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Sense Of An Ending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LIONSGATE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지적이며 약간은 어렵다던 줄리언 반즈의 원작 영화가 언제 나왔었구나.

읽어 본 사람들은 작품은 다 읽었을 때 처음부터 다시 돌아가 읽게 만든다고 하던데

영화도 그럴까 했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인다.

물론 또 봐도 상관은 없지만.

 

사람의 마음이 그렇다잖는가?

남에게 은혜 받은 건 물에 새기고,

상처 받은 건 돌에 새기고.

이 영화는 그것을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상대는 어떠할까?

누군가에게 상처 준 걸 기억은 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그래서 남에게 상처주고 어떻게 뻔뻔하게 잘 사냐고 이를 갈기도 하지.

그것은 전자든 후자든 인간은 이기적인 본성이 있기 때문이고

기억은 언제나 내게 유리한 쪽으로 편집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때 나를 좋아했던 연인이 다른 사람 그것도 친구를

좋아한다는데 화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럴 경우 사람마다 반응하는 게 조금씩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당장 마음은 아프지만 이성적이라면 사랑도 선택이니

그 선택을 존중한다며 쿨하게 보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속 주인공은 그렇게까지 쿨하지 못했다.

두 번째나 세 번째 사랑이면 가능했을지 모르겠지만 첫 사랑이다.

어떻게 쿨할 수가 있겠는가?   

 

그런데 그게 컨셒이었는지 아니면 내가 그렇게 봐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주인공은 또 꼭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사랑과 우정을 오가는 것도 같다.

(아닌가? 이러면 영화도 책처럼 다시 봐야하는 걸까?)

 

어쨌든 그럴 때 주인공은 쿨하게 연인을 보내 줬어야 했다.

그래서 실제로 둘의 만남을 축하한다고 잘 해 보라고 축하 엽서를 보내려고

우표까지 붙였는데 순간 돌변해 찢어 버린다. 그리고

잔인하게도 천박한 말로 둘을 희롱하고 저주하는 말을 편지로 써서 보낸다.

 

과연 그러면 속이 후련할까?

당장은 그럴지 몰라도 훗날엔 그런 자신을 후회할 것이다.

자신의 인격이 바닥이란 걸 증명하는 꼴이고, 깨닫고 나면 오히려 더 비참할 것이다.

 

그만큼 사랑은 치명적이다.

하면 더 없이 좋지만 그 끝은 괴롭고 처절하다.

그것은 사랑의 깊이만큼 반비례한다.

그러니까 그런 편지를 써서 보냈겠지.

미성숙하기도 하고.

 

그래도 영화속 주인공이 파파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살아갈 수 있었던 건

세월이 약이고, 망각 또한 약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세월과 망각에 그 첫 사랑의 실패를 묻어버리지 않았다면 

괴로워서 한 시도 못 살았을 것이다. 

잃어버린 사랑과 자신의 인격이 바닥인 것을 증명한 그 행동은 잊지 못한다면

앞으로 그 많은 날 사회생활은 어떻게 하며 

그 다음에 찾아오는 사랑과 결혼 기타 등등을

어떻게 다 감당하며 살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이 영화 분명 주인공이 미성숙하고 잘못했다는 건 알겠는데

너무 주인공을 코너로 몰고 간다는 느낌이다.

여자도 내가 볼 때 그다지 성숙해 보이진 않는다. 

주인공이 싫어 떠난다면 떠난다고 이별을 정식으로 통보하고,

충분히 자신으로 인해 상심이 클 옛 애인을 다독거려 줘야 하는 거 아닌가?

 

하긴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렇게 옛 애인으로부터

잔인하고도 무지막지한 편지를 받을 이유는 없다.

물론 요즘 데이트 폭력에 비하면 약하긴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파파 할아버지가 된 주인공이 지난 날의

과오를 다시 만난 옛 애인에게 따져 묻고 네가 그러지만 않았어도

내가 그런 편지는 안 보냈을 거라고 자신의 잘못을 덮어 씌우고

합리화하지 않아 다행이다.

그런 식으로 반응하는 인간은 또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여자도 꽤 오래도록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것 같다.

그러니까 노년이 되어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그처럼 쌀쌀 맞은 거겠지.

그래도 뭐 그렇게 세월이 흘러서라도 사과는 받았으니 그나마 다행이고 복은 아닐까?

이미 말했지만, 세상에 자신이 용서를 구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도 모르고

뻔뻔스럽게 살아가는 중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것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영화는 보여준다.

보다보면 역시 젊음이 좋긴하다 싶기도 하다.

