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에 이어 문화계 인사들의 성추문 사건이 꼬리를 이었다. 그러는 가운데 지난 토요일 박범신 작가 블로그에 관리자가 글을 하나 올렸다. 참고해서 보길 바란다. .

 http://blog.naver.com/wacho/220842820524

 

사실 꼭 성추문이 아니더라도 어느 특정인이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있을 때마다 그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은 그 사안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대략난감해 지지 않을 수 없다. 주는 것없이 미운 사람이 있다고,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싫은 사람은 이런 일이 있으면 게거품을 물을 것이고, 조금이라도 은혜가 느껴지는 사람은 죄의 경중을 떠나 안타까움으로 지켜보게 되는 게 되는 게 사람의 인지상정 같다.

 

그러고 보니 내 책이 나오기 전, 나의 원고를 출판사에 넘기고 한숨 돌리고 있을 때 편집을 맡아 준 박 대표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 그렇지 않아도 언젠가 한 번은 이런 연락을 받지 않을까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내가 조경란 작가 부분을 빼자는 것이다. 몇년 전, 그녀의 작품 <혀>가 표절시비에 붙었던 게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었다. 난 그 문제가 해결이 된 줄 알았는데 아직도 명확히 해결이 난 것이 아니고, 그냥 시간속에 묻힌 사건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 책을 계기로 태클을 걸고 나올 독자가 혹시 있을지 모르니 아예 빼고 가는 것이 어떻겠냐는 것이다. 

 

하긴 태클을 받으려면 별 오만가지 잡군데에서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니 민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을 두려워 한다면 책을 아예 내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고.  하지만 난 조경란 작가의 <혀>를 언급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당시에 나온 그녀의 에세이 <백화점>을 얘기하려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읽은 <혀>에 대한 언급은 빼고 가자고 해서 겨우 살아남은 경우다. 그리고 아직까지 이 문제를 걸고 나오는 독자는 없다.

 

나중에 편집자와는 사석에서 아는 지인과 함께 만났는데, 말끝에 신경숙 작가의 사례를 들어 우리가 죄는 미워해도 그 사람을 미워하면 안 된다고, 그 작가의 작품은 미워해도 그 작가를 미워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하자, 그는 대뜸 외국 같은 경우엔 그런 일이 있으면 아예 제명 감이라고 했다. 과연 그런가 싶어 뜨끔했다. 하긴 어떤 작품이 됐건 그 작품에 작가의 동기와 의지가 투영되고, 명예를 생각한다면 간단히 넘길 일은 아닐 것이다.  

 

앞서 안타깝다고 하는 건, 이런 일이 생기면 그 사람에 대해 없던 말도 부풀려져 자신이 잘못한 것엔 사죄한다고 해도 그도 어느새 피해자가 되어 상처를 입게 된다. 박범신 작가의 경우도 보라. 밑에 달린 댓글 보면 살벌하고 가차없어 보인다. 사람들은 현장에 있었는가 없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가 비난 받을 만한 일을 했느냐 안 했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너무한다. 안한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때는 돌이킬 수 없다. 잘한 것이 없다면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지키고 싶다면 차라리 침묵하고 이 시간을 자성의 시간으로 견디는 것이 나보인다. 

 

스스로에게 높은 도덕성을 갖는다고 해서 누가 비난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너무 낮아서 문제 아닌가. 연예계를 비롯해 문화계가 보여주는 실망스런 현실은 우리나라가 아직도 도덕적 해이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동시에 이 싯점이야 말로 도덕성을 회복할 때라는 것을 다시금 돌아 보아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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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0-25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 많은 작가의 작품을 미워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잊혀진다는 게 문제죠. 사실 저는 이번 주에 `창비 초대전 이벤트` 응모글을 쓸까 말까 고민 중입니다. 원래 응모글에 출판사의 문제점도 짤막하게 언급하려고 했어요. 신경숙 사태 때 창비를 비판했고, 그 부끄러운 사실을 잊지 않은 독자도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어요. 신경숙 사태 당시 창비에 실망했던 사람들이 창비 이벤트에 응모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런 태도가 모순이라고 생각해요. 아무튼 고민이예요. 적립금 2000원 때문에 자존심 굽히기 싫어요. ^^

stella.K 2016-10-25 18:57   좋아요 1 | URL
너의 자존심이 설마 2천원만 나간다고 생각하진 않겠지?
잘 생각해라.ㅎㅎ

cyrus 2016-10-26 08:52   좋아요 2 | URL
창비 이벤트 응모 안 할거예요. 그래서 저는 창비를 좋아하지 않는 걸로... ㅎㅎㅎ

2016-10-25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10-26 13:15   좋아요 0 | URL
지당하신 말씀이죠. 한데 왜 이 지당하신 말씀을 굳이 비밀글로 하셨습니까?ㅠ

근데 전 그런 줄만 알고 있었는데 글 따로 인격 따로인 사람도 많더군요.
이것을 일치시키기가 참 쉽지 않는가 봅니다.ㅠ

비공개 2016-10-26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박범신 작가의 경우엔 블로그에 언급된 그 방송작가님 말고도 여러건의 트윗이 더 있었어요.. 성추행, 성희롱 당했다는.. 물론 친분관계에 따라 받아들이는건 다를 수 있겠지만, 친하신 분은 성희롱이 아니었다고 느꼈다고 해도 그 방송작가님이 성희롱으로 느꼈다면 성희롱인거지요. 그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다니는 직장에서도 그런 음담패설로 인기를 얻으시는 4-50대의 남성분들이 수두룩하지요. 남친이랑 할때는 꼭 **를 해야 낙태를 안하게 된다거나, 어리고 이쁜 여자가 따른 술이 더 맛있더라거나.. 그런 분들중 몇분이 직장내 성희롱으로 징계를 받고 나니 이제 최소한 여자들 있는데서는 그런 얘기 안하더라구요. 이번 일을 계기로 클린한 문단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래야 한국문학이 더 발전하고 더 멋져질 것 같아요.
물론 도덕성에 관한 스텔라님의 견해에는 대부분 공감합니다 ^^

stella.K 2016-10-26 13:23   좋아요 0 | URL
분명히 박범신 작가도 억울한 부분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사람의 말이라는 게 부풀려진 부분도 많고 말씀하신 것처럼
각자 해석이 다르기도 하고.
그런데 그런 사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인정했다는 거죠.
그렇다면 더 이상 왈가왈부할 필요없이 그냥 침묵하고 자숙하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박범신 작가 제가 나름 애정하는 작가였는데
좀 안타깝게 됐어요.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2016-10-26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10-26 14:15   좋아요 0 | URL
아, 그런 문제점이 있었군요.
저는 그런 줄도 몰랐습니다.ㅠ

2016-10-26 14: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10-26 14:48   좋아요 1 | URL
와우, 정말 이시옵니까? 그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저는 드문드문 있어 온 일이라.
글구 댓글도 없이 친구등록만 하는 분들에 대해선
전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이분들은 그냥 조용히 제 글을 보고 가시는 분들이라
오히려 아는 척 신경 쓰면 불편해 하실 것 같아서...

페크pek0501 2016-10-29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혀를 조심하라, 에 관한 명언을 떠올리게 되네요.

˝혀를 확실하게 관리하는 것이 원만한 인간관계의 핵심이다.˝(그라시안)


stella.K 2016-10-29 16:24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그만한 명성에 말도 예쁘게 했더라면
오해나 비난도 안 받고 얼마나 좋았겠어요.
저의 책에 박범신 작가를 다룬 게 있는데 마음이 편치 않더군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