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엔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 북콘서트에 다녀왔다.

 북콘서트 행사에 참석한 것은 참 오랜만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주진우 기자가 나온다잖나? 

 

주진우 기자는 몇년 전, 이곳 알라딘 지인이 그의 책을 선물해 줘서 알게 되었는데, 그때 읽었던 책이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기자>다. 읽은 지 좀 오래된 책이라 지금은 기억에 없지만 그래도 하도  인상적이라  언제고 이 똘기 충만한 사람을 한번쯤은 만나보고 싶었다. 그런데 그 소망을 이제야 이룬 셈이다.

 

기자의 인기를 실감하듯 소극장 1층이 꽉 찼다, 사람들은 주로 2, 30대 젊은층이 많았다. 나 같은 청년 중기(?)에 해당하는 사람도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이 사람은 젊은이들한테 인기가 많은 것 같다. 아직은.

 

온 순서대로 번호표를 준다기에 예정된 시간 보다 일찍 갔다. 그랬더니 난 자리운이 별로 없는 편인데 그날은 정말 좋은 자리에 앉았다. 이름하여 통로 자리. 

 

일찍 가서 책이나 보며 시간을 떼우려고 했는데, 들어가자 주 기자의 영상이 계속 반복해서 흘러 나왔다. 내용은 그가 검찰에 출석하기 전 모 방송 기자와 인터뷰하는 장면과 이번에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한 모양인데 그 홍보 영상이었다. 그의 법정 출두 이유는 황당하게도 내란음모죄란다. 카메라는 그가 법정으로 갈 때까지를 찍었고, 나중에 그가 나올 때 다시 찍기도 했다. 주 기자 말에 따르면 하도 말 같지도 않아 자리를 박차고 나와버렸단다. 그러면서 검사가 이렇게도 할 일이 없냐며 한숨을 푹푹 쉬었다. 그러면서 나중에 부르면 와야지 어쩌겠냐고 심드렁하게 말한다. 하긴 그가 자칭 타칭 소송전문기자 아닌가? 법정은 그의 놀이터 같은 곳일 것이다. 무엇이 두렵겠는가.  

 

홍보 영상은 주 기자가 이명박 코스프레를 하고 뮤직 비디오를 찍은 것인데 누가 만들었는지 정말 그럴싸하게 잘 만들었다.

 

  

게스트로 개그맨 김제동과 정청래 전 의원이 나왔는데, 앞부분은 김제동이 바람을 잡고, 뒤에 주진우 기자가 나머지를 채우는 순서로 진행됐었다. 그날의 새로운 발견이 있었다면 그건 미안하게도 주 기자 보단 개그맨 김제동이다.

 

난 원래부터 TV를 봐도 예능 프로는 잘 안 보는 편이라 김제동이 한창 인기를 끌었을 때도 그냥 개그하나 보다 관심있게 보질 않았다. 작년이던가? 한 종편에서 무슨 토크쇼 사회를 본 걸 잠깐 본 기억이 있는데 그때도 그냥 잘 한다는 정도지 별 감흥은 없었다.

 

그런데 이날 그의 진가를 발견할 줄이야! 정말 대단했다. 어깨 힘 빡 주고 하는 것도 아니다. 이날따라 그는 장염에 걸려서 줄 힘도 없는 상태다. 그런데 어쩌면 1시간을 꼬박 서서 좌중을 들었다 놨다 하던지. 내가 그를 정말 띄엄띄엄 봤구나 했다.

 

웃기는 사람은 사람을 웃길 때 웃으면 안 된다. 자기가 잘 났다고 뻐겨서도 안 된다.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김제동이 아닌가 싶다. 물론 중간중간 웃긴 했지만 그건 웃겨서 웃는다기 보다 그저 웃픔에 가까운 거였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헌법을 가지고 이렇게 웃길 수 있는 사람은 그가 유일하지 않을까?  정말 기억력이 보통 좋은 사람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헌법 전문과 각 조항들을 어떻게 실수 한 번하지 않고 외울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나중에 주 기자가 김제동은 천재과라고 했는데 정말 그말이 맞는 것 같았다.

 

김제동이 그렇게 한참 사람들을 웃기고 드디어 주진우 기자가 나왔는데 솔직히 좀 산만한 느낌이었다. 그건 아마도 앞에서 김제동이 분위기를 너무 잘 잡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그렇게 산만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오히려 김제동이 사회자 역할을 했더라면 균형이 맞지 않았을까?

 

사실 난 이즈음 북콘서트나 저자 강연회를 잘 안 가기도 하지만 가도 책은 가급적 안 사려고 한다. 출판사측이야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책을 팔겠는가만, 나야 저자보러 온 거지 책 사러 온 건 아니지 않은가. 이번에도 새로 나온 그의 책은 안 사려고 끝까지 버텼다. 하다못해 책을 사면 나중에 사인도 받을 수 있지만 애초부터 그런 건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결국 의지가 꺾이고 말았다. 기자 월급 뻔한 거고, 책 판 돈으로 이명박을 추격한다는데 당해낼 제간이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명박이 자신을 추격할 거라고 하지 않는가? 내가 그렇게 남의 말을 듣는 스타일이 아닌데 진짜 이건 불가항력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명박이 22억도 아니고, 22조를 저수지 밑에 숨겨놨다고 하지 않는가? 정말 저수지를 의미하는 건 아니고  비자극이 묻혀진 곳을 상징적으로 그렇게 쓴 것. 옛날 독립군 시절 쌈짓돈 십시일반으로 군자금을 마련해 주기도 했는데 그까짓 책 한 권 못 사겠는가. 정청래 의원은 10권씩 사라고 부추기기도 했다. 그렇게 하지 못함이 민망했다. 꼴랑 한 권이라니.ㅠ

