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독서 -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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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마라톤이다

 

어렸을 때 무엇을 경험했느냐가 훗날 그 사람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을 시작하면서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책 읽는다고 미움 받은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는 저자가 남자답게 자라주길 바랐는데 그 바람과 달리 병약해 집구석에만 갇혀 책만 읽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셨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책 읽는 것을 싫어하니 몰래 읽다 들키고 그 이후론 다시 읽지 않았다고.

 

저자는 거기서 한 가지 좋은 점과 한 가지 나쁜 점을 발견했는데, 책을 안 읽으니 겸손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았다면 굉장히 교만했을 거라고. 뭐 책을 안 읽는 것에 대해 옹색한 변명 같긴 하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나도 그런 적이 있긴 하니까.

 

초등학교 처음 들어가서 첫 생활통지표에 담임선생님은, 나는 책을 잘 안 읽는 것 같다고 했다. 왜 하고 많은 말 중 선생님은 한 학기 동안 나를 지켜보시고 그런 말씀을 하신 걸까? 그 말은 누가 들어도 칭찬하는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지금이라면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 한 반이 보통 80명 정도 됐다. 그 아이들을 일일이 지켜보고 한마디 한다는 게 쉽지는 않으셨을 것이다. 더구나 기입란이 워낙 작아 여러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을 수도 없었다. 또한 선생님의 그런 말씀은 더 열심히 독서에 정진하란 뜻이었을 테지만, 한글을 겨우 뗐을 내가 그 행간을 이해하기는 불가능 했다. 그렇다고 누가 나에게 차근차근 말해 주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그러다 보니 그게 은근 트라우마가 되었다. 솔직히 난 독서 집중력이 그렇게 좋지가 못하다. 한 번 책을 잡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이 1시간 내외쯤 될 것이다. 그 이상을 넘어가면 눈이 핑핑 돌고, 머리에서도 과부하가 걸린다. 때문에 나는 아무리 재밌고 은혜로운 책도 보름은 붙잡아야 한다. 난 한 때 이것 때문에 열등감에 시달린 적이 있다. 책은 어쩌면 그리도 나에게 곁을 내주지 않았던 걸까?

 

그런데 독서는 집중력만으로는 할 수 없다는 걸 한참 후에 깨달았다. 오랜 시간 버틸 수 있게 만드는 건 집중력이 아니라 지구력이다. 나는 집중해서 책을 읽는 시간은 짧지만 독서 자체를 지루해 하거나, 세상에 못할 것이 독서라고 여겨 본 적이 없다. 한때 책을 열심히 읽었던 사람들이 성인이 돼서 안 읽는 경우도 많다. 짧은 기간 책을 읽다 안 읽는 사람과 한 번에 많이는 못 읽지만 꾸준히 읽는 사람과 누가 승리자인가? 독서는 단거리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

 

이런 상상을 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만일 독서에 대해 집중력도 좋고, 오래 붙들고 있을 수 있는 지구력도 좋다면 어떻게 됐을까? 저자가 말하는 교만의 반열에 들어 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걱정할 것이 못되는 게, 2000년대 들어 인터넷 서점이 생기고 블로그 활동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넘사벽의 독서 고수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알게 된다. 그전까지는 누가 무슨 책을 얼마나 읽는지 아는 바는 없고, 바람이 전해 준 말들만 많아 실감이 안 났는데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으니 나 책 많이 읽는다고 교만을 부리고 허세를 핀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저 가만히 있어주는 게 나를 위해 좋다는 걸 금방 깨달게 될 것이다.

 

작년에 내가 독서 에세이를 냈다고 하니 책을 많이 읽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그건 순전히 운이 좋아서일 뿐이고, 수많은 독서 고수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그저 한 가지 얘기할 수 있는 건 내 책은 내 집중력의 산물이 아니라 지구력의 산물이라는 것뿐.

 

독서 박해 중단하라!

 

이 책은 한마디로 말하면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저자의 답이다. 그리고 그것을 너무나 훌륭하게 잘 해 줬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책이 너무 좋은 나머지 책 전도사를 자처했다. 그리고 책 어디를 펼 쳐봐도 기승전독이다. 모름지기 전도사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좋아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모르는 것. 입만 열었다 하면 깔떼기로 나도 모르게 그것으로 끝을 맺는 것. 그게 전도사의 남다른 포스인 것이다.

