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은 질문들 - 우리에게 필요한 페미니즘 성교육
페기 오렌스타인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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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은 왜 미국의 10대 아이들이 그토록 오럴 섹스에 집착하는가를 추적한다.

한마디로 그들은 오럴 섹스를 섹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섹스도 단계가 있을 것이다. 좋으면 손잡고, 손잡으면 키스하고 싶고, 키스하면 섹스도 하고 싶을 것이다. 바로 이 키스와 섹스 사이에 오럴 섹스가 위치하는 것이다. 뭐 섹스는 아니지만 (적극적인) 애무쯤 될 것이다.

 

사실 미국 같이 성이 개방되고 진보적인 나라에서도 10대들의 성은 문제인가 보다. 그것을 그들도 모르는 바는 아닌지라 진지한 성행위는 부담스러운 것이다. 진지한 성행위를 할 경우 그 후에 책임져야할지도 모르는, 즉 콘돔이 찢어지거나 원치 않은 임신 등에서 자유롭고 싶은 것이다. 그럴 때 오럴 섹스는 좋은 대안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 내 보수적인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10대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즉 보수적인 신앙을 가졌으니 성에 대해서도 얼마나 보수적일까? 거의 금욕적일 것이다. 그들 사이에선 꽤 오래 전부터 순결 서약이라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지금도 그것은 유효해 보인다. 말 그대로 결혼할 때까지 섹스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당연 비기독교 진영에선 코웃음을 사겠지만 오히려 그것을 역으로 뛰어 넘으리만큼 힘 있는 운동이 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조차도 오럴 섹스만큼은 예외로 두고 있어 순결을 지키는 것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러한 채로 그들의 부모조차 자신의 아이들을 순결 서약에 동참시키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그런데 이 책이 페미니즘을 표방 하니만큼 이런 만연된 사고에 문제점은 없는가를 저자는 짚어낸다. 즉 오럴 섹스는 서로가 서로에게 해 줄 수도 있지만 많은 부분 여자가 남자에게 더 많이 해 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왜 그런가? 그것은 상당 부분 친밀감을 위해서란다.

 

보통은 16세 이전에 오럴 섹스 경험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자연스런 현상이라기 보단 뭔가의 강박에 의한 것인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그 나이까지 그런 것도 안 해 봤냐며 어린 아이 취급 받을까봐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하는 것이다.

 

사실 미국의 10대들이 이렇게 오럴 섹스에 과도한 집착을 보이는 건 빌 클린턴 대통령과 르윈스키의 섹스 스캔들 때문이기도 한데, 그 문제가 붉어졌을 때 클린턴 대통령은 구강 섹스 밖에 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 후 과연 오럴 섹스가 섹스냐 아니냐로 열띤 토론도 있었다고 하니,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대략난감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섹스에 갖는 양가감정은 생각 보다 엄청났다. 여자 아이들은 성에 눈뜰 무렵 왁싱을 한다고 한다. 왜 그런가 했더니 남자 아이들이 털 많은 여자를 싫어하기 때문이란다. 토할 것 같다면서. 그렇게 한껏 오럴 섹스를 즐기면서 뒤에 가서 걸레 같은 년이라며 욕을 하고. 뭐 미성숙의 소치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서도 오럴 섹스는 오럴 섹스대로 하고 있으니 모순 아닌가? 게다가 여자만이 그런 취급을 받는다는 건 확실히 불평등해 보인다. 사실 이 체모라는 것도 있을 만하기 때문에 있는 것이다. 그것이 없을 경우 건강에 해롭다는 건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은 이것을 한다. 물론 요즘엔 남자도 왁싱을 한다고 하는데 여자만큼은 많이 하는 것도 아니며, 오히려 털은 남자다움의 상징으로 보기도 다음 때문에 해도 소극적이다. 이것 역시 평등은 아니다. (사실 이것은 문화의 차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동양권에서는 여성이 체모가 너무 없어도 오히려 안 좋게 보는 시각도 있다)

 

항문 섹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건 여자에겐 고통이 수반 되는데 (나는 이것만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섹스가 됐든 오르가슴을 느낄 수 없다면 고통이 따르긴 할 것이다) 하지만 남자들은 이것을 당연한 것처럼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은 영화에도 반영되기도 하는데, 포르노는 말할 것도 없고 섹스 장면이 나오는 거의 모든 영화는 확실히 남성 편향이 많다.