 

원래 그 콘서트에 가수 이승환이 오기로 되어있었는데 개인적 사정으로 오지 못했다고 한는데 그건 아무래도 농이 섞인 것 같다. 애초에 그가 나올 것 같으면 그런 소극장을 잡을 리 없지 않은가? 그냥 속아주자 했다. 놀라운 건, 정청래 의원과 이승환이 65년 동갑나기란다. 내가 볼 때 정청래 의원은 아무리 젊게 봐줘도 63년 생인데.ㅋ

  

사실 이 책은 그동안 이명박의 행적을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겐 어떨지 모르겠지만, 잘 모르거나 알아도 대충 아는 사람들 중 고혈압이나 심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읽다가 뒷목 잡고 쓸어 질지거나 호흡곤란이 올지도 모른다. 나는 알아도 대충 아는 사람이고 사 온 당일부터 조금씩 읽고 있긴 한데 읽으면 동공이 커지면서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이명박을 향한 분노와 욕과 절망의 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이걸 끝까지 읽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일 정도다.  

 

특히 이병박이 에리카 김에게 자꾸 껄덕대니까 점잖은 영부인께서 그녀를 찾아가 머리끄덩이를 잡고 한바탕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는 부분에서 예전에 전두환 대통령이 모 여배우를 좋아하자 우리의 영부인께서 친히 자루 달린 수세미를 들고 쳐들어 갔다는 얘기와 어쩌면 그리도 오버랩되던지. 와, 우리나라 영부인들 대단하다. 차마 하늘 같은 남편 단속할 수 없으니 그런 식으로 조강지처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음을 보여주다니. 

 

아무튼 그냥 살살 볼 책이 아니다. 

읽고 있으면 우린 박근혜를 대통령의 자리에서 끌어내렸다고 좋아할게 아니란 생각이 든다. 사실은 이명박을 법정에 세워야 한다. 그런데도 박근혜의 탄핵을 보면서 더욱 이명박을 추종하게 되었다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물론 그를 비호하는 세력이 지금도 요소 요소에 버티고 있어 쉽지가 않단다. 도움을 줄만한 사람도 어느 순간이 되면 입을 딱다물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무슨 미스터리 영화의 한 장면도 아니고 사람이 어느 날 사라진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런데 주 기자도 이명박을 추격하면서 몇 번인가 죽음의 위협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니 그들도 어느 날 갑자기 어떻게 됐을지 알 수 없다. 그는 죽음 자체는 두렵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죽지도 않으면서 치명상만 입게 될까봐 그게 두렵다고 했다.

 

그는 이명박의 비리와 불법자금을 찾는데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것 같다. 책을 읽으면 그가 이명박을 얼마나 증오하는지가 느껴진다. 나라도 뜯어 말리고 싶은 심정이다. 기자 정신도 좋고, 국민의 혈세가 이명박의 손에서 놀아나고 있는 걸 보면 정의감이 피처럼 끊어 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무엇이 사람의 생명 보다 귀할까? 그래서 뜯어 말리고 싶다. 너무 위험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를 보면 안다. 누구도 말릴 수 없다는 것을.

 

나는 거길 다녀오고 나서 기도가 바뀌었다. 이명박을 꼭 법정에 세워 달라고. 그리고 주진우 기자를 지켜 달라고 기도한다. 이것 밖에 할 수 없음이 민망하지만 나로선 이게 최선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부탁한다. 책 한 권씩만 사 달라. 정말 주진우가 명박에게 역추격 당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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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9-06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제동의 말빨은 정말 직접 가까이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야 해요. 대구에 촛불 집회했을 때 김제동이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사회 진행을 한 적이 있어요. 라이브로 말빨을 확인했는데 최고였습니다. ^^

stella.K 2017-09-06 20:08   좋아요 0 | URL
그런 적이 있었구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카메라를 의식하나 봐.
그 사람은 정말 라이브에 강하더군.
이날 이후로 그의 팬이 되기로 했어.ㅋㅋ

꼬마요정 2017-09-06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부터 주진우 기자 책은 안 읽어도 사야 한다고 했죠... 이 책도 사야겠습니다. 대한민국사는 참 가슴이 아프네요ㅜㅜ

stella.K 2017-09-06 20:27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언제나 우린 제대로된 대통령을 세울지...
문재인 대통령은 안 그러겠지? 그저 바랄뿐입니다.ㅠ

고양이라디오 2017-09-08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저도 이 책 사겠습니다! 친구도 보고 재밌다고 하더라구요^^

stella.K 2017-09-09 18:45   좋아요 1 | URL
ㅎㅎ 재밌다고 그래요?
전 아니던데. 뒷목잡고 쓰러지겠던데...ㅋㅋ
물론 문체는 나름 재밌긴 해요.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비자금 만들려고 하는가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어쨌든 꼭 사서 읽으시오.
옛날 어르신들은 독립군자금도 만들어 주는데
그것도 못 사면 촛불 국민 아니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