 

오죽했으면 박근혜나 김영삼 대통령의 예를 끌어 왔겠는가? 누구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난 그게 결코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히 저자가 없는 소리 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책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을 위해 잠깐 소개해 보면,

 

저자는 박근혜는 책은 안 읽고 만날 드라마나 봐서 사람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없다고 했다. 또한 현실과 드라마를 혼동한 나머지 극비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길라임이란 가명으로 입원했다고. 박근혜가 TV를 얼마나 어느 정도 보는지는 알아 봐야할 일이지만 길라임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밝혀진 이야기인 건 사실이다. TV나 영화, 게임 같은 영상물에 집착하면 어떤 폐해를 낳는지는 들어서 알고 있는 일이고.

 

김영삼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그가 독서를 싫어했다는 것도 알려진 사실 아닌가. 그래 가지고 한 나라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식견을 가질 수 있겠는가 했더니 그 분야의 전문가의 머리를 빌리면 된다고 했다. 빌리는 것도 알아야 할 수 있는 것인데. 알다시피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대통령이고, 김영삼 대통령 역시 IMF 금융 위기를 초래한 대통령으로 임기는 채웠지만 불명예 퇴진했다.

 

적어도 이 두 대통령은 자신에게나 국민에게나 독서의 중요성을 일깨우지 못했다. 물론 거의 대부분의 대통령이 그렇긴 하지만.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가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과는 좀 다른 평가를 받는다. 물론 그는 독서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그것을 몸소 보여줬던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저자가 지적한대로 왜 우린 초등학교 때까지는 독서를 독려 받다가도 왜 중학교만 들어가도 금지를 당하는지 모르겠다.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버지로부터 금지를 당한 건 아니지만 잔소리를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뭐라고 하지 않으셨는데 중학교에 들어가자 태도가 바뀐 것이다. 물론 이것에 대해선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때 내가 공부를 좀 잘했더라면 그런 말은 듣지 않았을까?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 난 가득이나 책을 빨리 못 읽는데, 공부할 양은 많고, 아버지로부터 그런 잔소리를 들어야 했으니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누가 독서를 할 것 다 하고 남는 시간에 취미로 한단 말인가? 남는 시간은 자야지. 돌이켜 보면, 책을 읽는 사람에게 책을 읽지 못하게 하는 건 명백히 핍박이고 고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독서를 못하게 하는 사람은 자신이 상대에게 어떤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난 우리나라의 불행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독서가 좋다는 건 알지만 그것을 강제하고 입시에 내몰리도록 하면서 획일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의 맹점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를 졸업하면 뭐하겠는가? 그동안 자기 손으로 책을 사 본 일이 없으니 어떤 책이 좋은지를 모르는 것이다. 그나마 어떤 책이 좋으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그리고 그 얘기를 듣고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는 사람은 희망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얘기 책 좀 읽는다는 사람에겐 필요없는 말일 것이다. 안타까운 건 이 책 역시 좋긴 하지만 정말 책을 안 읽는 사람들에게 읽혀져야 하는데 여전히 읽는 사람에게만 읽힐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난 우리나라가 이 개인의 독서를 박해하는 것을 그만 멈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창 책을 읽어야할 나이에 그것을 금하고 입시로 모는 교육에 미래가 있다고 보는가? 이거야 말로 우리나라의 문혁은 아닐까? 중국의 문화대혁명 말이다. 알다시피 그것은 말이 좋아 문화대혁명이었지 중국인을 우민으로 만든 문화 박해였다. 그 정점에 중국의 찬란한 고전을 읽지 못하게 만든 독서 박해가 있었고. 그나마 그 기간은 생각 보다 오래진 않았지만 문혁의 그늘은 지금도 드리워져 있다. 그런 것을 우리나라는 여전히 하고 있다

