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때는 초콜릿을!
마그네슘 성분이 신경을 안정시키고 엔도르핀이 기분을 상승시켜 준대요.
   
슬프고 눈물나는 때에는 바나나를 먹어 보세요.
부드러움으로 상처난 마음을 감싸줄 테니까요.
   
어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두려울 때는 땅콩버터를 먹어 보세요.
고소하고 달착지근한 어린 시절의 행복을 맛볼 수 있을 거예요.
   
집중이 안 되고 감정이 산만할 때는 민트티나 박하사탕을 드세요.
박하의 예리한 맛이 정신적 안정과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데 도움을 준대요.
   
근심, 걱정이 있을 때는 구운 감자나 파스타, 빵을 먹어보세요.
탄수화물이 혈당의 급속한 변화를 막아 준대요.
   
질투로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을 때는 파인애플이나 배 주스를 마셔보세요.
싱그러운 달콤함으로 날카로워진 감정을 치유할 수 있을 거예요.
   
외로울 때는 시끌시끌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사람들과 섞여 감자튀김을....
세로토닌이란 성분이 기분을 한결 나아지게 한대요.
   
자꾸자꾸 미련이 남을 때는 매운 살사소스를 바른 과자는 어떨까요.
혀끝을 자극하는 짜릿함이 정신을 확 깨어나게 할 테니까요.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을 때는 로즈마리 향과 함께 따끈한 차를 마셔보세요.
마음의 휴식을 주고 끓어오르는 당신을 진정시켜 줄 거예요.
   
지치고 기운이 없을 때는 레몬이나 오렌지를 먹어보세요.
새콤하고 신맛은 식욕을 돋우고 몸의 컨디션을 조절해 준대요.
   
  색색가지 사탕, 알알이 초콜릿, 노란색 레모나, 달착지근 캐러멜...
이런 것들을 작은 주머니에 담아 가지고 다녀보세요.
기분이 다운될 때, 힘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어릴 적 먹던 조그맣고
동그란 원기소(영양제의 일종)처럼, 찌릿찌릿한 비타민 C처럼,
사소하지만 특별한 일상의 즐거움을 선물해줄 테니까요.
그리고 그 작은 주머니에 꽉 찬 사탕 하나하나가,
또 다시 누군가의 손으로 건네지면서 더 큰 행복을 전해줄 테니까요.
   
  ‘달콤짭짜름한 비슷킷’ -이혜정 지음-
   

 출처:편하게 머물다 가는 공간、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04-11-27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를 어쩌면 좋은가? 붕 떠도 너무 뜬다...

플레져 2004-11-27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거 이미지 사진인가요? 이미지 넣으실때 글 위 를 선택해보세요.

stella.K 2004-11-27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지 사진 아니어요. 며칠 전부터 알리딘이 이러네요. 언제 나아질런지 원...

stella.K 2004-11-28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흥~그러내요. 나중에 보면 어머니를 위해서 꼭...^^
 

진정한 미식가는 맛을 멋지게 말한다


홍서연 옮김/ 르네상스/ 578쪽


 


박해현기자 hhpark@chosun.com


 












신은 인간에게 식욕을 선사했고, 인간은 맛의 쾌락으로 식욕에 축복을 내렸다. 사과 한 알 때문에 낙원에서 추방당한 인간은 맛난 음식을 통해 낙원으로 되돌아가는 길을 찾는 것이 아닐까.

‘동물은 삼키고, 인간은 먹고, 영리한 자만이 즐기며 먹는 법을 안다.’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19세기 프랑스의 법률가이자 미식가로 유명했던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이 남긴 잠언들이다.


음식 앞에서 욕망의 하품을 참지 못하는 사람. 거기에 더 해 탐식과 폭식을 경멸한다면, 스스로를 미식가로 여길 법하다. 진정한 미식가는 혀로 맛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맛에 대해 멋지게 말할 줄도 안다. 식탁에서 끊이지 않는 대화의 물꼬를 제대로 터주는 미식가라면 단연 유장한 글솜씨도 지니기 마련이다.


