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 ★★★

 

미장센이 과히 나쁘지는 않은데 스토리 전개는 어딘가 모르게 흔한 동화적이다. 굳이 제목을 정하라면 '사랑으로도 못 막은 죽음' 아니면 '사랑은 더 이상 마법이 아니다.'이랄까? 사랑으로 안락사하려는 사람의 마음을 돌이켜 죽을 때까지 잘 살았다 뭐 이런 내용이었다면 이 영화는 그야말로 흔해빠진 신파가 되었을 것이다. 그나마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두고도 끝까지 죽음의 의지를 꺾지 않기 때문에 소설이 될 수 있었고,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20세기까지만 하더라도 낭만적인 사랑이 어느 정도는 통했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는 여전히 사랑이 중요하지만 전부는 될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 작품이 각광을 받았다는 건 사랑 너머 더 중요한 무엇이 있다는 걸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일 게다. 그중 하나가 인간답게 죽을 권리. 안락사의 문제는 이제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단지 이 문제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가 나오지 않고 있다가(사실은 있었을지도 모른다. 시기적절하게 나와줬을 뿐) 나왔다는 것에 있지 않을까?  나 같아도 내가 조금이라도 인간적인 모습을 하고 있을 때 죽고 싶다. 살 가망이 없다면 말이다. 이제 우리는 죽음을 새롭게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죽을까봐 겁내하거나 생명을 경시하거나 하는 극단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뭐 이런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더라도 마지막 에필로그는 안 그래도 동화적인데 굳이 없어도 되는 건 아니었나 싶다. 소똥에 미끄러져 넘어졌는데 그 자리에 금 하나가 떡하니 놓여있더라 이런 거하고 비슷한 격 아닌가? 물론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 준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별점: ★★★☆

 

한마디로 말하면, 김지운 감독의 영화는 쓸데없이 멋있다. 느와르가 다 그렇지만.

 

그의 영화는 내용이나 줄거리와 상관없이 보는 것만으로도 '그냥 잘 만든다.' 그런 생각 밖엔 들지 않는다. 제목도 잘 정했다. 첩자를 밀정이라고 하지 않나? 첩자라고 그대로 썼다면 간지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내가 좋아하는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했고, 내가 좋아하는 공유가 나온다. 난 아무래도 송중기 보단 남성미 물씬한 공유가 더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 영화는 공유 보단 송강호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특히 기차신은 압권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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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6-12-11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텔라님의 별점에 개인적으로 공감합니다.
아마 미비포유는 읽어보진 않았지만
소설이 훨씬 나았으리라 예상이 됩니다.
밀정은 송강호의 갑작스런 심경변화가
전혀 공감되지 않았습니다. 이를테면 조정래의 <아리랑>에서의 밀정은 엄청 공포스런 존재에 해피엔딩은 없었으니까요.

쓸데없이 멋진 송강호를 만들려다
별점이 많이 깎였네요^^;

stella.K 2016-12-19 15:10   좋아요 1 | URL
저는 책도 그다지 안 끌리더라구요.
허리우드 영화처럼 쓰지 않았을까?
문체의 깊이 없이 영화처럼 읽히는 그렇고 그런 소설.
그런 거라면 영화로 보는 게 낫겠다 싶더군요.
참고로 남녀 주인공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송강호가 그랬나요?
저는 오히려 감독이 밀정이 누군지 관객들도 잘 못 알아 보도록
교란효과를 노렸던 건 아닌가?
아님 송강호가 피도 눈물도 없는 나쁜 놈은 아니었구나 그냥 그 정도로만
봤는데. 느와르잖아요. 깊이 생각하고 볼 영화는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그냥 김지운 감독의 똥폼이 좋았던 거죠.ㅎ

그런데 쿠키님 영화 은근 많이 보시나 봅니다.
만날 책 읽을 시간 없다고 하셔서 그런가 했는데
영화도 보시고. 하실 건 다하시는데요?ㅎㅎ

북프리쿠키 2016-12-19 1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텔라님~예전에 20대 초반에 똥폼잡는다고 어려운 영화들 쌓아놓고 보던 시기가 있었어요.
꾸역꾸역 보는거 있잖아요. 지겨워서 몸이 배배 꼬이는데도..ㅎㅎ
총각땐 영화 참 많이도 봤습니다.
영화나 책이나 몸을 움직이지 않는 정적인 취미라..몸을 움직이는 취미를 갖고 싶긴 한데..
타고난 게으름은 어쩔수 없나 봅니다.
직장핑계, 애핑계 이래저래 대지만 좋아하는 것은 우짜든동 시간내서 하는 것 같습니다^^;

stella.K 2016-12-19 15:15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럴 줄 알았습니다.
성격이 그런 거죠. 활동적이지 않고 정적인. 저도 그래요.ㅋ
뭐든지 한번 그러고 지나가는가 봅니다.
그래도 총각 때 영화 안 보셨으면 뭐 다른 거 하셨을 것 아닙니까?
나이 50쯤 넘어가면 또 다시 영화 보게 될 겁니다.
지금은 직장과 가정이 중요하니까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거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