 

이건 또 태어날 때부터 깊이 뿌리박힌 남근 사상과도 연관이 깊은데, 남자 아이는 버젓이 남근을 드러내지만 여아는 성기를 감춘다. 그러므로 성교육과 매스컴이 이 드러난 문제만이라도 바로 잡아준다면 여성 문제의 대부분이 해결되지 않을까?

 

나는 특별히 동성애에 주목하는데, 그것은 내가 동성애를 옹호하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사람이 왜 동성애에 빠지는가에 대해선 알고 싶었다. 그런데 그 단서가 될 만한 이야기가 이 책에 나온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한 믿을만한 조사에 따르면, 여학생들은 성관계 파트너의 육체적 쾌락을 자신의 만족에 대한 잣대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만약 상대가 만족했다면 저도 성적으로 만족해요라는 말을 한다. 그에 비해 남학생들은 반대였다. 자신의 오르가슴을 척도로 사용한다. (한편 파트너의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여성들의 성향은 상대의 성별과 큰 관계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성보다는 동성 성관계에서 오르가슴을 느낄 가능성이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121p).

 

나는 여기서 잊고 있던 사실 하나가 떠올랐다. 예전에 동성애의 비율이 여성 보다 남성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섹스를 더 능동적이니까.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다. 여자 동성애자들의 비율이 훨씬 더 많다고 한다. 그것은 어찌 보면 이 이유와 관련이 많을 것이다. 이성과의 섹스에서 만족하지 못하고 소외된 결과다. 그런데 비해 동성은 아무래도 더 여유롭고 편하게 느껴지니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것은 고스란히 한 가정의 고통으로 남기도 한다. 부모는 내 아이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이해하거나 용납하지 못한다. 그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포기를 했을 뿐이다. 더구나 미국에선 이미 동성애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되기도 했으니 무슨 수로 이것을 막을 수 있겠는가. 물론 진보적인 페미니즘이라면 동성애는 옹호되어야한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 보단 저자가 주장하는 건 섹스에 있어서 남녀의 조화와 평등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 하나가 있다. 그것은 아이들이 섹스 자체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자신이 왜 섹스를 하는가를 모른다는 것이다. 자신의 만족을 위한 섹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호기심 또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성급함 때문에 뭣도 모르고 섹스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반대급부로 보수적 기독교 단체에서는 그렇게 순결 서약도 하는 것인데 어느 쪽이든 크게 의미는 없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성급히 섹스를 하려고 하지 말고 오히려 자위를 해 보라고 권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10대들이 자기 몸에 대해 너무 무지한 상태에서 (오럴) 섹스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르가슴을 느끼는 척만 할뿐 진짜 성행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자위는 미국이나 동양권인 우리나라나 그렇게 환영 받거나 적어도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 것 같다. 미국은 워낙에 성 개방의 나라니 그만큼 성적인 허세도 많아 그건 뭔가 덜떨어진 행위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겠지만 금욕적인 것도 뒤섞여 더더욱 의미 없는 것으로 취급되기도 하고. 그러나 저자는 자위야 말로 자신이 어떨 때 오르가슴을 느끼는지 실험해 볼 수 있는 유용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순결 서약을 결혼할 때까지 지키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니냐. 반문한다. 그렇다. 우리는 종종 비본질적인 것 때문에 본질적인 것을 간과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파생된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는데 지면상 여기에 일일이 옮길 수는 없을 것 같다. (궁금하면 읽어 보시든지)

 

이렇게 여성은 성에 대해 주체적인 생각을 갖지 못하고, 그런데 비해 남자는 너무나 주도적이니 강간이 끝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많은 경우 자신이 강간이나 성희롱을 당했는지를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경우는 주로 술 취한 상태에서 모르는 사람보단 아는 사람에게서 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그럴 때 우리는 대체로 어떤 반응을 취하는 가다. 여자들에게 술 마시지 마라. 술 취한 남자를 피하라고만 하지 남자에게 술 마시지 말라고 하지는 않는다. 술로 인한 피해가 어떤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얼마 전부터 미국에서는 허리우드 유명 여배우를 중심으로 <미 투 캠페인>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즉 이제 그들은 자신들이 성폭력 피해자임을 말하는 것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게 묵인되고 방관되어 왔는지 알 수가 없다. 그 허리우드 여배우들에 의해 호명되어진 수컷들은 적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이런 운동이 시작됐다는 것에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고 보면 미국이란 나라도 성 개방만을 외쳤지 그것으로 인해 파생된 문제들에 대해선 방관하거나 미온적이었나 보다. 과연 누구를 위한 성 개방이었을까?

