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플레져 > 작가들이 좋아하는 소설
2005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
작가 편집부 엮음 / 작가 / 200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이 뽑은 소설집이다. 추천수대로 실려 있다. 2005 최고의 소설로 뽑힌 건 박민규의 '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 이다. 지난해 빌려 읽은 문예지에서 읽고서 가슴이 참 찡했었다. 박민규는 요즘 소설 아이콘 처럼 떠오르고 있는데 그의 소설이 향하고 있는 지점은 이 사회에서 소외된 자들, 실패한 자들이다. 이 소설집의 특징이기도 하다. 작가라고 하면, 갖게 되는 선입관들이 있다. 나르시즘에 빠져있거나 제 멋대로 세상을 살아가는 분방한 사람들. 말끔하게 차려 입기 보단 개성이랍시고 아무렇게나 꾸민 듯한 옷을 걸쳐 입은 사람들로 인식하게 마련이지만 사실 그런 사람들은 그닥 많지 않은 것 같다. 학급에서 열외자로 손꼽히는 사람들이 작가가 될 것 같지만 정이현 처럼 야무진 소설가도 있고 정미경 처럼 지적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도 있다. 부디 작가는 이럴 것이다, 하는 편견은 없었으면 한다.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첫 발걸음은 사변적이고 사적인 분노와 갈등에서 출발하기도 하는데 이 소설집에 실린 소설들은 그런 개인적 취향 보다는 당대의 문제를 꼬집고 있다. 그러니까 이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고 그 모순이 인간에게 가하는 폭력적인 것들, 나도 모르는 사이 부조리한 사회에 편입되있는 모습들을 그리고 있다. 작가들이 이 사회에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은지, 일일이 다 지켜보고 있다가 원고지를 채우고 있는 것이다.

김연수의 부넝쒀는 두 말할  필요 없는 수작이다. 그는 세계적인 작가 김연수가 되고자 마음먹은 것 같다. 김영하의 보물선과 간발의 차이로 황순원 문학상을 받지 못했는데 올해는 그가 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김재영의 코끼리는 제 3국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서 겪는 소외와 그들만의 삶을 다루고 있다. 작가가 몸소 취재해 썼다고 하는데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소재를 담백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엮어냈다. 박범신의 감자꽃 필때는  아름다운 소설이다. 그의 연륜에 맞게, 그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소설 처럼 느껴진다. 삶의 마지막 끄트머리를 장식하는 스님과 농부를 통해 인간이란 다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허허로운 웃음을 쏟아내게 한다.

이현수의 집사의 사랑은 그녀의 연작소설 신기생뎐 중에 한 편이다. 이것 말고 또 다른 한 편을 읽은 적 있는데 문장이면 문장, 문체면 문체, 묘사면 묘사 할 것 없이 아주 고운 선율의 춤사위 처럼 미혹적인 이야기다. 다 늙은 기생을 사랑한 집사를 통해 짝사랑, 사랑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보여준다. 전성태의 사형이 주는 여운은 참 길다. 그는 군대라는 제도가 한 인간을 어떻게 변모시키고 그것이 한 인간 삶을 어떻게 지배하는지, 그 사소함이 치명적인 독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을 얘기한다. 사소한 원한으로 치부될지 모르나 그것이 한 개인을 송두리째 빼앗을 수도 있다는 무서운 경고다. 정미경의 소설은 장기매매를 다루고 있다. 장기를 파는 사람이건 사는 사람이건 어차피 살기 위한 일이다. 하지만, 정말 그게 전부일까? 정이현의 위험한 독신녀는 아직도 자신이 찬란했던 한 때의 정지된 시계를 차고 있는 슬픈 공주의 노래다.

매일 아침 다양한 조간 신문을 섭렵하고 시사, 다큐, 교양 프로그램은 놓치지 않고 보는 작가들. 두 발이 닿는 곳으로 무작정 길을 떠나고 보는 작가들. 무심결에 들은 이야기 조차 흘려버리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로 만드는 작가들.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길. 하고 싶은 말을 소리내어 하지 못하고 글로서 할 수 밖에 없는 뜨거운 심장의 전령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니르바나 2006-05-27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리뷰에 추천을 하여야 마땅하지만
오늘 저는 스텔라님께 소중한 추천 한 표를 드리렵니다. ^^

stella.K 2006-05-28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그렇잖아도 추천이 고팠는데...흐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