중국의 문혁과 우리나라 독서 박해를 같은 선상에 놓는 건 너무 심한 표현일까? 하지만 적어도 이치는 같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인간의 개성을 말살하고, 사람을 규격화 시킨다는 점에서 학교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더구나 386 이전 세대는 국가에서 지정한 교과서. 일명 국정 교과서로 공부했던 세대이기도 하다. 지금은 그게 아닐지 모르지만 입시의 그늘은 여전해서 입시 맞춤형 인간만 양산하고 있다. 그 아이들이 어떤 고민도 없이 대학을 부모님이 정해주는 대로 간다지 않는가? 교육이 우민을 만들었다. 과연 그 원죄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나는 저자가 책 안 읽는 대통령에 대해 언급했지만 책을 안 읽기는 국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역대 그런 대통령이 국정을 농단 할 때 우리는 뭐했을까를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묻고 싶다. 저자는 말했다. 예를 들어 갑질이 문제라면 갑질에 관한 책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알아야 대처를 하지 않겠는가? 그런 것처럼 자기 손으로 책 한 번 재대로 골라 보지 못한 국민이 과연 대통령 선택은 잘 할 수 있겠는가? 선출된 대통령마다 앞에서 박수치고 뒤에서 욕하지 않았나? 국민 저마다 어떤 대통령을 뽑을지에 대한 정보와 철학이 없고, 다 여론몰이에 휘말려 뽑지 않았나? 그것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이 원래 선거는 그런 거야 하지는 않았는가 말이다.

 

선거철이면 각 후보들이 자신을 선전하기 위해 쓴 그렇고 그런 자전 에세이 같은 거 말고, 대통령을 연구한 이름하여 대통령학에 입각한 책을 읽어 본 적은 있는가? 얼핏 기억나는 건 심리학자 황상민 교수가 쓴 <좋은 대통령이 나쁜 대통령 된다> 같은 책 말이다. 그녀가 대통령이 된 게 아버지의 아우라 때문이라면 소박하다기 보단 우민의 교육 때문은 아닌가?    

 

그러려면 독서와 토론은 더 이상 시간 떼우기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규 과목이 되야한다. 그리고 나의 부모나 선생님이 책 그만 읽고 공부 좀 해라.” 이런 말 들으면 독서를 방해 내지는 박해했다고 신고하도록 해야 한다. 즉 아동과 청소년 학대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좀 심한가? 다 이 책을 읽은 덕분이라고 해 두자. 아니 나도 이 순간만큼은 책 전도사가 되야겠다. 

  

어떤 책이 좋은 책인가?

 

사실 나는 우리나라 입시생들이(물론 다는 아니지만) 자신의 진로를 정하지 못해 부모가 정해 준다는 건 자기 손으로 좋은 책을 골라 읽지 못한 것과 중요한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 유명한 도서 리스트가 있긴 하다. 예를 들면, 하버드나 서울대 또는 무슨 공적 기관에서 뽑은 100대 리스트. 심지어는 유명한 서점에서 뽑거나 휴가 때 읽을 책 리스트 등. 하지만 그 리스트대로 읽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다 참고일 뿐이다.

 

낚시하는 사람에게 손맛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이 손맛은 처음부터 있는 것이 아니고 많이 해 봐야 든다고 한다. 책도 마찬가지다. 책도 사람이 쓰는 것인 만큼 다 같은 것이 아니다. 나에게 맞는 책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그것을 찾아야 한다. 찾는데 실패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그런 경험을 많이 하면 감만으로도 내게 맞는 책을 찾을 수가 있다. 감이 다 맞는 건 아니겠지만 8, 90% 정도의 적중률이라면 꽤 괜찮은 거 아닌가? 물론 거기엔 재미와 감동 또는 쉽게 읽힐 책만을 기준으로 삼지는 않는다. 뭔가 힘을 뽝 주고 이판사판으로 읽어줘야 할 책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전두환 회고록> 같은 책은 읽지 말라고 하는데, 거기에 리스트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이순자 여사가 쓴 자서전도 포함이 될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이명박 회고록도 그렇지 않나? 하지만 꼭 읽지 말아야할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면교사 삼을 생각이라면 읽어도 되지 않을까?

 

그런데 왜 그렇게 읽지 말아야할 책도 있느냐면, 우린 책이라면 무조건 다 좋을 거란 무의식적 믿음이 있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은 인간의 지적 산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좀 비판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는데 말이다. 특히 현대의 베스트셀러일수록. 고전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완벽한 책이 어디 있는가? 나는 처음 성경을 읽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거기엔 바른 말만 적혀있는 줄 알았는데 인간의 온갖 잡다한 죄악들이 다 나와 있었다. 그래가지고 어떻게 성경이 인류 역사상 가장 권위 있는 책이 될 수 있었던 건지. 그런데 나중에 깨달은 건 책은 좋고 나쁘고, 재밌고 없고로 평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가치로 평가된 다는 걸 알았다.

