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동반자들 - 곤경에 처한 사람들에게 새 삶을 선사하는 동반견들 이야기
제인 비더 지음, 박웅희 옮김, 니나 본다렌코 그림 / 바움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언젠가 우연히 TV에서 개가 장애자의 생활을 돕는 것을 본적이 있었다. 맹인 안내견이나 청각장애를 돕는 개들이 있다는 것은 알았는데, 개가 이토록 장애자들을 세심하게 돕고 있다는 것을 알고 찬탄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수 개월 후 이 동반견들에 대한 수기 12편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져 얼마 전 내 손에 쥐어졌다. 그 개들은 장애인을 돕도록 특수한 훈련을 받았고 그들은 하나 같이 훌륭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주인이 미쳐 다 말하지 않아도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고 척척해내는 것을 보면 신기할 정도였다. 그러고 보면 녀석들에겐 사람 보다 더한 예리한 촉수가 있는가 보다.

그 촉수가 뭐일까를 생각해 본다. 녀석들에겐 주인에게 사랑 받기 위해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는 뭔가의 신경 하나가 더 발달되 있는 듯 하다. 그렇게도 사랑받고 싶은 것일까? 그래서 '개'하면 떠오르는 것이 '충성심'이 아니던가?

맹인 안내견이나 동반견들을 보면 그들의 수고로움은 인간이 하는 간호의 그것을 훨씬 뛰어넘어 보이기까지 한다. '긴 병에 효자없다'는 말이 있듯이 인간도 병수발을 오래하면 지친다. 하지만 그렇게 훈련 받은 개들은 오직 충성심 하나로 지치는 법이 없다. 또한 그 개가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주는 생의 자신감이란 가히 상상을 불허한다. 한 주먹꺼리도 안 되는 녀석이 그렇게 엄청난 의미를 가지고 있다니!

그러고 보면 하나님이 인간만 만들지 않으시고 개도 만드셨다는 것에 감사드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면 사람에게 인생이라는 것이 있듯이 개에게도 견생이라는 것이 있을진대, 너무 인간 편에서 개를 개조시키려고만 하는 것은 아닐까? 묘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물론 이것이 동반견이 (아직은)필요없는 제 3자적 시각이라는 것을 안다. 그 제 3자가 단 하루라도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은 상태에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되는 입장이라면 그 입장에서도 과연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는 개를 더 많이 사랑해 줘야 한다.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간에 말이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땅에 있는 모든 것을 다스리는 특권을 허락해 주셨다. 그것은 이기적인 동기에서 다스리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그것을 교묘하게 이용을 한다. 그래서 언제든 잡아 먹어도 좋고, 유기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명백히 잘못된 행위이다.