그 미성숙하고 덜떨어진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젊다는 이유만으로 역대로 세상의 모든 이야기꾼들은

젊었을 때의 이야기를 다루길 좋아했다.

노년 그 자체로는 별로 얘기가 나올 게 없거든.

산전수전을 이미 다 겪고난 훈데 뭐 그리 할 말이 있겠는가?

그래서 약간은 서글프다.

자신의 이야기를 해도 젊은 때 이야기를 하지

늙은 현재를 얘기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표정도 감정의 씀씀이도 젊을 때만 못하다.

뭐 그걸 꼭 나쁘다고 할 수는 없겠지.

그만큼 단순해졌다는 뜻이기도 하지 않을까?

젊은 사람이 단순하면 말미잘이라고 욕을 먹지만

늙은 사람이 단순하면 초탈하다고 봐준다. 

나쁘지 않은 일이지.

주인공의 노년의 모습도 나쁘지 않다. 

 

누구는 원작만 못하다고 하는데

원래 원작을 능가하는 영화란 없다.

아직 원작을 읽지는 못했지만 영화 자체만으로 봤을 땐 볼만하다.

사실 이제와 말이지만, 원작과 비교하는 건 자유지만

무엇이 무엇보다 좋다 나쁘다를 얘기하는 건 의미가 없어 보인다.

감독이야 원작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화할뿐인데

그냥 그러면 그런가 보다 하는 거지 뭘 어쩌라고...?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7-11-20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이 있는 작품은 원작에 비교해서 원작보다 낫다, 못하다 그런 것들로 설명하는 경우가 없지 않은 것 같아요. 같은 책을 읽어도 해석이 사람마다 다르고, 느낌도 다른 것처럼 사람마다 좋다고 느끼는 점이 다른 모양이예요. 그래도 영화는 영화만의 느낌이 좋고, 책은 책을 읽을 떄의 느낌이 좋다고 하면, 두 가지에서 좋은 점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밖에 비가 오는 것처럼 살짝 눈이 내렸어요. 며칠째 낮도 아침 저녁도 참 차갑습니다.
stella.K님,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오후 보내세요.^^

stella.K 2017-11-20 18:38   좋아요 1 | URL
그렇지요. 좋은 접점을 찾아가야죠.
그런데 대다수의 사람은 영화 보다 책이 더 좋다잖아요.
저도 동감입니다.ㅋ

서니님도 건강하시길...!^^

2017-11-20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7-11-20 18:42   좋아요 1 | URL
사실 그럴 땐 난리 브루스를 떠는 게 맞는 거 아니겠습니까?
쿨하다면 진정으로 사랑하는 게 아니죠.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인 사랑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주 안하면 모를까 하면 목숨 걸고 해야죠.
그러지 못해서 첫사랑들은 물에 물탄 듯 술에 술 탄듯하는가 봐요.ㅎㅎ

transient-guest 2017-11-22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가즈오 이시구로 책을 영화로 옮긴 건가요? 제목이 낯이 익어서요.. 전 아직 이 작가에 대한 판단은 보류하고 있습니다. 두 권째 읽고 있는데, 남은 몇 권을 더 읽어봐야 할 것 같아요.

stella.K 2017-11-22 13:42   좋아요 1 | URL
ㅎㅎ 아뇨.줄리언 반즈여요.

저도 노벨문학상 내내 관심없다가 일본 작가라
관심 같고 한 두 권을 읽어봐야지 하고 있는데
갈수록 리뷰들이 좋다는 반응이 아니어서
지금은 주춤하고 있습니다. 다른 책도 봐야하는 것도 있고...
그래도 언젠간 읽어봐야겠죠?ㅋ

희선 2017-11-24 0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이 한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하고 남이 자신한테 잘못한 일은 잘 기억하기도 합니다 그런 건 자신한테 좋게 기억을 바꿀 수도 있겠죠 자신의 기억이 옳다고만 생각하지 않아야 할 텐데 싶습니다 좋은 것보다 안 좋은 것은... 그런 생각은 쉽게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나이를 더 먹으면 할 수 있을지...

나중에 잘못했다 여길 일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게 좋을 텐데, 자기 감정을 어찌할 수 없으면 그런 일을 할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stella.K 2017-11-24 19:02   좋아요 1 | URL
나이들면 현명해지는 것도 더러는 있죠.
옛날에 실수한 걸 또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근데 그러고도 순간순간 불쑥 불쑥 나 자신을 잃어버릴 때도 있으니
늘 우리는 감정을 잘 조절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아, 산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ㅠ

2017-11-24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4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1-24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