 

우리나라는 또 어떤가? 직장 내 성폭력이 그렇게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도 인사상의 불이익이 있을까봐 누구 하나 나서서 대신 말해 주는 사람이 없으며, 스스로가 문제 해결을 하려고 법에 호소를 해봐야 진술 과정에서부터 불이익이 되고 직장 내에서도 왕따를 당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성교육과 성폭력에 관한 법체계는 어떻게 달라져야할까? 이 책이 과연 미국의 예라고만 볼 것인가? 성을 개방했더니 거기서 파생된 문제들이 많아 금욕주의 성교육을 실시해 봤지만 성과가 없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네덜란드의 성교육을 주목한다.

네덜란드 정부는 22세 모든 여성이 부모의 동의 없이도 무료로 골반 검사, 피임, 낙태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중략) 또한 네덜란드에서는 친밀한 신체 접촉을 할 때 자기 자신과 상대방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자위와 오럴 섹스, 동성애, 오르가슴을 공개적인 토론 주제로 삼았다. (중략) 네덜란드 정부는 성교육 커리큘럼에 상호작용기술을 추가하여 어떻게 하면 기분 좋은지 상대방에게 정확히 전달하는법과 분명하게 경계선을 긋는 법을 가르쳤다. 그 결과 2005년에는 네덜란드 청소년 다섯 명중 네 명이 첫 번째 성경험은 자신이 한 시기에 이루어졌으며 즐거웠다고 답하게 되었다.(351~352p)

 

어떤 면에선 다소 파격적이긴 하지만 이건 확실히 우리나라도 주목해 봐야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청소년이나 우리나라나 아직도 성교육은 영화가 해준다고 생각한다. 30년 전부터 있어 온 얘기다. 우스갯소리겠지만 이건 또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사고이기도 하다. 성교육을 왜 영화가 하는가? 학교가 해야지. 이건 우리나라 법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다. 학교에서 바로 가르쳐야 여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부디 우리나라도 자각되길 바란다.

 

책이 워낙에 사례 중심이어서 읽기에 다소 벅찬 느낌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의 성 실태에 관해선 그 전파속도가 다소 늦다 뿐이지 우리가 미국과 다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남혐과 여혐이 나뉘어서 서로 싸우고 있다. 그들 싸움에 끼어들어 봤자 크게 얻을 소득은 없다. 성 교육을 바로 세우면 많은 부분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이렇게 싸우는 것도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가 없기 때문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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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7-12-11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므흣 - 진지 - 공감...^^

stella.K 2017-12-12 11:58   좋아요 0 | URL
ㅎㅎ 고맙습니다.^^

희선 2017-12-12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교육도 하려면 이것저것 많이 생각해야겠네요 학교에서는 그런 건 별로 마음 쓰지 않죠 말하기 어려워서 그렇겠습니다 그런 것도 전문으로 하는 선생님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한다면 보건 선생님이 해야 할까요


희선

stella.K 2017-12-12 12:01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우리나라 성교육이 어느 정돈지 모르겠더라구요.
옛날 보다 많이 나아졌는지...? 나아졌다고 해도 꾸준한 학습과
관리가 필요할 것 같은데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아요.ㅠ

2017-12-12 0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12-12 12:08   좋아요 1 | URL
저도 이책 읽으면서 미국에서의 혼전순결 서약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과 많이 다르겠구나. 좀 충격이었지요.
오럴 섹스도 그렇고.
그런데 이런 생각이 한국에 곧 퍼질거란 아니 어쩌면
시작됐겠구나를 생각하면 어떻게 해야할까 걱정이 되더군요.
특히 한국은 남자들이 콘돔 사용을 아직도 기피한다더군요.
그럼 외국 여자인 경우 한국 남자들은 콘돔을 사용하지 않고도
안전한 섹스를 할 수 있는 기술이 따로 있나? 뭐 그런 생각을 한다더군요.
외국 여자나 우리나라 여자들이나 성의식이 조금 더 철저해야 할텐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강나루 2017-12-12 0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충격 깊은 생각이 밀려오네요

stella.K 2017-12-12 13:31   좋아요 0 | URL
처음엔 저도 충격이었는데 가면 갈수록 깝깝하더군요.
미국이 이 정도라면 우리나라는...?!
포르노에 대해 얘기하는 것만큼 의식있는 성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해야할 텐데 구성애 여사가 많이 그립더군요.
옛날 같이 방송에도 나오고 그러지...

강나루 2017-12-12 13: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럼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네요

stella.K 2017-12-12 13:33   좋아요 1 | URL
ㅎㅎ 관심이 많으신가 봅니다.
같이 고민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