어찌보면 '공생'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다스리는 특권'의 의미와 부합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 관점에서라고 한다면 개를 훈련시켜 인간을 돕도록 하는 것은 맞는 것이 될 것이다. 개는 인간에게 봉사하므로 사랑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 공감이 가는 말은, 사람들이 개를 선택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은 개가 주인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건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자신이 섬길 사람이 저 사람이다 싶으면 그 개는 끝까지 따르고 도와준다. 하지만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러니 인간이 개의 주인이란 오만한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리집만 해도 그렇다. 우리집은 개를 키운 역사가 꽤 되는데, 나는 한때 나와 잘못된 인연으로 그 개가 다른 집으로 갈 때까지 나와 잘 지내지 못했던 개가 있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그 개를 좀 심하게 구박했었다. 내깐엔 주인의 권위를 내세운다는 것이었는데, 녀석에게는 미운털이 박혀 내내 좋은 관계가 되지 못했던 것이다. 나더러 어쩌라고...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것은, 우리나라에도 이런 동반견을 훈련하는 센터가 만들어져야겠다는 생각이 었다. 또 그러기 전에 시설이나 물건을 디자인할 때도 장애인을 고려하고, 무엇보다도 앞으로 동반견이나 맹인안내견이 자유롭게 식당이나 공공기관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엔 그 비율이 예전보다 좀 줄었다고는 하는데, 아직도 우리나라에선 맹인 안내견을 차에 태우지 않으려는 택시기사들도 있어 애를 먹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래도 화낼 줄 모르는 개가 있다는 것이 한켠 마음을 찡하게 만든다. 이 책을 보면, 영국은 동반견이 주인 따라 대학 강의실에도 들어 올 수 있다고 하는데 장애자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없다면 그런 배려 정도는 비장애인들도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자면, 이 책은 동반견들에 대해 소개를 하는 것으로선 좋은 책이긴 하지만 반복되는 느낌이 있어 다소 지루한 면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감안한다면, 동반견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하고 우리나라 장애자 복지정책이 어떠해야 할까를 생각하게 하는데 좋은 책이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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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06-04-18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좋은 책 리뷰에 댓글이 하나도 없다니 죄송스런 마음입니다.
글 잘쓰시는 분들이 쓰시면 으레 그려러니 하고 만성이 되어 보게 되잖아요.
오랜만에 스텔라님 리뷰에 댓글을 적으면서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stella.K 2006-04-18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별로 잘 쓴 리뷰는 아니어요. 읽는데 좀 지루했거든요. 그래도 리뷰에 댓글이 없으면 좀 그런데 니르바나님이 이렇게 멋지게 달아주시니 감사할다름이죠.^^

푸하 2006-04-21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으니 제가 어릴 때 키우던 '메리'가 생각나네요. 집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동네를 돌아다니는 개였거든요. "메리야!...."이렇게 부르고 놀았는데.... 참 순한 개였어요. 그리고 얼마전 '에너지대안센터'안에서 큼지막한 개를 본적이 있는데 녀석이 모르는 사람을 얼마나 잘 따르는지. 놀랄정도였어요. 제가 아는 상식으로 개는 본능적으로 자기의 영역이 있고, 그것을 침범하는 자에 대해 적대한다고 알고 있었거든요. 제가 궁금해서 어느 분에게 물어보니 그 개는 어렸을 때 부터 드나드는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그래서 영역에 대한 본능보다도 사람들의 관심에 더 많은 반응을 하는 것 같았구요. 사람의 내부엔 악의 특성과 천사의 특성이 공존하는 것 같은데, 개 또한 그럴 것 같다는 사례로서 저에게 다가왔어요. 유전자적 특성이 성향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내부의 여러 가지 가능성이 외부의 여러 조건과 상호작용해서 성향(행위)이(가) 결정되는 것이 '생명체'의 가능성인 것 같다는 생각이....(헉... 점점 수습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요...ㅠㅜ 제가 문득 진화론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어져서요...)

stella.K 2006-04-21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에 대한 깊은 통찰을 하고 계시는군요.^^
 
 전출처 : 니르바나 > 참 아름다운 사람

                         

장일순의 방 한 쪽에 신문이 펼쳐진 채 놓여 있었다.

전두환의 얼굴이 보이는 그 신문을 가르키며 장일순이 말했다.

"저이가 위험한 사람이야. 우리가 저 사람을 위해 기도를 해야 돼"

저이란 전두환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전두환뿐이 아니었어. 박정희도 김일성도 늘 같이 대했어.

늘 말씀하셨지. 그 사람들 잘 되도록 우리가 기도해야 된다고."

 

누군가 방황을 할 때 우리는 두 가지 태도를 취할 수 있다.

하나는 욕이나 비난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다.

부디, 잘 되라고 비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적이라도 그 사람이 잘 되기를 빌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진짜 얻어야 하는 것은 누굴 이기는 게 아니라 평화로운 삶이기 때문이다.

 

혼자 뉴스를 보는 경우 아직까지 혼잣말로 촌평을 하지 않고 묵묵히 쳐다보지만,

가끔 아내와 함께  정치인이 대한 보도를 볼 적마다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에 대해 심한 말까지

서슴지 않고 내뱉곤 한다.  늙어가는 증세인가...

