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에 들릴 겸 점심으로 오랜만에 햄버거를 사 갈 생각이었다.
집 앞엔 L 햄버거 가게가 있다.
이곳은 작년 이맘 때 들리고 이제야 들린 셈이니 우리집은 햄버거를 안 먹어도
너무 안 먹는다.
물론 난 몇달 전 성경공부팀의 막내가 점심으로 햄버거를 마련해줘서 먹긴했다.
그게 전부다.
솔직히 햄버거는 그다지 당기는 음식은 아니다.
햄버거 속 패티와 채소들은 그럭저럭 식감이 좋긴한데
이상하게 빵과 함께 먹으면 더부룩하다.
그래도 가끔 생각나기는 한다.
헉, 그런데 민망한 일이 벌어졌다.
작년에 갔을 때만해도 카운터에 가면 주문하고 계산하고 기다리면
됐는데, 이번에 가니 누가 무인 자동화 시대 아니라고
주문과 계산을 기계가 한다.
아예 그러라고 입구 가까운 곳에 설치해 놨다.
그런데 그건 또 카드가 있어야 하는가 본데 당연 나는 카드를 가져오지 않았다.
언젠가도 말했지만 난 소문난 기계치다.
카드를 가져갔어도 또는 카드가 아니어도 그 앞에서
주문을 하고 계산할 자신이 없어졌다.
뭔가 에러가 나서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 더 기다리게 만들 것 같아
신경 쓰이고.
그렇다고 한창 바쁜 시간에 점원에게 물어 보기도 뭐했다.
순간 앞으로 기계를 다룰 줄 모르면 굶어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모종의 자괴감 같은 게 느껴졌다.
갈수록 눈이 나빠져 찡그리고 봐야하는 것도 귀찮고.
결국 그 햄버거 가게를 나와 대신 붕어빵을 샀다.
이렇게 소심해서야...
5천원 15 마리. 오랜만에 왔다고 덤으로 한 마리를 더 받았다.
아직은 그렇게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보고 팔고 사고 해도 좋을 것 같은데
기업은 자꾸 사람을 거부하려고 한다.
그게 과연 좋은 운영인지 난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