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연히 유튜브를 뒤지다가 <공범자들>이 있는 것을 보고 냉큼 보게 되었다.
이 필름은 알다시피 지난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와 그에 대한
저항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이걸 보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엊그재까지만 해도 취재 현장을 함께 뛰고
방송사에서 한솥밥을 먹었을 사람들이 권력에 시녀 노릇을 하느라
남의 밥줄을 끊어놓고 나몰라라 한다.
그러므로 혈압에 이상 있는 사람은 안 보는 게 좋을 수도 있겠다.
이걸 보면서 지금 MBC와 KBS의 장기 파업에 대해 뭐라고 하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든다.
모르면 특히 KBS 같은 경우 시민들의 시청료 받으면서 왜 방송 정상화 안하나,
우린 언제까지 재방송이나 봐야하는 거냐고 볼멘 소리를 할 수도 있을텐데,
안다면 그들의 파업에 같이 동참해 주진 못할망정 돌을 던져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다보면, 방송사 간부들이 그런 말을 한단다.
늬들 없어도 방송은 돌아간다고.
해직 기자들, 우리들 없으면 안 된다는 자존심 하나로 발로 뛰는 사람들에게
그 말은 거의 인격모독은 아닐까?
MBC와 KBS는 공영방송이지 국영방송이 아니다.
방송이 독립성과 자율성을 가지고 있어야지 어떻게 이 나라 권력의
시녀노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참 알 수 없는 건 역시 사람의 마음이다.
이런 와중에도 오히려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논리는 단순하다. 지들이 잘못해 놓고 이제와 누구한테 뒤짚어
씌우냐며 좌빨이란다.
그러면서 정부에서 보낸 낙하산 사장들을 옹호하고 나선다.
이는 또 박근혜를 옹호하는 세력과 달라보이지 않는다.
그래. 나도 그러리만치 지난 정부가 깨끗하고 정직하게 국정을 잘 운영했더라면,
방송의 독립성을 오래 전부터 보장해 줬더라면 그들 편에 설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는가?
국정을 농단하고, 방송의 질을 저하시킨 그들이 전혀 책임질 의향이 없는데
내가 뭐 때문에 정부를 옹호하는 시민이 되길 자처하겠는가?
그래도 난 그들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비난할 생각이 없다.
우리나라는 민주국가니까.
100%란 있을 수 없지 않은가? 그럼 그거야 말로 공산당 독재지.
보면서 우리나라 정치지도자들이 지은 죄가 참 많구나.
어떻게 개인의 권력을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차단하고,
방송을 사유화 할 수 있을까?
이를 어찌할꼬, 한숨이 나온다.
이러고도 이 나라가 이렇게 건재할 수 있다는 게 새삼 놀랍기도 하다.
이 사실에 대해 자기 식의 해석을 할 사람도 있을까?
어쨌든 그래도 보면 좋겠다.
해직 기자들, 방송사 관계자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싸우는지 보면 좋겠다.
기자들을 가리켜 기레기들이라고 욕들 하지만,
그래도 방송의 독립성과 진실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무한 응원과 신뢰를 보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