브리야 사바랭의 ‘미식 예찬’은 1825년 프랑스 파리에서 출간된 이후 ‘미식 문학’의 원조로 추앙받아 왔다. 알렉상드르 뒤마와 같은 유명 문인들이 이 책의 영향을 받아 요리책이나 미식의 행복을 예찬하는 글을 쓰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 책의 원제는 ‘Physiologie du go?t’(미각의 생리학). 당시 프랑스에서는 ‘생리학’이란 이름으로 다양한 분야의 풍속을 현학적이면서 풍자적으로 분석하는 책을 쓰는 것이 유행했다.


이 책이 1825년에 나왔다는 것은 적잖은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프랑스혁명은 궁중의 비밀스러운 고급 음식 취미를 거리로 풀어냈다. 왕조가 무너지고 공화정이 들어서면서 왕과 귀족의 식탁을 준비하던 수많은 조리사들은 거리에 레스토랑을 차리고 프랑스 요리의 품위를 단번에 끌어올렸다. 그 뒤 불과 한 세대 만에 사바랭은 ‘미식’을 하나의 교양으로 완성했다. 19세기 프랑스의 관점에서 미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 책은 이렇게 정의했다. “그것은 아테네의 우아함과 로마의 사치와 프랑스의 섬세함의 결합이며, 통찰력 있는 배치, 교묘한 기술, 열정적인 감상이자 심오한 판단이다. 그것은 고귀한 자질로서 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며, 적어도 확실히 우리의 가장 순수한 쾌락의 원천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요즘 우리 주변에 넘쳐나는 ‘맛있는 집’류가 아니라 인간의 미각이 지닌 신비를 풀어보기 위해 해부학, 화학, 물리학, 철학, 역사, 문학 그리고 유머를 동원한 풍부한 교양서다.


저자는 ‘사람은 그가 먹은 것으로 살지 않고 소화한 것으로 산다’면서 소화 방식에 따라 사람은 슬프거나 과묵하거나 수다스럽게 된다고 지적한다. 소화하는 방식은 ‘규칙적 유형, 변비성 유형, 느슨한 유형’으로 크게 나뉜다고 한 이 책은 문인들의 경우에 “희극 시인은 규칙적인 유형에 속하고, 비극 시인들은 변비성 유형에, 비가와 목가의 시인들은 느슨한 유형에 속한다”고 평가했다.


“미각을 즐겁게 하는 사물에 대한 정열적이고 사리에 맞는 습관적 기호”로서 미식은 정치경제적 관점에서도 미식 산업을 낳아 사회적 소득 창출의 근원이고, 국가의 과세 정책에도 기여한다고 이 책은 찬양한다. 또한 미식가에 대해 “타고난 미식가는 일반적으로 중간 키에 둥글거나 네모진 얼굴, 빛나는 눈, 좁은 이마, 짧은 코, 두툼한 입술, 둥그스름한 턱을 가지고 있다. 여자들의 경우 통통하며, 아름답기보다는 어여쁘고, 약간 비만의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미각 쾌락 능력을 자연으로부터 부여받지 못한 사람들은 기다란 얼굴과 코와 눈을 가지고 있다. 키가 크건 작건, 그들의 풍모에는 기다란 데가 있다. 그들은 검고 곧은 머리칼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전혀 살이 찐 경우가 없다. 바지를 발명한 것이 그들이다”라고 탄식한다.


매력적인 요리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 책은 “매우 가벼워서 위에 거의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미각을 즐겁게 한다. 그래서 세네카는 ‘먹을 수 있는 구름’이라고 말했던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미식을 즐기기 위한 저녁 식사는 어떤 것인가. “초대자의 수는 열둘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언제나 모두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식당의 조명은 밝아야 하고 실내 온도는 섭씨 16~20도가 돼야 한다. 남자들은 거만하지 않고 기지가 있어야 하며, 여자들은 너무 교태스럽지 않고 매력적이어야 한다. 음식의 첫 번째 단계는 영양 많은 것으로부터 가벼운 것으로 진행되어야 하고, 두 번째 단계는 약한 것으로부터 진한 것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끝내는 것은 11시 이전에 해서는 안 되며, 자정에 모든 사람이 잠들어야 한다.”