그러나 아름다운 사람 장일순 선생의 말씀을 듣고 내 행동에 반성을 한다.

 

원주에는 1군 사령부가 있다. 1군사령관은 별이 넷인 4성 장군이다.

새로 부임해 온 1군 사령관이 인사를 하러 장일순의 집에 들렸다.

늘 있는 일이었다.

각 기관의 장은 새 부임지에 가면 그 지방의 유지를 찾아가 인사를 드리는 것이 상례였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사령관이 장일순에게 나이를 물었다.

서로 나이를 주고받고 나서 장일순이 말했다.

"저보다 아래시군요. 제가 말을 놓아도 되겠습니까?"

소탈하면서도 서슴없는 제안에 장군은 거절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장일순은 이렇게 사람들이 단 계급장이나 쓰고 있는 모자 벗기기를 잘했다.

평신도이면서도 사석에서는 신부라도 나이가 아래면 그냥 아우님이라 불렀고, 위면 형님이었다.

지학순 주교도 사석에서는 형님이었다.

 

과연 내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어떤가 생각해보니 선생과 달리

사람들이 걸친 위의에 맞추어 사람들을 대하며 살고 있었다. 단 한 차례의 예외도 없이

과연 사적으로 만날 경우가 있을 지 모르겠지만 있다손쳐도

나보다 나이어린 목사나 전도사에게 말을 놓을 껏 같지않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장일순에게 과연 아내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우리집 주인은 내가 아니고 저 양반이야. 나야 건달이고 하숙생이지"

장일순에게  아내는 또한 선생님이기도 한데, 그 이유는 이렇다.

"혜월은 이렇게 말씀하셨지. '아이들 말이라도 옳으면 따라야 한다'고

남자는 원래 구녁이 많은데 그때마다 아내가 일침을 가하듯 딱딱 찔러준다네.

뭐냐하면 그런 점에서 아내는 선생님이시지."

목사 이현주가 처음  부인과 함께 선생을 찾아 뵈었을 때, 부인이 자리를 뜨자,

"저 사람이 보살일세. 잘 모시게"

 

오늘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기념절이다.

예수님이란 과연 누구이신가.

나는 선생의 말씀을 빌어 말하고 싶다.

 

남녀노소 빈부귀천 등 조건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을 보살로 모시는 분이다.  예수님은

그리고 장일순 선생은 참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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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lifume > [알라딘] 전문가들에게 배우는 글쓰기 전략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뼛속까지 내려가 자기 마음의 본질적인 외침을 적어내라!" 내면의 목소리를 믿는 법.
유혹하는 글쓰기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많이 쓰고 많이 읽으라. '오늘' 책을 읽는 사람은 언젠가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글쓰기의 공중부양
글쓰기의 공중부양
이외수 지음

작가 이외수가 30여년 동안 글을 쓰면서 터득한 ‘실전 글쓰기 노하우’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
임재춘 지음

연구 자체보다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 더 많이 고민하는 이공계 출신자를 위하여.
 
네 멋대로 써라
네 멋대로 써라
데릭 젠슨 지음, 김정훈 옮김

내면에 숨어 있는 말들을 일깨우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보여준다.
움베르토 에코의 논문 잘쓰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의 논문 잘쓰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에코가 공부하는 법, 글을 쓰는 기술, 정리된 사고를 하는 법을 공개한다.

글쓰기의 전략
글쓰기의 전략
정희모.이재성 지음

글쓰기의 숙련 시간을 단축시켜주는 요령을 제시하고 실전에 적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글 고치기 전략
글 고치기 전략
장하늘 지음

좋은 문장은 끊임없이 고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글쓰기와 글고치기의 모든 것.
 
대학생 글쓰기 특강
대학생 글쓰기 특강
강준만 지음

글쓰기의 기본 바탕이 되는 인문사회학적 개념을 설명하고 각 의견의 차이를 보여준다.
탁석산의 글짓는 도서관 1
탁석산의 글짓는 도서관 1
탁석산 지음

논증이라는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실용적인 글쓰기의 훈련 방법을 다루는 책이다.
 
