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내부자들 : 블랙 풀슬립 렌티큘러 한정판 (2disc) - 극장판 & 디오리지널 / 엽서(5장)+렌티큘러 아웃케이스+화보(36p)
우민호 감독, 이병헌 외 출연 / 비디오가게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언제부턴가 수컷들의 영화를 보지 않는다. 뭐 이유야 빤한 거고. 그런데 이 영화는 좀 관심이 가긴 했다. 그건 내가 좋아하는 조승우가 나온다기에. 그런데도 난 이 영화를 꽤 오랫동안 보지 않고 있었다. 하다못해 지난 추석 특선으로  지상파 TV에서 방영을 했을 때도 다른 것을 보느라 기회를 놓쳤다. 그런 것으로 봐 아무리 천하의 조승우라도 이 생양아치 조폭영화는 더 이상 나의 선택을 불허하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오늘은 기필코 영화를 봤다. 멋모르고 개봉 당시 짤렸다던 50분을 복원한 디 오리지널 버전으로. 잔인하기가 말도 못하고, 퇴폐적이기가 또한 하늘을 찌른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개봉판으로 볼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든다. 

 

역시 믿고 보는 조승우이긴 하지만, 이 영화는 이병헌의 영화라는 게 중론이고 나 역시 이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특정 배우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과 배우를 배우로서 인정하는 건 별개의 것인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요즘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주춤한 예술인의 도덕성도 앞으로 좋은 작품을 쓰면 대중에게 인정 받을 수 있는 걸까? 하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순수 예술은 특히 문학은 대중 예술과는 또 다른 차원이기도 하니까.

 

이 작품이 <미생>으로 유명한 윤태호 작가의 원작이라는 걸 잠시 잊고 있었다. 높은 작품성도 그렇지만 난 무엇보다, 이 작가가 성실하고 집요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일일이 다 열거할 수 없지만 그 찰진 대사가 그냥 나올 리 없다. 그중 욕망이 작으면 행복이 더 넓어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개소리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몰디브와 모히또 이후 기억하는 유일한 대사일지도 모르겠다) 그 말은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다만 욕망의 프레임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 말은 맞는 말일 수도 있고, 틀린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아무튼 영화는 예외없이 욕망의 끝은 파멸 또는 패가망신이라는 걸 보여준다.

 

언젠가 매스컴을 크게 강타한 정치 스캔들을 모티프로 했던 것 같다. 아니면 그 비슷한 사건들을 뭉뚱거려 그려냈거나. 참, 나향욱이가 인용해서 더 유명한 민중은 개, 돼지란 대사도 기억난다. 적어도 이 영화에서 그 대사를 썼던 건 민중이 현 시국에 대해 아무리 들끊어도 결국 얼마 지나고 나면 자기 먹고 사는 일에 바빠 다 잊는다는 의미에서 썼던 것으로 아는데, 이것을 멋지게 뒤엎어줬던 건 역시 힘없고 빽없는 검사 우장훈과 한없이 힘만 쓸 것 같은 깡패 안상구다. 그러므로 민중은 그렇게 잠시 떠들어도 좋지 않을까? 그럼 당연히 밥 먹고 살아야지 줄창 시위만 할 수도 없지 않은가. 그러다가도 민중은 정치인들이 뭔가를 잘못하면 언제든지 그들을 향하여 짖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므로 정치인들은 이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시위하는 사람들을 우습게 여기면 안될 것이다. 그들중에 우장훈이나 안상구가 없을 거라고 어떻게 장담하겠는가.   

 

정의가 홀로 정의로우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정의는 불의가 낳은 적자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같이 불의에 물리고 또 물려 분노와 복수의 칼을 갈다 결국 거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건 두 가지 뿐이다. 죽음을 선택하거나 죄값을 치르고 정의의 편에 서던가. 영화는 통쾌한 해피엔딩이다. 그래서 안상구의 승리적 패배가 더 값져 보였고. 아, 젠장, 난 분명 수컷들의 영화 좋아하지 않는데 이 영화만큼은 거부할 수가 없다. 