역시 프랑스인이 쓴 책답게 포도주 예찬이 빠질 수 없다. “물만 마시는 사람이 쓴 시는/ 결코 즐겁거나 오래 남을 수 없나니”라고 한 이 책은 “이 몸이 죽을 때까지/ 나를 위해 백포도주는 죽지 말지어다/ 내 몸속의 붉은 적포도주와 함께/ 평화가 그들을 하나로 합칠 때까지”라고 노래한다.


또한 이 책은 비만을 방지하기 위한 식이요법도 소개한다. “여름마다 천연 광천수를 마셔라. 아침에 큰 잔으로 한 잔, 아침식사 전에 또 한 잔, 그리고 잠자리에 들면서 또 한 잔. 앙주(Ange)산 포도주와 같이 가볍고 새큼한 백포도주를 평상시에 갖추어 두어라. 맥주를 흑사병처럼 멀리하라. 래디시, 소금과 후추를 친 아티초크, 아스파라거스, 샐러리, 카르돈을 자주 식탁에 올리게 하라. 고기 중에서는 송아지를 택하고, 빵은 껍질만 먹어라.”


미식의 끝? 저자에 따르면 그것은 죽음이다. 미각을 잃는 것처럼 슬프고 고통스러운 것은 없다. 그러나 그는 “포식 뒤의 잠과 꿈이 주는 휴식처럼 죽음마저 평화롭고 감미로울 수 있다”는 미식가의 생사관을 속삭인다. “죽어가는 자가 이제 냄새를 맡지 못하고 맛을 보지 못하며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할 때에도, 촉각은 남아있어 그는 이불 속에서 몸을 움직이고 팔을 뻗고 매순간 자세를 바꾼다. 어머니의 몸속에서 움직이는 태아와 유사한 방식으로 움직인다. 그에게 엄습할 죽음은 그를 두렵게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더 이상 관념 없이, 그가 삶을 시작했던 것처럼 의식 없이 삶을 끝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억압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꾼다

존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들녘/ 10000원

북스조선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존 쿳시의 작품 '마이클 K'가 번역돼 나왔다.

이 작품에서 쿳시는 피식민주의자인 마이클 K의 저항 아닌 저항과 진보적 식민주의자인 백인 군의관의 딜레마를 리얼리즘에 가깝게 접근시키고 있다.

마이클 K라는 불분명한 한 젊은 정원사의 삶과 그가 겪어온 시대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한 편의 시대소설이면서도 한 개인의 치열한 존재론적 몸짓을 보여주는 내면소설이다. 역사와 권력과 정치와 지배 이데올로기를 벗어나고자 하는 자유를 향한 갈망을 '정원'으로 표상하고 있으며, 그것은 또한 존재의 안식처를 상징하고 있다. 그러면서 K는 자신의 진실을 "나는 정원사다"라고 말하면서 흥분되는 감정을 전해준다.

"나는 지렁이를 닮았다. 하기아 지렁이도 일종의 정원사다. 혹은 두더지를 더 닮았다. 두더지도 정원사다. 단지 침묵 속에서 살기 때문에 얘기를 하지 않는 정원사다."

이것은 감정을 정화시켜주는 진실로 작용한다. K가 독자들을 향해 "이런 식으로 살 수 있는 거지요"라고 묻고 있다면, 독자들은 K에게 "당신이 그처럼 눈을 크게 뜰 때, 당신이 보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요"라고 묻고 싶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억압으로부터 어떻게 자유를 꿈꾸는지에 대한 세계관을 보여준다.

"나는 왜 세상에 나오게 되었을까?"

이것은 오랫동안 K의 의식 속에서 자신을 괴롭혀온 질문이었다. 이 존재의 위기감이 K의 의식을 깨우고,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것이라고 믿게 된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어머니와 함께 위험한 여정으로의 모험을 시작한다. 희망 없는 도시의 삶을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꿈꾸는 노모와 아이들의 여정. 꿈을 찾아 떠나는 그들의 소박한 소망 앞에서 검문소가 버티고 있듯 남아프리카의 정치적 비극이 따라다닌다.

