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떠나는 문학관 여행
김미자 지음 / 글로세움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은 발길 닿는 대로 나그네 같이 하란 말도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여행 고수이거나 바보이거나. 나는 여행 고수가 아니니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뭔가 목표 내지는 목적을 세우고 이정표대로 떠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내가 목적을 세운다면 어떻게 세워 보겠는가? 아무래도 난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니 문학 기행 같은 것을 염두에 두고 떠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런데 여행이라는 것도 그저 단순히 그곳에 그게 있다더라는 주마간산식의 여행 역시 여행고수거나 바보들이 취할 자세인 것 같다. 뭘 알아야 면장을 한다고 그것을 알고 떠나는 것과 모르고 떠나는 건 천지 차이일 것이다. 그러니 이런 책이 좋을 것이다. (딱 아는 척 하기에도 좋다.)

 

언제 한 번 이런 책이 나온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모르긴 해도 흔치는 않을 것이다. 있기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지역에 국한되어 있거나, 어느 한 문학인을 집중 조명하기 위해 쓰인 책은 아닐지. 그런데 비해 이 책은 우리나라 38군데 44명의 문학인을 간결하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 놨다. 그야말로 음식으로 치면 잘 차려진 뷔페 같다.

 

작가는 또 언제 이런 곳을 파고 다녔을까? 처음엔 혼자 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안 되겠는지 남편이 따라 나서 줬다고. 얼마나 든든하고 힘이 되었겠는가. 나도 혼자는 너무 외로울 테니 마음에 맞는 친구 딱 한 명만 동행해 준다면 그 여행길이 무섭지도 외롭지도 않을 것 같다. 아무튼 작가는 남편을 잘 만난 것 같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여행도 여행이지만 우리나라 문학을 꿰뚫어 볼 수 있다 점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선지자가 자기 고향에선 대접 받는 일이 없다고, 우리가 학창 시절 국어 시간이 아니면 한국 문학사를 꿰뚫을 일이 그 무엇이 있을까? 그래서 잊히고 잘 모르는 문학인도 부지기수일 것 같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자국민이 자국의 문학에 대해 잘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다니.

 

하지만 이게 비단 사람의 잘못이겠는가 싶기도 하다. 출판계나 매스컴이 좀 나서줘야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요즘 출판계에선 전집을 기획하면서 고전이나 한 작가의 작품들을 한 질로 내놓는 경우가 많아졌다. 거기에 우리나라 작가들은 좀 멀찍이 있는 것도 같다. 물론 몇몇 작가들이야 여전히 관심을 받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우리나라 문학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는 기획의 문제이기도 하겠는데 여행과 문학인을 한 테마로 잡은 것도 꽤 괜찮은 시도인 것 같다. 그리고 새삼 우리나라에 문학관이 이렇게도 많은가 놀랍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봐야 38곳이다. 더 찾아보면 더 나오지 않을까?

 

나 개인적으론 목포 문학관에서 김우진을 다룬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냥 김우진하면 잘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 옛날 가수 윤심덕이 현해탄에 몸을 던졌을 때 함께 몸을 던졌던 사람이 그다. 알고 봤더니 나름 당대 출중한 지식인이었다. 그는 이미 17살 때 공상과학 소설을 쓰기도 하고, 논문을 잘 써 영친왕으로부터 상과 상금을 받기도 했단다. 와세다 대학 원예과에 진학했지만 시를 쓰고 조명희 등 20명과 함께 극예술협회를 발족하는 등 문학과 공연 예술에 관심이 많았다. 나중에 영문학으로 전공을 바꿔 졸업 후 시와 평론을 발표하고, 번역에도 힘을 쓴다. 저자 역시도 그런 그를 왜 몰랐을까 탄식하기도 했다는데, 여행이란 또 그렇게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아는 기쁨, 즐거움 아니겠는가또한 소설<혼불>로 기억되는 최명희 문학관을 다룬 부분도 먹먹했다. 최 작가가 타계한 나이는 겨우 50대의 나이다. 지금도 어디선가 숨어서 글을 쓰고 있을 것만 같다. 

 

책을 읽다보면 쓸쓸함과 아련함이 밀려온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가 없다더니 꼭 이를 두고 하는 말 같다. 한때는 문학계를 호령했을 이 걸출한 문인들이 지금은 어디로 다 사라졌단 말인가. 

 

글 시작 전에 그 문학관에 관한 짧은 소개와 주소, 전화번호 등 이용안내를 밝혀 놓고 있어 실용성을 높였다. 중간 중간에 간간히 저자 자신의 사생활도 밝혀놓고 있는데 그 나름 글 앞에 진실하고자 하는 의도는 알겠지만 자칫 군더더기로 비칠 수가 있어 그 점은 조금 아쉬웠다. 또한 모르는 작가에 대해선 솔직히 모른다고 하는 겸손한 자세도 좋긴 하겠지만 그게 또 보기에 따라선 좀 아마추어처럼 보일 수가 있어 그럴 땐 차라리 한 템포 쉬어 가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저자가 이전에도 책을 몇 권 내봤다면 이젠 프로가 아닌가. 어찌 보면 우리나라 문학관을 가능한 한 많이 소개하고픈 저자의 의욕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저자가 우리나라 문학관을 소개하고자 들인 수고를 생각하면 독자로서 그런 지적이 가당키나 할까 싶기도 하다. 그저 한 지리멸렬한 독자의 시샘이라고 생각해 주면 고맙겠다.

 

꿈은 이루어진다는데 손 떼 묻혀가며 빌면 언제고 나도 이런 여행 떠나 볼 수 있지 않을까? 저자의 수고에 심심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8-01-18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차를 보니 가보았던 곳이 제법 있네요.
저의 첫 책에서 집중 다루어 썼던 곳도 세 곳 다 있구요. 반가운 책입니다. 제가 아는 분이랑 동명이라 깜짝 놀랐다가, 아니네요.
그러고 보면 문학관이 참 많은데 여행과 두 마리 토끼 잡기로 좋은 코스이지요.

stella.K 2018-01-18 17:44   좋아요 0 | URL
어쩐지... 읽으면서 저도 혹시 저자를 프레이야님이
아시지 않을까 했습니다. 근데 아닙니까? 좋다 말았는데요?ㅎㅎ
읽으면서 부럽기도하고 수고도 많이 했겠구나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