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문학을 통해 본 2000년대 우리들의 삶

창비·문학동네 ‘21세기 시대적 징후’ 선보여
“南과北, 男과女, 인종주의 경계 무너져
IMF이후 현실극복 환상성에 많이 기대”

지금도 문학은 시대의 거울이다. 2000년대 한국문학이 중간결산표처럼 내밀고 있는 ‘우리네 삶의 변화’와 ‘시대적 징후’는 무엇일까. 경계 허물기, 여성성의 강화, 혹은 분열증(스키조)과 무정부주의(아나키)…. 계간 창작과비평, 문학동네 여름호는 각각 21세기의 시사적 중요도를 가진 특집을 선보인다.

◆경계를 없애라

창작과비평은 기획 ‘2000년대 한국 문학이 읽은 시대적 징후’를 실었다. 평론가 한기홍씨는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가르는 결정적인 사건으로 IMF사태와 6·15 공동선언을 꼽을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한 경계 해체의 징후를 지적했다. 그는 “이주노동자가 늘어나면서 생겨나는 인종주의적 경계, 남녀 차별을 지속시키고 은폐하는 가부장제, 주류 문화와 하류 문화를 가르는 문화적 경계를 넘는 일” 또한 2000년대 문학의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이주노동자 문제를 다룬 박범신의 ‘나마스테’, 김재영의 ‘코끼리’, 한국 남자와 결혼한 조선족 여인의 비극을 그린 천운영의 ‘잘 가라, 서커스’ 등은 소재 면에서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들로 꼽힌다.

◆남성의 언어는 끝났다

황광수씨는 ‘분단과 통일’을 다룬 소설 중에서 ‘북한 사람과의 만남’을 다룬 작품이 양적으로 늘어났다며 “북한의 현실은 아직 파편적·표피적인 데 비해 체제에 대한 비판은 전보다 뚜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후명의 소설 ‘삼국유사 읽는 밤’이 대표적이다. “북한 방문단의 일원인 ‘나’는 북한주민의 삶의 모습이나 행위에서 낯섦과 이질감을 느끼거나 간간이 사회주의적 이상을 회의하는 상념에 빠져든다. ‘나’는 결국 북한을 ‘이상한 나라’로, 호텔을 ‘수용소’처럼 느끼며 ‘삼국유사’ 읽기에 빠져듦으로써 그곳의 현실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버린다.

또 2000년대 여성 시인들은 “남성의 언어로 자신이 말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평론가 김형중씨는 지적했다. ‘내 꿈은 지상 모든 꽃 모종에 껌을 씹어 붙이는 일/ 내 꿈은 세상 모든 인큐베이터에 사제폭판을 장착하는 일/ 설사 내 자궁에서 근종 덩어리 하나 자라고 있다한들…’이라는 김민정의 시는 지금까지 남성 언어가 미화했던 여성의 임신에 거부감을 나타낸다. “시적 화자는 잉태에 대해 이물감 이외에 어떠한 자부심도 느끼지 않는다”는 것.

◆비루한 현실을 환상성으로 극복

또 2000년대 우리네 삶은 사이언스픽션을 닮은 이야기 전개와 환상성에 더 많이 끌리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열차라기보다는, 공포스러울 정도의 거대한 동물이 파아, 하아, 플랫폼에 기어와 마치 구토물을 쏟아내듯 옆구리를 찢고 사람들을 토해냈다’(‘그렇습니까? 기린입니다’)라는 박민규의 문장을 예로 들 수 있다. 평론가 차미령씨는 이 작품이 실린 박민규의 소설집 ‘카스테라’에 대해 “IMF 이후 평균적인 한국인의 비루한 현실을 가장 자각적으로 소화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계간 문학동네도 특집 ‘우리 시대 새로운 인간학’에서 소설, 시, 영화, 만화 등을 통해 나타난 새로운 21세기 인간형을 규정해볼 계획이다. 장르별로 필자들이 원고를 마무리 중이다. 계간 문학과사회의 동인(同人)인 평론가 이광호씨는 “2000년대 문학은 무중력의 상상력을 보여준다. 젊은 작가들은 더 이상 국적과 영토에 집착하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헤엄친다”고 말했다.

박해현기자 hh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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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20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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