여행중에 K는 군인들, 병원 사람들, 수용소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K에게 돈을 주기도 하고, 음식을 주기도 하고, 일자리를 주기도 하고, 거처할 곳을 제공하기도 하면서 K를 하인으로, 노예로, 포로로, 부랑자로, 어린애로 심지어 게릴라 조직의 보스로 만들려고 한다. 전쟁이라는 무정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K는 그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뭘 위해서 전쟁을 한다고 생각하죠?"

"다른 삶의 돈을 뺏기 위해서인가요?"

K에게 전쟁이란 이해할 수 없고, 타협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다른 사람의 돈을 빼앗고, 일자리를 빼앗고, 땅을 빼앗고, 생명을 빼앗아 누군가에게 그것들을 베푸는 식의 '동정'을 거부하며 그는 끊임없는 '탈출'을 감행한다.

"그는 밤새도록 걸었다. 피곤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때로는 자유로워졌다는 생각에 전율감마저 느껴졌다."

"나는 수용소를 탈출했다. 어쩌면 내가 몸을 낮춘다면, 나는 동정심으로부터도 탈출하게 될 것이다."

자유의 빵을 먹으며 새처럼 자유롭게 농장에서 살고 싶었던 K의 꿈은 '전쟁'이란 상황때문에 좌절된다. 여행중에 어머니는 죽고, 농장은 군인들에게 발각되어 수용소로 병원으로 이리저리 끌려다닌다. K는 전쟁 뒤편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결정했지만, 그것은 현실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다.

무정부시대를 살아가는 철저한 아웃사이더 마이클 K의 삶의 방식에서 자유를 꿈꾸는 또 다른 방식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배움은 뇌 구조를 변화시킨다
 
공부할수록 똑똑해지는 이유







강봉균/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과학동아 2004년 4월 kaang@snu.ac.kr
기억을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집이 어디인지, 부모가 누구인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일은 드물더라도 시험 볼 때 어떤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아 애를 태운 경험은 대부분 있을 것이다. 분명 머릿속에 들어있는데 왜 생각이 안나는지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한다.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 레너드는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어 중요한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다. 심지어 습득한 정보를 자기 몸에 문신을 하면서까지 기록하곤 한다. 단기기억은 가능하지만 장기기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화번호가 7자리인 까닭







우리가 배우는 것들은 크게 서술정보와 비서술정보로 나뉜다. 서술정보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정보다. 즉 학교 공부, 영화 줄거리, 장소나 위치, 사람 얼굴처럼 사실이나 사건 같은 정보로서 외현정보라고도 한다. 반면 비서술정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보다. 몸으로 체득하는 운동기술, 습관, 버릇, 반사적 행동 등이 포함되며 감춰져 있다는 의미에서 암묵정보라고도 한다. 서술정보는 비교적 쉽게 획득되지만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만 기억이 가능하며 기억 내용이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비서술정보는 때로는 고된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얻어지지만 기억 내용이 정확하게 표현되고 기억할 때 의식이 필요하지 않다.

어린 시절 사고로 뇌가 손상된 후 심한 간질을 앓던 한 캐나다인은 뇌의 양쪽 측면인 내측두엽을 절개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의 지능지수(IQ)는 수술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수술을 받고 나서 그는 메멘토의 주인공처럼 금방 보거나 들은 내용을 수분 동안밖에 기억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새로 이사간 집을 찾지 못하고 수술 전의 옛집만을 기억했다. 그러나 수술 후 처음 배운 테니스 실력은 제법 향상됐다. 비록 언제 어떻게 누가 가르쳐 주었는지, 심지어 자기가 배운 적이 있는지조차 전혀 기억하지 못했으나 그는 테니스를 잘 쳤다. 즉 테니스 기술 같은 비서술기억은 오래 유지되나 이사간 집 주소 같은 서술기억은 오래 유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환자의 뇌에서 절개된 내측두엽에는 해마와 그 주변 조직들이 포함돼 있다. 그렇지만 내측두엽을 떼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수술 전 기억을 모두 회상해냈다. 내측두엽이 장기기억을 저장하는 장소는 아닌 것이다.

