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 (양장, 조선시대 삽화수록 에디션)
존 번연 지음, 김준근 그림, 유성덕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사실 이 작품은 오래 전에 한 번 읽은 적이있다. 기독교인이라면 한 번쯤 읽게되는 작품아닐까? 세상에 책이 하도 많아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두 번 이상 읽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다시 읽게된 것은 겉표지에도 나와 있지만 조선시대 삽화가 무려 42점이나 수록되어 있다는 말 때문이기도 하며, 평양 장대현교회의 길선주 목사님이 당시 우리말로 번역된『텬로력뎡』을 읽고 1907년 평양 대부흥을 이끌어 냈다는 말 때문이기도 하다.

 

1907년 평양 대부흥. 사실 난 이 시기가 궁금하다. 그것은 언젠가 우연히 손양원 목사의 전기를 읽고 난 후부터였는데, 손양원 목사가 신앙의 절개를 지키며 순교할 수 있는 밑바탕엔 바로 이 평양 대부흥의 영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양 대부흥의 밑바탕엔 이 책의 영향이 있었다니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사실 처음 읽었을 땐 이런 배경 없이 읽었는데 배경을 모르고 읽을 때와 배경을 알고 읽을 때의 느낌이 다를테니 감흥도 남다르지 않을까? 

 

장정도 최대한 옛날 조선시대 책 분위기가 나게 꾸몄다. 옛날 문자가 발달되기 전에는 '텬로력뎡'이라 썼다는 것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이 책이 처음 번역된 것은 1895년선교사 제임스 스카스 게일(James Scarth Gale)이 부인 해리엇(E. G. Harriet)이 이창직의 도움을 받아 번역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번역된 서양 소설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최초의 번역 소설이란 말은 나도 오래 전에 들은 것 같다.

 

이 책은 한마디로 천국을 향해 걸어가는 순례자가 온갖 어려움과 유혹속에서도 믿음을 지켜 마침내 천국에 이른다는 단순해 보이는 설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장면이나 이야기 흐름속에 성경 말씀을 정말도 꿰었다는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도대체 성경을 몇 번 읽으면 이런 서사가 가능한지 모르겠다. 

 

사실 한 사람이 하나님을 믿기로 하고 그 믿음을 일생 동안 믿음을 지켜 나간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중간에 믿음에 대한 회의와 위기가 오기도 하고, 그래서 믿음의 길을 떠나기도 하고 떠났다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잘 믿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포기하고, 그 반대로 살아 있을 땐 온갖 방탕한 생활을 하다 죽는 마지막 순간에 주님을 영접하는 사람도 있다. 가끔 이를두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인간적으로 이중 가장 좋은 건 세상에서 해 볼 거 다해 보고 마지막에 예수님 믿고 턱걸이로 천국 들어가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고. 그만큼 믿음을 지키며 산다는 게 어렵다는 얘기다. 

 

믿음은 마라톤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래서 멘토가 필요하다. 더구나 100세 시대다. 옛날엔 신앙 하나면 그 모진 세월을 견딜 수 있고 핍박도 감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앙 말고도 위로 받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무궁구진하게 많아졌다. 또한 온갖 이단 사설도 세분화되고 조직적이 되었다. 또한 교회를 다니기는 하지만 교회안에서도 방황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런 가운데 신앙의 순수함을 잃지 않도록 격려 받는다는 건 얼마나 필요한 일인지 신앙을 가져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래서 천로역정은 시대와 상관없이 오늘 날에도 신앙인이라면 성경과 함께 꼭 읽어야 할 필독서다.   

 

책에 나온 기산 김준근의 그림을 처음에 보면 김홍도를 연상케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풍속화가였다. 그런데 또 자세히 보다보면 중국의 느낌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 것으로 봐 기산은 중국의 영향을 받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텬로력뎡>은「천로역정(합질)」이라는 이름으로 2017년 5월 29일 문화재청에 의해 등록문화재 제685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여러모로 소장 가치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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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2-13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난 크리스마스에 아는 분의 초대로 어느 교회에서 천로역정 연극을 보았어요.
큰 내용은 알지만, 연극으로 바로 앞에서 보는 느낌은 또 달랐던 것 같아요.
한글의 예전식 표기법은 조금 더 중국어의 느낌에 가까운 것 같고, 그리고 조금 더 오래된 책 같은 느낌이 듭니다.
stella.K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stella.K 2018-02-13 16:51   좋아요 0 | URL
아, 연극으로 보셨군요.
그렇지 않아도 이 책이 대본처럼 구성이 되어 있어서
연극하기 딱 좋겠다 싶더군요.

그런 오래된 느낌 때문에 소장하고 싶더라구요.^^

2018-02-14 0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14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8-02-14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웃겨요. ˝가장 좋은 건 세상에서 해 볼 거 다해 보고 마지막에 예수님 믿고 턱걸이로 천국 들어가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고.˝ - 저도 이런 생각을 했던 1인이거든요.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웃겨요. ㅋ

stella.K 2018-02-14 13:51   좋아요 0 | URL
ㅎㅎ 웃긴가요? 그런 생각 누구나 하지 않나요?
저는 13살 때부터 신앙 생활을 했는데요
진짜 너무 일찍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좀 누릴 거 다 누려보고 이 나이쯤 시작해도 늦지 않을 텐데...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