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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현대작가들 A To Z
캐롤라인 타가트 지음, 앤디 튜이 그림, 정윤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좀 대박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현대 작가가 어디 52명만 되겠는가? 그렇게 따지면 스티븐 킹이나 폴 오스터, 이제 노년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하루키 같은 작가는 명단에서 제외됐으니 섭섭하다 못해 서러울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책을 보니 보르헤스는 살아생전에 왜 자신에게 노벨상을 주지 않느냐고 불평을 하기도 했다는데, 노벨상이야 1년에 딱 한 사람이니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이 많은 사람들 중 자기 이름이 없다는 건 더 섭섭한 일이 될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지은이의 말을 보니 차라리 520명을 선정하라면 날 것 같다고 그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선별 기준은 ‘현대적’이면서 ‘20세길 빛낸’에 방점을 뒀다. 그러고 보니 여기 나와 있는 52명의 거의 대부분은 생존해 있지 않다. 재밌는 건, 이 52명의 명단 중엔 프루스트가 1871년 생으로 가장 나이가 많고, 가장 젊은 사람은 1954년 생 가즈오 이시구로다. 그렇다면 이시구로는 그렇다 쳐도 프루스트는 현대 작가라고 보기엔 너무 늙은 감이 있다. 이럴 땐 근대라고 봐야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20세기에 생을 마감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현대라고 굳이 우겨도 할 말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므로 내가 애초에 거론한 작가는 지금도 건재해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니 ‘21세기를 빛낸 작가’ 명단에나 넣어줄 모양인가 보다.
어쨌든 내가 이 책을 두고 대박이라고 한 건 편집이 너무 잘 돼 있어서다.
52명의 작가마다 일러스트가 들어가 있고, 비교적 짧게 그들의 삶과 주요 활동 등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 보면 그들의 사진이 들어가 있는 게 어찌 보면 잘 빠진 작가 인명사전 내지는 잡지? 그런 느낌이 든다. 또 이런 식으로 현대 미술가와 영화감독을 다룬 책이 두 권 더 나와 있다. 이것 역시 52명만 다루고 있는데 다이제스트로 훑어 볼 수 있어 마음에 든다.
사실 나 같은 만연체주의자가 짧은 글, 다이제스트를 좋아할 리 만무하겠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무엇보다 책장 귀퉁이에 각 작가의 잘 안 알려진 사실을 슬쩍 끼워 놓기도 했는데 확실히 그건 보너스다. 원래 책을 좋아하면 이 작품을 쓴 작가는 어떤 사람인가가 알고 싶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해 주는데 어떻게 안 좋아할 수 있겠는가.
물론 내가 모르는 작가도 몇 있다. 예를 들면 치누아 아체베나 제임스 볼드윈(영화배우 알렉 볼드윈은 연상케 한다), 조라 닐 허스턴클라리시 리스펙토르, R.K. 나라얀 같은 작가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거의 알지 못했다. 새롭게 알게 되서 좋았다. 작가에 대해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보부아르는 남성중심주의를 공격하고 뒤흔든 최초의 작기일 것이다. ....<제2의 성>(1949)을 통해 남성이 영성에게 부여한 이상적인 여성성을 논했다. 보부아르는 이 책에서 여성이 주어진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남성과 여성 모두 실의에 빠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우연히 자궁을 가지게 된 암컷 인간과 여성을 구분 짓고, 여기서 비롯되는 문화적이고 감정적인 관념에 대해 이야기했다. (26p)
1969년 베케트는 ‘현대인의 결핍을 작품 속에 새로운 형식으로 승화시키고 표한‘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32p)
"당신은 지금 이탈로 칼비노의 새 소설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를 읽게될 것이다. 긴장을 풀고 주의를 집중하라. 다른 생각은 모두 떨쳐 버려라. 주위를 둘러싼 세상이 흐릿해지도록 내버려 두어라." 칼비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이렇게 시작된다. 첫 장에서는 계속해서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읽기에 가장 편한 자세를 알려 주고, 이책을 고른 이유를 논하며, 책을 읽는 방법을 이야기한다.(38p)
소설 <페스트>(1947)는 1941년 알제리를 휩쓴 티푸스 전염병 전염병을 바탕으로 하지만, 크게 보면 독일의 프랑스 점령에 관한 풍자이자 세계의 전반적인 악을 반영한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다.(42p)
카뮈는 감성과 감각이 결여된 작가라는 비판을 받았으며, 실제로 카뮈의 문장은 무미건조하고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페스트>에서 주인공이 ‘사랑 없는 세계는 죽은 세계와 같다‘고 생각하듯이, 슬픔과 사별에 관한 글을 쓸 때마다 그는 독자를 죽음과 절망 속으로 이끈다.(44p)
피츠제럴드는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소설로 옮겼다. 찻 번째 작품<낙원의 이쪽>(1920)의 주인공은 젊은 방랑자로, 사랑 쪽으로는 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장차 문학계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66p)
피츠제럴드는 장편 사이사이에 단편을 써서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 그의 단편에는 매번 외로운 아웃사이더나 얼마 후면 낙담하게 될 것이 뻔한 낙관적인 젊은이가 등장한다. 피츠제럴드는 한 번도 자신의 작품에 만족한 적이 없었지만 그의 작품은 수많은 작가에게 꾸준히 사랑을 미쳤다. 찰스 잭슨의 소설 <잃어버린 주말>(1944)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대학 강사는 책장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꺼내며 문학 수업 수강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흠 잡을 데 없는 소설이란 없다. 하지만 만약 그런 소설이 존재한다면 바로 이 작품일 것이다."(69p)
골딩의 작품 저변에는 언제나 야만성이 자리 잡고 있다. <후계자들>(1955)에서 네안데르탈인 무리가 기이하고 사악한 존재와 마주치는데 이 존재는 결국 인간으로 밝혀진다. 포로수용소를 배경으로 하는 <자유 낙하>(1959)에서는 사회의 붕괴로 안정적인 기반이 사라졌을 때 인간이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가에 대해 탐구한다.
골딩은 충격적인 결말의 대가로 일컬어지며, 처음 읽을 때를 놓친 부분을 찾기 위해 책을 다시 읽게 만든다. 그는 자신이 깊이 걱정하는 문제와 다른 사람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면 하는 문제를 글로 옮겼다고 설면했다.(75~76p)
고디머는 거의 모든 소설에서 서로 다른 인종 사이의 불안정한 관계를 다루고 있다.(78p)
"사실이란 언제나 진짜 있었던 일보다 부족하게 마련이다." 나딘 고디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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