이렇게 해야 바로 쓴다
이렇게 해야 바로 쓴다
한효석 지음

글쓰기가 거짓이나 관념, 상투성 등으로 흐르는 것을 경고한다.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혜숙 옮김

원고지 10장을 어려움없이 쓸 수 있게 되면 어떤 글이라도 잘 쓸 수 있다.

문장강화
문장강화
이태준 지음, 임형택 해제

이태준이 고심하여 쓴 문장론, 50년 세월 속에서도 빛이 바래지 않은 생생한 고전.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
남영신 지음

적절한 예문과 연습 문제들을 제시, 한국어를 학습하고 잘못을 교정할 수 있도록 구성.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박남일 지음

아름답고 재치가 넘치는, 그러나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 옛말 1700여개.
한국어가 있다 1
한국어가 있다 1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우리말 바루기 팀 지음

잘못 알고 있거나 헷갈리기 쉬운 우리말을 골라 알기 쉽게 설명했다.
 
우리말 나들이
우리말 나들이
MBC 아나운서국 우리말팀 엮음

고루하게 느낄 수 있는 바른 언어생활에 대한 주제를 재미있고 다양한 구성으로 다룬다.
바른말 고운말
바른말 고운말
KBS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회 지음

바른 표기에서부터 한자어의 어원, 일본어의 잔재, 지나친 외국어 남용, 호칭 문제까지.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승우 지음

낯익은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끊임없이 소설을 생각하고, 소설을 읽고, 소설을 쓰라.
현대소설작법
현대소설작법
김용성 지음

체계적인 창작강의와 풍부한 예문을 함께 수록한 소설작법 안내서.
 
기사작성의 기초
기사작성의 기초
이재경 지음

기사란 무엇인가, 기자란 무엇인가. 기사쓰기에 필요한 기초지식과 기사의 기본 유형.
드라마 아카데미
드라마 아카데미
김수현.노희경.이금주.박찬성 지음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펴낸 TV 드라마 작법 교재. 드라마의 기초부터 발상, 구성, 대본쓰기까지.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로버트 맥기 지음, 고영범 외 옮김

시나리오의 첫 대사부터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작가의 기본소양을 길러주는 책.
수필문학입문
수필문학입문
윤오영 지음

문학은 표현이다. 표현기술의 연마 없이 개성적 문체는 탄생되지 않는다. 독서와 문장 수련은 절대적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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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사람들은 지금보다 3배 먹었다

의식주, 살아있는 조선의 풍경
한국고문서학회 지음|역사비평사|304쪽|1만7000원

서기(西紀) 23세기에 사는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목적지는 살구꽃이 활짝 핀 18세기 조선의 평양. 오늘 밤 새 평안감사(平安監司)가 대동강에 십여 척 배를 띄우고 봄날의 밤을 즐긴다고 한다. 평양 주민들은 횃불을 들고 나와 뱃놀이를 구경하며 한바탕 축제를 벌일 것이다.

강변에 도착하니 이미 강 양안(兩岸)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그 중에서 가까운 남쪽 강변에 있는 사람들 224명의 옷차림을 관찰했다. 청(靑)·황(黃)·홍(紅)·갈(褐)·흑(黑). 갖가지 색깔의 옷차림이다. 이를 보면 ‘백의(白衣)민족’이란 말은 아마도 19세기 이후에나 나온 말일 듯하다.

지체 높은 양반들만 나온 게 아니다. 효심 깊은 젊은 상민(常民) 부부는 노(老)부모를 모시고 아이들과 함께 구경 나왔다. 젊은 남편은 맨 상투머리다. 지팡이를 짚은 노인은 그래도 체면이 있는지 두건을 썼다. 저 멀리 아이를 업은 젊은 남자는 푸른색 저고리에 잠방이 바지를 입었다. 상민들은 주로 저고리를 입고 벙거지를 쓴 차림새다. 하지만 형편이 좀 나은 상민은 양반의 도포보다 소매가 좁은 겉옷(창옷)을 걸쳤다. 천민(賤民)들도 나왔겠지만 옷차림으로는 구별이 안 된다.