 

또한 뚝배기 보다 장맛이라곤 하지만 만듦새를 무시할 수 없다. 너무 조악하게 만든 책은 내용 역시 조악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것도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전두환 회고록> 같은 거 보라. 무시할 수 없는 장정을 뽐내고 있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난 장식이 많고 글은 조금인 책은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그건 아무래도 출판사측의 전략이겠지만 초보 독서가들에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저자의 지적대로 책의 정본은 못 읽고 축약본으로 읽고 나 그 책 읽었다고 자랑할 확률이 높은 사람이다. 책은 즐겁게도 읽어야겠지만 책 읽는 근육을 위해선 좀 고통스럽게 읽을 필요도 있다. (이렇게 말해 놓고도 좀 부끄럽긴 하다. 너무 고통스러워 읽다가 포기한 책은 또 얼마나 많은가?)

 

왜 책을 읽는가?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의 물음에 답하는 것도 중요하긴 한데, 그 물음이 있기 전에 책은 그냥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다. 읽던지 안 읽던지 말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간 읽게 되어 있다. 김영하 작가는 최근 한 지적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말은 곱씹을 만하다. 책은 읽으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산 책 중에서 읽는 거라고.

 

그래서 일까? 요즘엔 장서가와 독서인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 것 같다. 장서가도 언젠간 책을 읽을 테니까. 그러므로 너는 읽지도 않을 책을 왜 사니?”란 말은 책 그만 읽고 공부나 해.”란 말과 함께 사라져야 할 말인지도 모르겠다. 가식적인 폼도 좋고 베게로 삼아도 좋다. 그건 어느 특정인의 잇템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위한 필수템이어야 한다.

 

저자의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에 내가 추가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

나는 앞서 독서하는데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내외라고 했다. 그러니까 난 독서를 하기엔 취약한 체질을 가진 셈이다. 그런데도 독서를 포기하지 않는 건 책을 읽지 않는 것 보다 읽는 편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독서를 하지 않으면 무엇보다 머리가 텅 빈 느낌인 게 금방 바보가 될 것만 같다. 그건 독서를 하고 나서 눈이 핑핑 돌고 뭔가 과부하가 느껴지는 현상 보다 더 안 좋은 느낌이다.

 

언젠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이 지금 그 상태에서 자기 자신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야성(野性)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수성(獸性)이 생긴다고. 늑대 인간에 대해서 들어서 알고 있지 않은가. 인간도 방치하면 들판을 돌아다니는 짐승과 똑같이 되는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 우린 매일 씻고, 닦고, 쓸고, 조이고를 해야한다. 이것을 위해서 독서만한 것이 없다. 저자는 교만을 걱정하지만 책으로 생긴 교만은 책으로 겸손을 배우게 되지 않을까? 너무 걱정하지는 말자.

 

지금은 북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야 할 때

 

이 책을 읽다보니 저자가 그런 말을 한다. 이제 앞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고. 100세 시대다. 지금 청년이라면 70년 내지 60년은 더 살 것이고, 중년이라면 50년 내지 40, 노년이라면 30에서 20년쯤은 더 살 것이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것 같아도 그중 3분의 1은 잠으로 보낼 것이다. 그러면 그만큼 빼기를 더 해야 한다. 그것뿐인가? 눈은 더 나빠질 것이고, 집중력도 예전만 같지 않아 지금 어떤 속도로 책을 읽든 지금 보다 느려지지 더 빨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건 인위적인 예산일 뿐이지 누구도 그 시간을 채울 거라고 장담하지 못한다.

 

예전에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있다. 마치 그전에 그런 생각을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처럼. 그때 제일 먼저 생각했던 건 죽을 때 죽더라도 내 손으로 지금까지 모아 온 책을 처분할 수 있어야 할 텐데와 나의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그동안 난 얼마의 책을 더 읽을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수시로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서글프긴 한데 안 할 수도 없는 생각이다. 원래 계획 없이 사는 게 나의 콘셉트이긴 한데 그래도 북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그것대로 읽다가 생을 마감하면 좀 후회를 덜하고, 조금이라도 만족하고 죽지 않을까?