 

이 영화는 상당히 영리하게 잘 만든 영화다. 특히 스토리가 단연 압도적으로 좋다. 이런 영화 또는 이런 스토리가 앞으로 계속 나와준다면 세상의 부패가 좀 사라질까? 우리나라처럼 정의나 정직이란 말이 안 어울리는 나라가 또 있을까? 언론은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연일 '성난 민심'이란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남발하고 있는데, 그말처럼 국민을 우민으로 만드는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은 성만 낼 줄 아는 군중으로 몰아가면 안 된다. 민심이 얼마나 정의를 원하는지, 자유를 원하는지 또한 정치인들의 정직을 원하는지 정치인들은 이런 영화라도 보고 좀 깨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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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6-11-06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영화가 자꾸 나오고 거론되고 공유되고 그래야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나 책은 꼭 필요하죠.
카프카가 말한, 바다를 부수는 도끼가 필요해요.

stella.K 2016-11-06 13:32   좋아요 0 | URL
맞아요. 바다를 부수는 도끼!
그런 점에서 윤태호 작가는 아주 이야기를 잘 다루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언니 혹시 이 작품 보시려거든 개봉판으로 보세요.
디 오리지널판은 아무래도 잔인하고 퇴폐적인 장면이
너무 많고 오래 나오는 것 같아 보기가 좀 괴롭습니다.
내용만 이해되면 되는 거죠.

낭만인생 2016-11-06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영화보고 지금과 너무 똑같아서 정말 놀랬습니다. 영화 평 잘 쓰시는 분들 정말 부럽습니다.

stella.K 2016-11-06 19:48   좋아요 0 | URL
아유, 안 그렇습니다. 영화 평도 도서 평하는 것하고 똑같습니다.
좋은 책 읽으면 그에 따라 얘기하고 싶은 게 많아지는 것처럼
영화도 그렇죠. 저는 그냥 생각나는대로 이것저것 써 보는 주의라
평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고...^^

반딧불,, 2016-11-09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 시국에 정말 어울리는 영화에 평입니다. 공감을 열댓개 누르고 싶네요. 쉽게 읽히면서도 기억에 남는 평입니다. `수컷들의 영화` 라는 말이 눈에 확 들어오기도 합니다. 저는 그냥 잡식성이라서요ㅠ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상당히 달라지는 부분도 있구요. 이 영화는 개봉판도 상당히 잔인하고 퇴폐적이어서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상당한 수작이었구요. 최근의 영화들이 너무 남성성이 강조되는 영화들이. 남자배우들이 지나치게 많이 보이는 것이 좀 많이 아쉽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작년에 차이나타운에 나온 김혜수의 연기는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뜬금없이 무슨 말이냐면 남성적인 영화에 남성의 옷차림을 하고 남성적인(보통 생각하는 여보스지만) 역할을 했지만 너무나 여성적인 모습들도 있었다는 것이 최근에 느낀 것이거든요. 개봉했을 땐 그저 남성적으로만 보였는데 말입니다. 각설하고, 내부자들이란 영화속에서 주연 세 분의 연기는 기록에 남을 정도의 엄청난 것이지 않았나 저는 생각합니다. 책이든 영화든 무엇이든 그 속에서 어떤 감동을 줄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은 그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1인. (그렇다고 해서 이병헌의 행위가 잊혀지는가는 별개라고 생각합니다만-_-;;)

stella.K 2016-11-09 15:38   좋아요 0 | URL
반딧불님 고맙습니다.
이 영화는 수컷들의 영화여도 정말 인상적인 영화입니다.
저도 <차이나타운> 봤는데 그건 여성 느와르죠.
수컷 느와르와는 또 다른 느낌이고 그것도 상당히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가면 갈수록 영화에 대한 편견이 두터워지고 있는 것 같은데
두 영화 모두 그 편견 때문에 안 봤으면 후회할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