양반은 도포를 입고 술띠(술이 달린 띠)를 매는 것으로 신분을 나타냈다. 갓은 양반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횃불을 든 상민 홰꾼들도 갓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중인(中人)들은 도포와 비슷하지만 허리 아래 주름을 잡은 ‘철릭’을 입고 있다. 하지만 중인도 술띠를 매서 양반과 잘 구별되지 않는다. 옷차림만 보면 조선의 신분제는 ‘반(班)-상(常)’의 ‘2신분제’였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유롭게 뱃놀이 구경을 즐겼다. 정말 성대한 행사였다. 오죽하면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란 말이 있었겠나. 김홍도(金弘道)라는 화가는 이 행사를 그림으로 그려 후세에 전하겠다고 한다. 그는 그림에 ‘월야선유도(月夜船遊圖·달밤에 배 띄우고 노는 그림)’라는 이름을 붙였다.

▲ 김홍도의 작품으로 전하는‘월야선유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평안감사의 부임을 축하해서 대동강에서 열린 뱃놀이를 그렸다. 모래사장에서 횃불을 밝히고 구경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복장이 눈길을 끈다.
사람들이 뭘 먹었는지도 궁금하다. 이곳을 비롯한 북쪽 사람들은 조밥을 주로 먹는다. 남쪽 사람들은 쌀밥을 많이 먹는다고 한다. 사람들은 보통 아침과 저녁 두 끼를 먹었다. ‘점심’이란 말은 낮에 먹는 밥이 아니라 아무 때나 형식을 갖추지 않고 먹는 것을 말한다. ‘미암일기’ ‘묵재일기’ ‘양용기’ 등 옛 문헌에 쓰여 있다.

대신 식사량이 엄청나다. 한끼에 2.1홉(420cc)을 먹는다. 21세기 사람들이 먹는 양의 세 배다. 19세기말 ‘조선교회사’를 지은 서양인 달레는 “조선 사람들의 가장 큰 결점은 대식(大食)”이라고 했다. 반찬은 냉이·달래·버섯·고사리 등 주로 채소들이고, 두부나 고기는 아주 귀하고 특별한 음식이다.

사는 집은 깔끔하고 아담하다. 집터를 잡고 기둥을 세우고 지붕을 얹는 일 하나하나에 공간을 생각한 지혜를 담았다. 세입자도 있다 하니 사람 사는 모양은 언제어디나 비슷한 것 같다. 수도 한양은 기와집이 60%를 차지한다고 하지만 시골집 대부분은 방이 두세 개 딸린 초가집이다. 1904년 호적안(戶籍案)에 따르면 경남 11개 군 4만5000호 가옥 중 3칸집이 52%, 2칸집이 37%, 4칸집이 8%였다. ‘초가삼간’이란 말은 그래서 생겼다.

여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오니 너무도 생생해서 내가 과거를 다녀온 것인지, 원래 조선에 살다가 이곳에 온 건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이한수기자 hs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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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한 이치
코니 팔멘 지음, 이계숙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3월
평점 :
절판


헤겔은 멋없이 글쓰기를 아예 자랑으로 여기는 사람이고, 칸트는 재치없음을 재치있음으로 승화시키는 사람이야.

 

 

내가 저런 대화들에 골몰할 때 즈음 나는 코니 팔멘을 처음 읽었고, 읽는 당시 예쁜 무대처럼 보였던 남자들이 지금 다시 읽는 시간에는 하나의 커다란 현실로 느껴진다.

도서관에서 일주일에 세 권 정도를 빌려읽은 까닭에 읽는 책은 좀 있었지만 내 책장은 빈곤했던 때에 코니 팔멘을 읽었고 알라딘의 플래티넘 회원이 되어 사는 책은 많지만 읽어야 할 책들이 서가를 채우고 있는 요즘에 코니 팔멘을 다시 읽었다. 다시 읽는 코니 팔멘은, 그대로, 읽는 그대로 냉정하고 담담하다. 그녀는 알랭 드 보통처럼 아주 노골적으로 속닥거리지는 않지만 조경란처럼 냉랭하게 말할 줄 아는 재주를 가진 작가이다. 한가지 다른 것은 철학적인 시도를 도처에 깔아둔 것 정도일지도 모른다.

