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ocn을 틀으니 마침 이 영화가 방영되고 있었다. 뭐 주연 배우도 주연 배우지만 나 같은 경우 감독 때문에 이 영화에 관심이 갔다. 감독이 <멋진 하루>를 만든 이윤기 감독이다. 도시적이면서도 대사를 절제하는 것이 좀 멋있는 것 같아 보기 시작했다.
영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긴 하지만 비교적 전개 부분에 해당하는 지점이라 그냥 보기로 했다. 어차피 11시가 좀 넘으면 잘 생각을 했으니까 끝까지 볼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결국 끝까지 다 봤다. 그렇다고 영화가 끝까지 다 볼만큼 좋았냐면 그렇지도 않다. 중간에 TV를 끄고 자기도 뭐해 그냥 어영부영 다 본 셈이다.
그러니만큼 영화는 전작에 비해 크게 만족할 정도는 아니었다. 도시적으로 치자면 전작인 <멋진 하루>보다 더 하거나 적어도 그만큼은 한다. 하지만 도시적이라고 해서 영화가 좋은 것은 아니지 않는가? 대사도 여전히 절제미를 발산하긴 하지만 한마디로 도시 유부남, 유부녀의 약간은 불안하면서도 쓸쓸하고 고독한 사랑을 그린 영화라고나 할까?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둘 다 상대 배우자에게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자녀가 문제가 있는 경우다. 그러니 동병상련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 두 남녀는 권태로운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다. 더구나 낮선 필란드에서의 만남은 얼마나 신선했겠는가. 시간 가면 잊혀지려니 했는데 잊을만 하면 나타나 서로의 정염에 불을 지핀다.

하지만 영화는 딱 거기까지다. 기존의 그렇고 그런 치정 멜로 영화에서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여기서 관전 포인트는 아무래도 베드씬일 것이다. 공유의 벗은 모습을 본다는 건 그 배우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나름 좋아할만 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공유를 나름 좋아라 하는 배우니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남자 배우의 베드씬은 잘 모르겠다. 어차피 베드씬은 남자 보다 여자 배우를 위한 건 아닐까? 남자는 받혀주는 정도고. 마치 발레에서 발레리노가 발레리나를 번쩍 드는 것과 같은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 여배우 중 베드씬을 제일 잘하는 배우라면 난 단연 전도연과 조여정은 아닐까 싶다. 전도연 같은 경우 <해피 엔드>였나? 거기서 보면 섹스를 끝내고 상대의 음모를 입에서 떼어내는 장면이 있었다는데(물론 이것은 나중에 편집이 됐다고 한다) 물론 연출의 디테일이겠지만 전도연은 그만큼 몰입도가 좋은 배우인 것 같다. 보통 베드씬을 소화해 내는 배우들 결혼하면 그걸 좀 멀리하던데 그녀는 별로 가리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영화가 새롭지 않고 뻔해 보이니 왜 사람들은 정상적인 부부관계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이렇게 허락되지 않은 관계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는 걸까? 누군가는 정상적인 부부관계에서도 이런 진한 베드씬이 가능하다는 걸 좀 보여주는 감독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누가 아는가, 그 영화를 본 부부들 그날 밤이 좋아질런지.ㅋ
상민(전도연 분)이 어느 순간 남편에게 자신이 바람 피운다는 걸 굳이 감추려 하지 않자 남편에게 하는 대사가 있다. 자신을 용서하지 말라고. 자신도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겠으니까. 이런 대사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 본 대사라 이제 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사랑은 감기 같은 거라고 했다. 특히 유부남과 유부녀의 사랑은 더더욱. 그래서 옛날이면 모를까 요즘엔 불륜이라고 해서 바로 이혼하고 하진 않는다. 그런 것을 보면 감독이 감각이 예전만 같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더구나 같이 불륜해놓고 여자는 이혼하는데 상대남은 이혼하지 않는다는 설정 또한 진부하지 않나? 뭐 그것도 남녀의 법칙에 따른 거라고 할 텐가? 그것도 웬지 불온해 보인다.
같은 감독의 영화 <어느 날>이 4월에 개봉 한다는데 이런 스코어라면 개봉관에서 보긴 좀 억울할 것도 같다. 난 김남길을 몰라도 천우희는 좋아하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