 

리스트를 많이 하지는 말자. 많이 잡으면 못 지킬 수도 있으니 자기 능력에서 중간치로 잡고 생각 보다 오래 살 수도 있을 것을 생각해 옵션으로 20권만 더 추가하면 괜찮지 않을까? 나이가 드니 생각하기 싫어도 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혼자하기 싫다면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을 모집해 같이 만들어 봐도 좋을 것 같다.

 

저자에게 감사를...

 

지금까지 난 단순히 이 책에 대한 리뷰를 한 것이 아니라 저자의 질문에 내 식의 답을 달았다.

저자는 꽤 오래 전부터 여러 권의 책을 냈다. 나 개인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저자의 책의 특징이라면 어떤 책을 읽어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알다시피 책을 어렵게 쓰기는 쉬워도 쉽게 쓰기는 쉽지 않다. 읽다보면 저자 특유의 익살과 유머가 느껴져 내내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이 책은 그저 책 전도사로서 무작정 책을 읽으라고만 하지는 않는다. 그 속엔 저자가 읽은 책도 고스란히 녹아있고, 왜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되는지를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거리들도 많이 던져준다. 무엇보다 저자의 전공인 기생충과도 연결시켜 놓는 걸 보면서 과연 저자의 재치가 하늘을 찌른다 싶다. 이 책은 독서 초보자에게도 좋지만 이미 독서의 깊은 내공을 지닌 사람들에게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늘 사람들의 즐거움을 먼저 생각하는 저자에게 이 지면을 빌어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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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윗듀 2017-11-28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을 읽고 썼는데 리뷰의 수준 차이가 너무 다르네요 ㅠㅠ 흑흑 (사실 제말이 그말이에여!! 헤헤) 잘읽고 갑니당!

stella.K 2017-11-29 13:42   좋아요 0 | URL
아유, 왜 그러십니까? 잘 쓰고 못 쓰고가 어딨습니까?
다 생각나는대로 쓰는 거죠.
리뷰는 쓰면 쓸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물론 요즘엔 대충 쓰는 것도 많구요,
안 쓰고 넘어가는 것도 있습니다.
정말 스윗듀님처럼 뭔가 할 말이 있는데
다른 분이 맥을 잡아 주셔서 저도 내 말이 그 말인데 할 때도 있구요.
모쪼록 가려운데를 긁는 기분이셨길.^^

2017-11-28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11-29 13:43   좋아요 1 | URL
아유, 왜 이런 의미심장한 말씀을 비밀글로 막아 놓으셨습니까?
정말 공감가는 글인데...ㅠ

2017-11-29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11-29 13:57   좋아요 1 | URL
알고 있죠. 그런데 위의 댓글은 특별히 공감가는 게 있어서
비밀글이란 게 아쉬워서 그러죠.
저는 뭐 그렇게 인기 서재가 못 되서 누가 뭐랄 사람없습니다.
그리고 다 알아요.
남의 서재에서 댓글이 하얗게 보이면 아, 님이 다녀가셨구나 하죠.
특히 주인장이 저처럼 답글을을 비밀글로 하지 않은 경우는 100퍼죠.
사이러스의 서재는 특별히 더!ㅎㅎ

2017-11-29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11-29 14:22   좋아요 1 | URL
아유, 오히려 제가 감사할 일이죠!^^

그렇죠. 그런데 국민이 똑똑해지는 것을 싫어하는 동안
나라꼴은 말이 아니고 국가경쟁력에서도 뒤지고
그 책임 나중에 부메랑이 되서 다 지도자한테 돌아갈텐데
정신을 못 차려요.ㅠ

yamoo 2017-11-29 1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을 많이 읽는다고 사람이 지혜로워지는 건 아닌 듯합니다. 지식이 늘어 판단력과 분석력이 조금 좋아지는 것 뿐(이것도 사람마다 달라 그냥 책은 기호의 소비인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독서에세이 류는 이제 그만 읽어야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만, 서점에 가면 가장 먼저 구경하는 분야 역시 독서에세이 분야라, 제겐 좀 거시기 합니다. 제가 타인의 독서에세이를 기웃거리는 건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멋진 책이 있을까하는 기대인데, 이제는 이런 기대를 충족해 주는 독서에세이 류는 좀처럼 없는 듯해서요.

