천과 빈부 격차가 사라진다고 느낄 만큼 그 사회가 개선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뜻이 아니던가. 부모가 아이들에게 해야 할 것은 그저 어른 흉내를 내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회에서 행복한 어른이 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각성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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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업 사회 - 일할 수 없는 청년들의 미래
구도 게이.니시다 료스케 지음, 곽유나.오오쿠사 미노루 옮김 / 펜타그램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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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들이 노년층에 비해 월등히 많았고 지속적인 성장세가 보이던 때. 열심히 노력하면 분명 지금의 고생을 보상받을 수 있으리라. 그러한 믿음이 청년들의 가난과 무직을 미덕으로까지 보이게 했던 시절은 이미 흘러갔다. 특정된 직업 없이 파트타임으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터 쪽의 수입이 대기업에 입사한 사회 초년생의 연봉보다 더 낫다는 이야기가 있었을 정도이니 말이다. 심지어 나조차도 일본에서의 일 년간의 생활에서 (순수하게 경제적인 개념으로만 보자면) 느낀 것은, 이렇게 파트타임만 평생 할 수 있다면 먹고사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될 것만 같다는 것이었다(당시 나는 두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고 한 달 총수입은 최소 20만 엔이 넘었다).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면 정규직으로 확실히 취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청년은 거의 없을 거라 한다(한국도 매한가지). 니트, 프리터 등의 단어로 표현되기도 하는 오늘날 청년의 이미지는 누가 만들었는가? 얼마 전 일본 방송의 일부를 잠시 본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우리 아버지 세대와 청년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나약하다, 우리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왜 지금의 청년들은 도전하지 않는가, 이것이 어느 중장년의 말이었고, 이에 답하는 청년의 말은 대략 다음과 같은 식이었다. 지금의 사회는 누가 만들었는가, 바로 기성세대인 당신들이다, 당신들이 만든 세계 속에서 다른 사람에게 도전을 하라느니 말라느니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 되었지만 하여튼 그런 뉘앙스를 풍겼던 청년의 답변이 기억난다. 『무업 사회』는 일전에 읽었던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과 자연스레 겹쳐진다. 후자의 행복은 포기된 행복이며 전자의 무업은 불가능한 상황에서의 어쩔 수 없는 무업이라 해도 좋을 것만 같다('어느 기업에서건 경력자만 채용하고 있으면 나 같은 신입은 어디 가서 경력을 쌓으라는 건가'처럼 꾸짖음과 같은 농담이 떠오른다). 부모에의 의존에서 정신적 압박을 받고, 오랜 무직 기간에 의지가 꺾이고, 수도 없이 받은 불합격 통지에 스스로를 구석으로 내몰고, 이력서의 공백이 마치 범죄자의 그것처럼 여겨진다. 고된 노동보다 일할 수 없는 괴로움이 더 크다는 청년들(「취직 안 하니?」 「전 문과(전공)인데요.」 이런 우스갯소리를 주고받는 나 또한 그들 중의 하나다). 이러한 오늘날의 사회에서는 사회생활 속에서 노동하지 않으면 해당 사회에 참여할 기회가 박탈된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고, 더불어 인간관계 또한 협소해져 사회 안쪽으로 진입하기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무업 사회는 사회의 인식과 안전망의 미비 속에서 탄생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추상적 시스템과 메커니즘이 여간해서는 쉬 전환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고통이라니. 그들이 느껴야 할 노동의 기쁨과 보람은 어디쯤에 있는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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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우리 삶의 노래 - 철학자 김용석의 '김광석과 함께 철학하기'
김용석 지음 / 천년의상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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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노래하는 노동자. 사람. 사람들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 김광석을 위한 이야기를 김용석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붙일 수 있겠다. 김광석은 우리였다고. 얼마 전 그가 남긴 멜로디에 노랫말을 붙여 발표하는 기획을 접한 적이 있었다. 그런 만큼 시간이 흘러도 그가 우리 곁에 놓아둔 흔적들은 여전히 유효하다(개인적으로는 가사를 덧붙이지 않고 그저 그대로 두었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긴 했으나). 김광석이 노래하는 음악뿐 아니라 특히 노랫말에 있어서는 아무리 시간의 틈이 있다 한들 우리 삶 곳곳을 파고든다. 본문을 인용하자면 이런 식이다. 「'몇 시야?'라는 평범한 질문을 살짝 비틀어 '시간이란 뭘까?'라고 묻는 순간 모든 게 확 달라진다.」 김용석의 말대로 일순 세상이 물구나무서며, 몇 시냐는 물음에는 바로 답할 수 있지만 시간이 무엇이냐고 묻는 데에는 말문 자체가 막히고 말기 때문이다. 노랫말이라 하든 철학이라 하든 김광석이 불렀던 노래에는 그런 무한한 생명이 있다. 그러한 것들을 과연 얼마나 온전히 이해하겠느냐만, 얼마나 온몸으로 부대끼며 느끼겠느냐만, 김광석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노랫말처럼 역설과 유희를 통한 극복과 타개의 몸부림은 언제고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그래서 이따금 그가 '민중'과 '낭만'만으로만 부각되는 것이 다소 저어될 때가 있다. 한쪽에선 삶 전체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일부의 발췌만으로 의미를 협소화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다시 부르기'가 흡사 '마지막으로 부르기'처럼 엄중해지고 언어의 씨줄과 날줄이 촘촘하고 성기게 만나는 것은 우리가 곧잘 세상만사 즐거움이 없는 상태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텐데, 그 속에서 입맛대로 이것저것을 골라 달큼하게만 맛보려 해서는 안 된다. 김광석이 이 세계의 모든 낱말을 노랫말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가 내어준 시간의 생명이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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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라고 하기엔 좀 뭐하지만

그나마 방구석에 꽂힌 책들 중

열린책들의 책들이 가장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래서 그런지 열린책들이 아예 책장 하나를 거의 다 차지하고 있다.

2 x 5 짜리 책장 중 여덟 칸을 '알박기'하고 있는 오픈북스.

그 와중에 고리끼의 『어머니』 89년 판본의 노란 책등이 왠지 멋들어짐(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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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BBP 2016-02-08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꽂이 하나는 열책 전용이군요. 오래된 판본도 정겹네요

아잇 2016-02-09 10:50   좋아요 0 | URL
나머지 칸들도 열책으로 꽉꽉 채우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군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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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의 거의 모든 역사>
말 그대로(서지정보대로라면) 의학의 초기 혁신부터 바이오 제약의 최전선까지 망라한 현대의학사. 현대의학의 번영과 발전뿐 아니라 쇠퇴양상과 실패 역시 다루고 있다.


<왜 하이데거를 범죄화해서는 안 되는가>
지젝의 짧은 글 여섯 편. 하이데거와 나치, 시리아 난민, 자본주의 등의 여러 가지 주제를 이야기한다. 짧고도 긴 독서가 될 듯.


<성화>
성화(sexuation). 라캉 등을 인용하면서 성적 역할과 성차, 각각의 지위가 갖는 특수성을 다룬다. 정녕 '성 관계는 없는 것'인가?



<화가 반 고흐 이전의 판 호흐>

'반 고스' 대신 '판 호흐'라는 명칭을 선보이는 그의 평전. 기존 고흐(호흐)에 관한 신화적 이미지를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하는지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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