그럼 오랫동안 기억할 내용이 저장되는 곳을 어디일까. 바로 대뇌피질이다. 내측두엽으로 들어온 서술정보는 해마와 그 주변 조직들에서 몇주 동안 일시적으로 머무는 동안, 쪼개져 신경정보신호로 바뀌고 어떻게 나눠 저장될 것인지가 결정된다.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도록 서술정보를 조직화하는 이 과정을 암호화 단계라고 한다. 의욕적인 학습자세는 이 과정을 수월하게 해준다. 기존에 저장된 정보와 유사한 경우 쉽게 연결되므로 암호화가 더 잘 일어난다.

내측두엽은 대뇌피질의 광범위한 영역과 신경망을 통해 연결돼 있어 이 같은 단기기억 정보를 대뇌피질의 여러 부위로 전달한다. 이렇게 정보가 분산저장되는 과정은 수면 중에 활발히 일어난다는 학설도 있다. 대뇌피질에서 정보는 같은 범주로 분류되는 내용끼리 같은 영역에 저장된다. 예를 들어 동물에 대한 정보와 무생물에 대한 정보가 저장되는 장소가 다르며, 동사와 명사가 저장되는 장소가 다르다.

다음 단계에서는 기억과 관련된 유전자가 발현돼 단백질이 만들어지면서 기억 내용이 공고해져 오랫동안 저장된 상태를 유지한다. 기억을 회상할 때는 뇌 여기저기에 흩어져 저장돼 있는 정보들을 끄집어내 다시 짜맞춘 후 원래의 내용으로 복원하는 것이다.

뇌가 저장할 수 있는 장기기억 정보의 용량은 거의 무제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화를 나누거나 어떤 일을 생각할 때 순간적으로 잠시 저장됐다가 곧바로 지워지는 작업기억은 그 용량에 제한이 있다. 예를 들어 114에 문의해 알아낸 전화번호는 전화를 걸기 전까지 잠시 잊지 말아야 한다. 이때 일시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전화번호 숫자는 7자리 정도다. 이 일을 담당하는 것은 뇌의 전전두엽에 있는 신경세포(뉴런). 이들은 작업기억 정보가 들어온 후 분비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또는 글루타메이트에 반응해 정보의 내용을 저장한다.

한편 비서술기억은 운동기술에 숙련되는 과정, 계속적인 자극에 둔감해지는 습관화, 이와 반대로 한번 자극을 받은 후 그와 비슷한 자극에 계속 반응하는 민감화와 같이 의식이 관여하지 않는 기억이다. 조건화 학습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개가 종소리만 들리면 침을 흘리게 했던 러시아 과학자 이반 파블로프의 고전적 조건화는 종소리라는 청각정보와 음식이라는 자극이 학습을 통해 연계된 결과다.

또한 미국 컬럼비아대의 쏜다이크 교수는 보상에 대한 반응과 자극이 연계되는 작동적 조건화라는 학습 형태를 처음 시도했다. 실험 상자 속의 쥐가 페달을 밟을 때 음식이 나오는 것을 우연히 알고 나서 페달을 눌러 음식을 찾아먹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조건화 학습은 서로 다른 뇌 신경망이 연합돼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페달을 누르는 것과 같은 기술은 선조체나 소뇌에 저장되며, 습관화나 민감화 기억은 감각이나 운동체계를 관장하는 신경망에 저장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 비서술기억 중 감정이나 보상작용 또는 공포와 관련된 기억은 편도체에 저장된다.