서민 교수의 이 책은 아직 서점에서 구경도 못해 봤습니다. 미안하게도 아작 스텔라 님의 책도 찾아 읽지 못하고 있어요. 자꾸 까먹어서 그래요.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스텔라 님의 책과 서민 교수의 책은 찾아 봐야 겠습니다.

독서 에세이에 관한 리뷰라서 그런지 스텔라 님의 독서 이력이 잘 표출되어 있어 인상깊게 읽고 갑니다~

stella.K 2017-11-29 19:05   좋아요 0 | URL
ㅎㅎ 안 읽으셔도 되요.
야무님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지금은 시간이 좀 지나서 많이 무뎌졌고
오히려 야무님 같은 분은 저의 책 보시면 실망하실 것 같아서
안 읽으시는 것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부담 같지 마시고, 가끔 이렇게 댓글 남겨 주세요.
야무님 제가 어떻게 글을 쓰는지 아시지 않습니까?
그것 그대로인데요 뭐.ㅋ

cyrus 2017-11-30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무님이 먼저 언급하셨지만, 저도 독서에세이를 잘 안 읽어요. 독서에세이 비슷한 글을 매일 북플에서 읽기 때문이에요. ^^

stella.K 2017-12-01 13:11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런 네가 내 책을 읽어줬다는 건 대단한 거지. 인정!
나도 말했지만 운이 좋아서 책 낸 거라고 하지 않던.ㅋ
너나 야무님은 워낙 독서 고수니까 굳이 독서에세이 안 읽어도
될지도 몰라. 하지만 어떤 사람에겐 필요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북풀과 책은 비슷하긴 하지만 조금 다르지.
나도 책 낼 때 이미 썼던 걸 많이 정리해 낸 건데?

요즘엔 하도 독서에세이가 흔해져서 아주 인정 받는 작가가 아니면
안 읽을 것 같아. 나도 독자의 입장에서 그래..
그렇지 않으면 기획 단계에서 조금 더 특화된 뭔가가 있어야할 것 같고.

그런데 너도 언젠가 어느 출판사에서 연락 오지 않았니? 책 내자고?
진작에 물어보고 싶은 말을 이제야 물어 보네.
너 요즘 서재에 며칠씩 안 나타나는 걸 보면
모종의 작당이 있는 것 같기는한데 말야.ㅎㅎ

cyrus 2017-12-01 14:05   좋아요 0 | URL
출판사에서 연락 온 일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제안이 온다고 해도 거절할 거예요. 어설픈 책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그건 저나 출판사 모두 손해예요.. ㅎㅎㅎ

요즘 그냥 북플 접속시간을 줄이고, 대신 책에 집중하는 시간을 늘렸어요. 특별한 일은 없었어요. ^^;;

stella.K 2017-12-01 14:38   좋아요 0 | URL
ㅎㅎㅎ 사람 기죽이는 방법도 여러 가지야.
나는 자비출판은 반대긴한데 그래도 출판사에서
연락 오면 고려는 해봐라.
출판사에서 연락이 올 때는 모든 리스크를 다 생각하고
연락한 것일 테니.
나도 당장 하겠다고 하진 않았어.
생각해 보겠다고 하곤 2년이 훌쩍 넘겨버렸지.

페크pek0501 2017-12-02 1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긴 리뷰를 쓰시다니... 저는 또 이 긴 리뷰를 다 읽다니... ㅋㅋ
독서에 관한 책은 하도 읽어서 그만 사야지, 하면서도 사실 끌릴 때가 많아요. 그만큼 관심 있는 책이니까요.
아무쪼록 마태우스 님과 스텔라 님의 책 판매가 계속 증가 추세로 뻗어나가시길 바랍니다.

stella.K 2017-12-02 15:33   좋아요 0 | URL
ㅎㅎ 언니도 길게 쓰지잖아요.
다 읽길 바라지는 않고 공감하는 부분있으면
그것만 가지고도 충분히 댓글 소통되는 거죠.
그런데 언니는 다 읽으셨으니 박수. 짝짝짝!

아, 근데 독서에세이 독자의 입장에선 뭐 다 책 얘기하는 거지
하겠지만 작가의 입장에선 책 얘기를 가장한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이기도 한데 그렇게만 인식이 될까 봐 걱정이어요.
제가 야무님과 사이러스한테 너무 착하게만 얘기했나 봐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