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몽 - 전2권 세트
박혁문 지음 / 늘봄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나는 원래 드라마를 그다지 꼼꼼히 챙겨보는 스타일이 못되는데, 그래도 어떠한 것들은 챙겨 보기도 한다. 그것은 원작이 있는 경우다.

그렇게 하는데는 이유가 있는데, 우리나라 극작가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어떤 작가는  뒤로 갈수록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감을 잃어버리고 마는데 그러면 여지없이 불쾌감이 느껴진다. 처음에 안 좋다가도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것처럼 느껴지는 게 사람의 마음인데, 반대로 처음이 좋다가 뒤로 갈수록 안 좋으면 속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내가 이 책의 서평을 쓰면서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주몽>이라고 하는 드라마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매주 두 편씩 보자니 감질이나 어떻게된 내용인지 스토리나 알고 았자라는 심산이었다. 그리고 책을 펼쳐 든 순간, 나는 몇장 읽지도 않고 당황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뭐야? 내가 봐왔던 그 주몽이 아니잖아?" 그런데 이 책엔 조그맣게 부제처럼 '정설'이라고 씌여 있다.

그것은 어느 특정 음식을 파는 식당에서,  자기네 식당이 진짜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간판에 '원조'라는 것을 써서 붙이고, 그러자 같은 류의 음식을 파는 그 옆 식당이 그에 뒤질세라 '진짜 원조'임을 강조하다 결국 그렇고 그런 아류가 판치는 세상이 되어버렸다고 하는, 어느 문화평론가의 쓴소리가 생각이 난 것이다.

어쨌거나 난, 그래 좋다. 책은 책이고, 드라마는 드라마다 생각하고  일단 책에 몰입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그러기엔 드라마 <주몽>이 주는 이미지가  강력하여(적어도 아직까지는) 책에 올인하기는 쉽지 않았다. 도대체 책과 드라마, 어떤 게 진짜 정설에 가까운 것이냐? 의문스러운 것이다. 물론 말대로 박혁문의 버전이 진짜 정설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기엔 이야기의 구조가 그리 탄탄해 보이지 않는다.

그럴 경우 아무리 드라마가 주는 극적 효과 때문에 허구가 더 많이 들어간 TV <주몽>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더구나 영상은 더 없이 화려하고 스펙타클 하다. 게다가 마케팅에 걸맞게 TV<주몽>을 쓴 극작가가 소설로도 써 한달에 한권씩 낼 모양인가 보다. 그렇다면 박혁문의 버전은 승산이 없어 보인다. 아무리 '정설'이라는 것을 강조해도 말이다.

어차피 신화도 이미지고 TV 드라마도 이미지다. 물론 둘은 같지 않지만 사람들은 어쨌거나 이미지를 쫓는 것마는 사실이다. 물론 조금만 더 똑똑한 독자라면 TV 드라마가 주는 이미지가 사람에게 100% 만족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드라마의 만들어진 이미지는 사람의 상상력을 제한 하지만, 활자가 주는 이미지는 사람의 상상력을 무한대로 끌어 올려 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 둘은 상보적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원작이 있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물론 둘은 같지 않지만, 그 둘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박혁문의 버전은 불운해 보인다. 그의 버전은 드라마 <주몽>과 현격이 차이를 보이며 비교불가다. 비교를 한다면  최완규가 쓴 소설책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작업은 어떻게 비교가 될까? 이 책의 저자 박혁문은 이미 10년 전부터 고증작업을 했다고 한다. 극작가 최완규는 어느 호텔방에 박혀서 외부와 차단된 채  텔레비젼과 노트북과 담배만을 가지고 산다고 한다(얼마 전 모 신문의 인터뷰에 나온 그의 얼굴은 수염도 깍지 않고 초췌하기 이를데 없었다). 박혁문 씨도 고생을 했을텐데 누구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누구는 이제 잊혀질 날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왜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한간에 말을 들으니 <주몽>에 관한 책만 해도 20종에 가깝다라고 한다. 뭐든 이게 문제다. 넘치는 것은 모자라느니만 못하다. 뭐가 좀 뜬다 싶으면 너도 나도 그것에 목숨을 건다. 그리고 그것이 사그라들면 또 다른 것에 달라붙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가 10년 전부터 작업을 했다고 하면 그때로서는 꽤 선견지명이 있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 역사 연구 또는 역사 드라마가 주로 조선시대를 다뤘던 것만큼 이때 이미 고구려를  다룰 생각을 했다면 전망있어 보였으리라. 그런데 작금에 와서 별달리 주목을 받지 못하는 건 출판사의 마케팅 부재였을까?

저자의 노역은 둘째 치고라도 책 자체를 보라. 이미 많은 사람이 지적했듯이 오자가 너무 많고, 디자인 역시 조악하다. 그리고 만약 이 책을 언제 세상에 내놓느냐로 고심했다면  너무 뜸들인 건 아닌지...? 모든 마케팅이 그렇겠지만 출판 마케팅에 있어서도 어떻게 무조건 많이 팔 것인가만을 생각하지 말고, 시대조류를 먼저 읽어내는 안목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데 여기까지 쓰고 보니 드라마 <주몽>도 그렇게 강렬한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신뢰를 얻지 못하게 생겼다. 드라마 <주몽>이 어디까지 정설을 바탕으로 썼을까를 생각할 때 그것을 믿을 사람은 없어 보인다. 하기사 드라마가 아닌가? 그러나 드라마 역시 허구라고는 해도 이건 특별히 역사 드라마다. 어느만치는 정설을 내포하고 있어야 하지 않는가? 적어도 어디까지가 정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에 대한 경계가 있어야 한다. 무조건 영상의 화려함 때문에 믿게끔 만드는 효과를 준다면 시청자를 우민화 시키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버전을 여러 개를 만들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혼란을 주는 것도 고려는 해 봐야할 것 같다. 아무리 팩션이라고 하는 장르가 뜬다고는 하나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알 필요는 있어 보인다. 

어쨌거나 그래도 난 저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쳐 주고 싶다. 이 책을 쓰기 위해 10년 동안 고증작업을 했다니 가히 그 고생이 얼마만한 것이었을까 생각하니 위로의 박수를 쳐 주고 싶은 것이다. 다음에 그의 행보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좋은 성가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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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미 2006-06-21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동안의 고증작업, 작가의 땀이 밴 작품에 박수를 보내는 그 마음에 박수를 보냅니다.

stella.K 2006-06-2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