반복 학습으로 뇌 부피 증가







바다달팽이가 자극을 단기간 기억하는 경로 칸델 박사는 바다달팽이를 이용한 실험으로 단기기억 경로를 밝혀냈다. 피부에 있는 호흡관을 자극하면 감각뉴런이 이 정보를 운동뉴런으로 전달해 아가미가 수축한다. 꼬리에 센 전기자극을 가하면 촉진뉴런이 활성화돼 감각, 운동뉴런의 신호 전달을 촉진시킨다. 그러나 이 반응은 수시간을 넘도록 기억되지는 못한다.
기억 정보는 어떤 경로로 전달될까. 최근 많은 학설이 나왔지만 그 중 기억에 의해 뉴런 간 연결구조인 시냅스에 변화가 생긴다는 학설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간의 뇌에는 약 1천억개의 뉴런이 존재하는데 뉴런 1개당 수천개의 시냅스를 형성한다. 따라서 뇌에 있는 총 시냅스의 수는 1014-1015개나 된다. 뇌에는 이렇게 수많은 시냅스로 이뤄진 다양한 신경망이 복잡한 그물처럼 형성돼 있다. 이런 신경망의 패턴들은 뇌의 특수한 기능을 만든다. 학습을 하면 신경회로망을 구성하는 시냅스에 일정한 물질적, 구조적 변화가 일어난다. 우울증과 약물중독 같은 뇌 질환도 시냅스의 변화와 관련 있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시냅스는 신호를 발생시키는 시냅스전 뉴런과 신호를 받아들이는 시냅스후 뉴런, 그리고 두 뉴런 사이의 좁은 간격, 즉 20-50nm(나노미터, 1nm=10-9m)정도 벌어져 있는 시냅스틈으로 구성된다. 시냅스전 뉴런에서 전기가 발생하면 시냅스 말단에서 시냅스틈으로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고, 이는 시냅스후 뉴런의 수용체를 자극해 전기를 발생시킨다. 결국 시냅스전 뉴런에서 시냅스후 뉴런으로 전기신호가 전달되는 것이다. 뇌가 작동하는 이유는 시냅스로 이뤄진 신경망을 통해 이렇게 신호가 전달돼 정보처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시냅스는 수많은 정보를 끊임없이 주고받는 뇌 속의 초고속 반도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어떤 신경망의 어떤 시냅스들이 작용해 결과적으로 어떤 신경세포를 자극하느냐만이 다를 뿐이다.

학습에 의해 시냅스에 일정한 변화가 생기는 것을 ‘시냅스 가소성’이라고 부른다. 그 중 시냅스 촉진과 시냅스 강화는 가장 많이 연구된 시냅스 가소성 모델이다. 시냅스 촉진은 바다 달팽이 군소(Aplysia)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우리나라 남해와 동해 연안의 얕은 바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군소는 지금까지 알려진 생명체 중 가장 큰 신경세포를 갖고 있다. 군소의 신경계를 이용한 학습과 기억 연구는 30여년 전부터 컬럼비아대 칸델 교수를 주축으로 꾸준히 진행돼 왔으며, 그는 이 업적으로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군소의 피부에 있는 호흡관을 자극하면 아가미가 수축한다. 이 반응은 피부에 연결된 감각뉴런의 정보가 아가미 수축을 담당하는 운동뉴런으로 전달돼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군소의 꼬리나 머리 피부에 이보다 센 자극을 가하면 아가미가 더 많이 수축한다. 센 자극을 주면 감각뉴런에 영향을 주는 새로운 촉진뉴런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촉진뉴런은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을 분비해 기존 신경망의 시냅스를 자극한다. 그 결과 감각뉴런에서 신경전달물질이 더 많이 분비돼 운동뉴런으로 신경전달이 효과적으로 일어나, 최종적으로 아가미 근육이 더 활발히 수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일어난 수축반응은 길어야 수시간을 지탱하지 못한다. 즉 촉진뉴런에 의한 현상은 단기기억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학습 내용을 기억하는 기간이 긴지 짧은지는 학습의 강도에 달려있다. 군소에 동일한 자극을 반복적, 습관적으로 가하면 이 자극은 장기기억화 된다. 군소의 피부에 자극을 5회 이상 반복하면 이 정보는 일시적으로 촉진뉴런을 활성화시키는 단계를 넘어 감각뉴런의 핵 속으로까지 전달된다. 이렇게 전달된 신호는 뉴런의 핵 속에 있는 다양한 기억 관련 유전자를 발현시킨다. 그러면 장기기억에 관여하는 단백질과 신경전달물질이 만들어지고, 이들이 감각뉴런의 시냅스를 강화시켜 자극 정보를 오래 기억하게 한다.

