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2disc)
정기훈 감독, 정재영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제목만 보면 장르가 보이긴 한다. 하지만 또 달리 느껴지는 건 열정 페이어쩌고 하면서 젊은이들 노예로 부려 먹는 악덕 기업주의 신분세탁에 관한 이야기는 아닐까 그런 생각도 잠시 들었다. 물론 일견 그런 것도 없지 않다. 기자들 특히 수습기자들의 월급이 얼마쯤 될까? 쉬는 날도 없고, 죽자고 일만해 대면서, 상사들로부터 온갖 욕이란 욕은 다 처먹으면 월급도 짜면 그들의 월급이 열정 페이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그런데 그렇고 그런 코미디라고 보기엔 이 영화 어딘가 모르게 진지한 구석이 많아 보인다. 무엇보다 감독의 진지한 열정이 느껴진다. 모르긴 해도 이런 이야기 하나 뽑아내기 위해 모신문사 연예 데스크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취재했을 것이다. 감독은 그곳을 취재하면서 우리나라 연예 산업을 통해 우리 사회를 고발하고자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당연 기자의 애환을 다루려 했을 것이다. 실제로 나오진 않지만 연예인의 실명이 나오는 것을 보면 꽤 영화가 사실적여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수습인 도라희(박보영 분)가 초년생답게 좌충우돌하다가 우연히 얻어 걸린 기사 하나로 수습 딱지를 떼게 되는데, 그게 어느 남자 아이돌의 허위 성폭행 사건과 그의 연애 사건을 다룬 기사다. 이것 역시 모르긴 해도 감독이 연예 데스크를 취재하다가 실제 버려진 기사를 주워 이야기를 재구성하지 않았을까? 그도 그럴 것이 연예인이나 연예인지망생을 볼모로 잡고 연예기획사들의 횡포야 처음 듣는 이야기도 아니니 그런 이야기는 영화에서 어떻게 다뤄도 사실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건 무엇이 허위고 무엇이 진실이냐는 것인데 진실은 이해관계 때문에 가려져 있거나 버려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 영화의 설정은 신문사 연예부를 다뤘으니 연예 기획사와의 이해관계다. 정치부라면 당연 국회나 여당이나 야당과의 이해관계. 우린 그걸 가끔 유착관계로도 파악하기도 한다.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로도 보기도 하고. 그래서 기자들도 알고 있다. 대중들이 자기들을 뭐라고 부르는지. 기레기. 쓰레기 같은 가사를 쓰는 기자. 하지만 대중은 어떠한가? 그들을 그렇게 비난은 하지만 그들이 쏟아 놓는 증권가 찌라시를 너무도 잘 믿는 순진한 시민으로 파악한다. 그러니 기레기라고 손가락질 해 봐야 별로 나을 것도 없다.

 

기자들의 세계에서 추측 보도라는 게 있다는 걸 이 영화에서 처음 알았다. 그렇게 연예기획사의 허위 날조에 분개한 도라희가 그 남자 아이돌의 허위 성폭력을 입증하려면 둘 중 하나의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하나는 성폭력의 상대자를 법정에 세우거나 그렇게 추측 보도를 하는 것. 그러나 전자는 사람이 사라진 상태니 찾아 세울 방법이 없고, ‘추측 보도는 잘만 되면 성공을 보장하는 거지만 잘못되면 신문사의 명예는 물론이고, 옷을 벗을 각오가 돼 있을 때만 가능하다. 그러니 웬만치 큰 간을 갖지 않으면 그것도 할 짓은 못된다. 그러나 이제 막 정식 기자가 된 도라희 이름답게 그 일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코미디인 만큼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주진우 기자를 언급하기도 하던데 우리의 도라희가 이후에도 여자 주진우를 자처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주진우가 어느 소속 기자더라? 그를 데리고 있는 신문사는 쟤가 또 언제 무슨 사고를 칠지 늘 조마조마하고 예의주시할 것 아닌가? 그런 사람은 하나로도 족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무튼 영화는 그렇게 기레기라고 해도 우리도 최소한의 양심은 지키면서 일하고 있다는 걸 암시하긴 한다. 이 암시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느껴질지는 각자의 몫이겠지만 내가 볼 때 별 무리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 도라희의 직장 상사 하재관(정재영 분) 역시 실제로 누군가를 모델로 하지 않았을까? 열정의 대표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하지만 열 받는다고 소리나 벅벅 지르는 것이 열정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물론 신문사 데스크니 그런 설정은 가능하긴 할 것이다. 또 그런 인물이 팀 전체를 살리고 있다니 뭐라고 할 수도 없다. 그도 소리만 벅벅 지를 줄만 알지 그 나름의 애환은 있다. 좀 판에 박힌 듯한 이미지이긴 하지만 정재영은 내가 나름 애정하는 배우라 이 영화에서도 아낌없는 연기력을 보이고 있으니 더는 뭐라고 하지는 않겠다.

 

우리나라에 신문사 데스크를 다룬 영화가 있던가?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대신 90년 대 미국 신문사를 다룬 영화가 있던데 제목이 생각나질 않아 네이버 영화 사이트에 이 영화 제목을 치고 찾아 봤더니 같은 코미디 장르의 영화만 뜬다. 이 영화 진지한 사회파 영화로 만들어도 좋았을 텐데 아무래도 수익을 생각했나 보다.  

 

이 영화 괜찮은 영화긴 하다. 별 반쪽을 더 줘도 될 것 같긴 하지만 감독이 각본까지 써서 일부러 반쪽을 뺐다. 물론 제작하는 입장에서 예산은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괜히 시원찮은 작가 썼다가 피박 쓰는 것도 면하고. 하지만 우리나라 영화는 언제까지 경계없는 작업을 할 것인지 모르겠다. 물론 감독이 각본을 쓰는 것도 재주긴 하겠지만, 난 그거 반대다. 그런 의미에서 별 세 개로 한다. 실제로 전문 작가가 썼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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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23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독이 능력이 많은 건가봐요..시나리오까지 직접 쓰고 영화 연출도 직접하고..영화감독으로 연출하는 것만으로도 머리 다 빠질 지경일텐데 말이죠..ㄷㄷㄷ

stella.K 2016-10-24 18:51   좋아요 0 | URL
뭐 영화판에서는 신 아니겠습니까?
제가 저렇게 써 놓으니까 좀 강렬하고 선동적이기까지 하죠?
전 시나리오 작가가 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같은 동종업계라
작가라면 무조건 옹호하고 싶어서 말이죠.ㅋㅋ

북프리쿠키 2016-10-23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영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용두사미˝였네요ㅠ.

stella.K 2016-10-24 18:53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까?
제가 볼 땐 아주 나쁘진 않았는데...^^

페크pek0501 2016-10-29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럭키>를 재밌게 봤습니다. 유해진 출연.

stella.K 2016-10-29 16:22   좋아요 0 | URL
재밌다고 그러긴 하더군요.

언닌 역시 활기차게 사시네요.
저는 극장 가 본지가 언젠지 모르겠어요.
혼자는 웬만해서 잘 안 가지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