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크
웨인 왕 감독, 스톡카드 채닝 외 출연 / 무비홀릭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이 영화의 제작년도가 1995년. 그러니까 나도 20여년 전 개봉관에서 이 영화를 본 것 같다.

그땐 정말 멋모르고 봤던 것 같다. 지루한 한편의 미국 영화.

뭐 이 정도로 밖엔 설명이 더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재미없다고 욕해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영화를 보는 안목이 얕다고 나 자신을 비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이 영화는 지루한 영화였을 뿐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그렇게도 유명한 폴 오스터님께서 각본인지 각색에 참여하신 작품

이라지 않는가? 자신의 소설 <뉴욕 3부작>을 옮겼다지.

그 무렵 폴 오스터가 우리나라에 알려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일본 작가 하루키와 함께.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난 하루키는 좀 읽겠는데 폴 오스터는 읽는데 실패했다.

사람들은 알 것이다. 한번 편견을 갖게되면 좀처럼 바뀌기 어렵다는 걸.

그래서 난 늘 폴 오스터의 어떠한 책이 나와도 관심이 없었다.

올봄이었나, 우연히 그의 <내면보고서> 읽었다.

물론 그전에 그의 인터뷰집도 읽고, <작가란 무엇인가?>에 나온 역시 그의 인터뷰 내용을

읽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책을 역시 지루하게 읽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 어쩌면 폴 오스터와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꿈꾸게 만들었다.

영화에서는 감독의 연출 솜씨를 봐야지 왜 작가를 보려고 하는 것일까?

 

정말 첫 번째 봤을 땐 멋모르고 봤는데, 두번째 보니까 이 영화도 나름 꽤 괜찮은

영화라는 걸 알겠다. 미국의 독특한 서정과 낭만이 베어있다.

글쎄 미국의 서정과 낭만을 한마디로 뭐라고 얘기하면 좋을까?

오래 전, 이어령 교수는 미국의 문화를 가리켜 길의 문화라고 정의한 바 있다.

난 그가 정확하게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길의 문화는 곧 나그네의 문화이기도 한데, 영화도 보라. 소년이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고 있고,

오기의 동거녀가 오기의 담배 가게에 왔다가 사라지지 않는가.

 

거기다 하나를 더 추가하자면 허풍 또는 허세가 아니겠는가?

워낙에 역사가 그리 길지가 못하니 자꾸 영웅 신화만 양산해 내는 게 미국 아니던가.

이 영화도 그 허세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조그맣고 귀여운 허세이긴 하지만 말이다.

예를 들면, 난 그 장면이 좋았는데, 오기 렌이 13년 동안 매일 같은 거리의 풍경을 찍어

4천 장의 사진이 있다. 매일 같은 장소의 사진을 찍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겠지만,

그 4천일, 4천장의 사진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의미를 만들었다.

그 사진 안엔 소설가 친구인 폴의 죽은 아내도 찍혔다. 그것을 보고 눈물짓는 폴.

인간은 그렇게 무상하게 하루하루를 살다 죽어갈 것 같지만 그 세월 중 하나가 누군가에겐

이렇게 눈물을 짓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우스운 건 그 사신을 찍게된 동기다. 

자세한 건 여기 다 밝히진 않겠지만 중요한 건 오기의 사진기는 훔친 거라는 거다.

훔친 건 옳지 않으며 내 노력이 들어간 것이 아니니 가짜다. 그런데 그 훔치는 과정은 진짜다.

우연찮게 어느 눈먼 흑인 할머니의 하루 손자가 되어 가출해 몇 년만에 다시 돌아와

할머니의 그리움을 달래 드렸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할머니 역시 가짜 손자라는 걸 알지만 성실하게 손자 역할을 해 준 오기에게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속아 준다. 겉은 가짜지만 진심이 통하는 것이다. 

어쨌든 훔친 건 옳지 않고 가짜지만 거기에 또 진실을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담으려 했다.

난 이게 미국식 이야기의 서정이고, 힘이라고 생각한다. 

보고 있으면 지루하긴 한데 맨 마지막에 어쩔 수 없이(?) 엄지 손가락을 쳐들게 만든다.

이 별 것 아닐 것 같은 이야기에 이만한 진실을 담고 있다니!

 

난 이 영화를 다시 보는데 20년이 걸렸다.

훗날 다시 보면 어떤 느낌이 들까? 그땐 20년씩이나 안 걸릴테다.

못해도 5년안에 다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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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참 좋죠.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입니다. 영화 내용은 좀 가물가물하네요..

stella.K 2016-07-07 17:53   좋아요 0 | URL
조만간 다시 한 번 보세요.
그래야 얘기가 되죠.ㅋ

곰곰생각하는발 2016-07-07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에. 조만간 다시 한번 볼 계획입니다..

hnine 2016-07-08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그 옛날 극장에서 봤어요 혼자서.
기억이 가물거리긴 하지만 하비 키이텔인가? 그 배우가 생각나고 (다른 사람은 누가 나왔었는지 전혀 생각안나요 ㅠㅠ), Smoke 라는 제목이 연기와 동시에 허무함을 의미하는, 중의적으로 사용된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었다는 것만 떠오르네요.
폴 오스터랑 친해보려는 시도 차원에서 다시 보셨나요? 저도 친해보려고 하는데 계속 실패하는 작가가 있어요. 우리 나라 작가인데 엄청 인기있는 작가이지요.

stella.K 2016-07-08 13:31   좋아요 0 | URL
헉, 누군데요? 궁금.
그런 것 같긴 하네요. 왜 그 당시엔 뭐 이래 했던 게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 다시 보니 괜찮은 거 있잖아요.
저는 폴 오스터가 그래주길 바라고 있어요.
조만간 뉴욕 3부작을 조심스럽게 읽어줘야 할 것 같은데...ㅠ

cyrus 2016-07-07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폴 오스터의 소설(절판된 것까지 포함)을 모으는 중인데 아직 한 번도 안 읽어봤습니다. 책장 장식품 되어버렸습니다. ㅎㅎㅎ

stella.K 2016-07-08 13:34   좋아요 0 | URL
헉, 폴 오스터 안 읽어 봤나? 너 같은 독서광이...? 의외네.
영화는 봤나? 안 봤으면 봐봐. 영화는 꽤 볼만해.
폴 오스터는 가장 미국적인 작가는 아닐까 싶어.
그 전 세대는 헤밍웨이 아니겠어?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