기억 연구의 또다른 모델인 시냅스 강화는 전기신호가 시냅스에 충분히 전달돼 시냅스의 강도가 향상되는 현상이다. 이때는 글루타메이트 수용체의 일종인 NMDA 수용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NMDA 수용체에 NMDA가 결합한 후 열린 통로로 칼슘이온이 들어와 다양한 효소를 활성화시켜 시냅스를 강화시킨다. 이런 현상은 서술기억에 중요한 해마나 감정 또는 공포 기억에 관여하는 편도체를 비롯해 다양한 대뇌피질의 신경망에서 관찰된다. 칼슘 통과 능력이 우수한 NMDA 수용체의 유전자를 이식받은 쥐는 다른 쥐에 비해 똑똑해진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반대로 시냅스 강화에 관여하는 효소의 유전자를 제거하면 학습능력이 떨어진 쥐가 탄생하기도 했다.

시냅스 촉진이나 강화 현상이 일어나면 기존에 있던 시냅스에서 신경전달물질이 더 많이 분비되거나, 신경전달물질과 결합하는 수용체 수가 많아진다. 그러면 정보를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오랫동안 반복적인 학습을 하면 시냅스 수가 많아진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시냅스가 많아지면 전체 뉴런의 부피가 증가한다.

따라서 일부분이 확장되는 것과 같이 뇌 구조가 변하게 된다. 실제로 원숭이에게 특정한 학습을 반복적으로 시켰더니 뇌의 일부가 미세한 정도로 확장됐다. 인간의 뇌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새로운 사실을 배울 때마다 뇌의 미세한 구조가 조금씩 변하고, 이런 과정이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면서 자아개발이 이뤄진다. 즉 인간은 일생 동안 신장이나 체중 같은 외형적 변화뿐만 아니라 경험과 학습을 통한 뇌의 변화도 겪는 것이다.
I 뇌기능 연구 프론티어 사업단 제공

강봉균 교수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에릭 칸델 박사로부터 1992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생명체의 가장 복잡한 기관인 뇌를 연구중이다. 기억이나 감정 같은 추상적인 정신활동을 생물학적 언어로 밝히고 싶다는 강 교수는 “뇌를 연구하다 보면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어 철학적인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많은 후배 과학자들이 ‘노다지가 잔뜩 들어있는 금광’인 뇌 과학에 도전할 것을 강 교수는 기대한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stella.K 2004-11-25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알라딘 이상하다. 본문 상단이 떠도 너무 뜬다. 어쩌라구...?

갈대 2004-11-25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갑니다~

stella.K 2004-11-25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흐리거나 비오는 날 마시면 좋은 커피



화창한 날 마시면 좋은 커피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진/우맘 2004-11-25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난 그냥 모카골드 커피믹스로도 만족~^^

어제 스타벅스에서 먹은 '화이트 초콜릿 모카', 정말 맛있었어요! 참, 그러고보니 사진을 찍어놨는데...부시럭부시럭. 꺼내러 가야징.^^

니르바나 2004-11-25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스 비엔나, 카푸치노, 카페라떼 석 잔 주문이요.

Laika 2004-11-25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커피 한잔도 안마셨습니다....이런날은 에스프레소가 딱인데...^^

stella.K 2004-11-25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전 원두를 마셔야한다면 연한 아메리카 스타일이 좋구요, 제가 요즘 땡겨하는 건 녹차 라떼입니다. 지난 주일 예배를 드리는데 갑자기 그게 먹고 싶더라구요. 혼자 먹기는 그렇고 그냥 참고 집엘 가려고 하는데, 우연히 아는 녀석 만나 그걸 기어이 먹었다는 거 아닙니까. 그때의 그 뿌듯함이란...녹차 라떼 못먹는 사람도 있던데, 전 잘 마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