 

 

 

냉랭하다, 라고 말하는 것은 어느 순간 이 책의 주인공이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내게는 헛가렸기 때문이다. 남성적 자아와 여성적 자아로 굳이 주인공의 페르소나를 나눌 생각은 없지만, 어느 순간 읽다 보면 강하고 약함, 어지러움과 고즈넉함, 절제와 화려함 등으로 주인공이 나뉘어진다. 김형경의 주인공들은 그들마저도 여성적이었고 이윤기의 그들은 여성마저도 남성적이었다. 이것은 비단 글쓰는 사람의 한계라기보다는, 글쓰는 사람 그 자체의 개성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코니 팔멘은 신기하게도 강하고, 냉랭하고, 사물과의 거리를 둔다.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철학과 (여)학생의 이야기라지만 그녀의 생각하기가 함정에 빠지지 않는 이유는 언제나 그녀가 자기 자신을 잃지는 않는다는 데에 있다.

 

 

 

내가 귀여운 여인일까.

사귀는 남자들마다 아마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말할지도 모르겠다. 사귀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나름 나를 완벽하게 바꾸어버린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그들과 계속, 계속계속 함께 하지 못한 것은 그래도 마지막에 내가 나 스스로이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생각하기는, 나는 사유 라는 말 대신, 생각하기, 라는 말을 쓴다. 사유, 라는 단어에서 오는 닫혀있는 느낌, 종결되고 고즈넉한 느낌보다 나는 무엇보다도 계속 변화하여 때로는 오락가락으로까지 보일 생각하기를 계속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생각하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아마도 내가 나 자신을 완벽히 버렸다면 누군가로 인해 고민하는 일은 없을테지만 내게는 그것이 못내 아쉽다.

 

 

언제나 모든 상황은 모 아니면 도가 아니었다. 모 아니면 도 는 선택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다가오는 것이지 상황의 과정 속에 담긴 무엇이 아니었다. 코니 팔멘은 이 점을 놓치지 않는다. 아주 작은 로맨틱한 부분이었지만, 이를테면 무슈 륀이 물리학자를 만날 때가 그러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무슈 륀은 그를 만나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한 다음, 마지막으로 결론을 내린다. 그를 만나러 가야겠다. 언제나 생각을 해놓고서도 행동은 생각과는 반대로 하는 것이 그저 나의 히스테리컬함이라고 생각했던 독자로서, 이 부분은 놀라운 사상전환이었다. 어쩌면, 혼자 이런 것이 아니었다, 라고 자조적으로 일어섰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과 반대되는 선택이 있다. 어쩌면 그러한 선택들이 무슈 륀을 만들고, 나를 만들어주었는지도 모르겠다.

 

 

 

끝으로, 훌륭한 번역을 만들어주신 이계숙 님이 세상을 떠나신 것이 나는 못내 아쉬웠다. 잔잔하게 흥분하지 않고 일관적인 번역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드웨어적인 물질에의 고찰

알라딘에서는 이 책을 6400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에 만날 수 있었다. 6400원, 두 명이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실 때 드는 돈 정도. 한 번 만남을 포기하는 대가로 자명한 이치를 만나는 것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일이다. 뿐만 아니라 표지에 삽화를 이것저것 그리지 않고 최대한 심플하게 간 것도, 어두운 보랏빛과 검은색을 섞어 배열한 것도, 책 표지의 재질이 구겨지기는 쉽지 않게 코팅이 된 페이퍼백이라는 것도, 모두모두 마음에 든다. 몇 년을 지나 읽어도 좋은 책, 몇 년을 지나 보아도 또 좋은 디자인을 만난 것 자체가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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