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 찬 아이의 욕망까지 부추기는 넌, 누구냐

TV.광고.아이들

아이들은 충족을 모른다. 광고 행위의 원초적 온상인 욕망이 가장 생생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 타이틀·인형·로봇·자동차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은 때로 달래기가 불가능하다. 아이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간단하지만 강력하다. “다른 애들은 다 갖고 있단 말이야~.”

또래와 같아지려는, 욕망의 무한 재생산 구조에 TV 광고는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버드 의대 정신의학과 교수인 저자는 목소리를 높인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소비하도록 만드는 광고 종사자들이 우리 아이들을 망치고 있습니다.” 그 과정은 교묘하고 집요하다. 광고의 효과는 즉각적이다. 더우기 이 업계에는 똑똑하다는 인재들이 모여 그 구조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미국에서 맥도널드가 엄마들을 겨냥해 ‘오늘 하루쯤 쉴 자격이 있다’는 광고 문구를 내놓기 직전인 1970년에 맥도널드 연간 판매고는 5억8700만 달러였다. 4년 뒤인 1974년 맥도널드는 연간 19억 달러 어치를 팔았다. 1950년대 중반에 머리를 염색하는 미국 여성은 7%에 불과했다. 미국 미용용품 전문업체 클레어롤이 ‘저 여자 했어, 안 했어?’라는 광고 문구를 내놓고 6년이 흐르자 전체 여성의 70%가 염색했다.

엄마와 여성을 공략하는 것은 사실 아이들을 노리기 위한 전초전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광고주의 가장 만만한 ‘먹잇감’이다. 아이들을 둘러싼 광고는 어디에나 넘친다. 미국 아이들이 TV·라디오·영화·잡지·인터넷 등 대중매체와 접하는 시간은 주당 40시간이 넘고, 매년 TV에서만 평균 4만 편의 광고를 본다. 8~18세 미국 아이들의 3분의 2, 2~7세 아이의 32%가 자기 침실에 TV를 갖고 있다. 두 살 이하의 유아들도 이 비율이 26%나 된다.

더욱 심각한 건 광고의 내용을 제대로 설명해줄 어른이 없는 상태에서 아이들끼리만 TV를 본다는 점이다. 저자는 특히 유색 인종의 비율이 높은 빈민층 어린이들을 걱정한다. 흑인과 라틴계 아이들은 중·상류층이나 백인 아이보다 TV를 많이 보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 부모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묻고 대답한다. 무엇보다, 광고를 쏟아내는 매체들로부터 아이를 분리시켜야 한다, 같이 산책하고 요리하고 운동해야 한다, 또 아이들과 광고에 대해 얘기를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는 방에서 컴퓨터를 없애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인터넷에도 아이들을 겨냥한 광고들이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또 학교·지역사회·재단·정책 입안자·성직자들이 해야 할 목록이 나열돼 있다.

반대 시각이 없는 건 아니다. 국내 최대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의 김재홍 국장은 “과감한 생략, 풍부한 색채, 다양한 상징 등 TV CF는 아이들의 미적 감각과 상상력을 키우는 최고의 교재”라고 말한다. 또 학교나 교과서를 통해 얻을 수 없는 필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변호’도 곁들인다.

물론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광고인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소비자를 호도하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경고한다. “어린이가 인격체 이전에 소비자로 취급되기 시작하면 아이의 신체적·심리적·사회적·정서적·영적 발달이 모두 위험해 진다.”

신용관기자 q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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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06-05-27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 유아 그리고 아동들을 사업대상으로 삼는 사람들이 흔히 이렇게 말들했지요.
아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우리들 사업은 망할 수 없다고요.
그러나 유래없는 출산율의 저하가 저들의 입을 싹 비벼놓았습니다.
하긴 장래식장 광고를 보게 된 것도 그리 오래 전 이야기가 아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