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세상 - 대한민국 인권의 현주소를 찾아
국가인권위원회 기획, 박영희 외 지음, 김윤섭 사진 / 우리교육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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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를 그다지 즐겨보는 편이 못되서 우리나라에 대표 문학잡지 외에 어떤 잡지가 있는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인권>이란 잡지가 있다고 한다. 그것도 내가 이 책을 펼쳤을 때야 비로소 알게된 사실이었다. 이런 잡지 문외한이 또 있을까?

이 책은 바로 <인권>이란 잡지에 '길에서 만난 세상'이란 꼭지 중 17편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그 중 내가 가슴 아프게 읽었던 몇편을 꼽아 보자면,

이 책이 첫번째로 다루고 있는, '노동은 있으나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에서는 우리나라에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분명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그처럼 차이나는 근로조건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은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다를 줄은 미처 몰랐고, 이건 명백한 차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되물었다. 비정규직이란 이유만으로 그렇게 차별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업주들 그들의 심리기저엔 무엇이 작용하고 있는걸까? 하는 의문. 사회 생물학적 관점에서나 이해가 가능할까? 벼라별 생각이 다 들었다.

또한 세번째의 '어린 엄마들'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미혼모 실태에 대해서 취재한 것인데, 이들의 문제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심각하다. 상대남쪽의 부모가 절대 인정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들은 교육의 기회 조차 박탈되고 있었다. 임신 사실이 알려지면 학교 이미지가 안 좋아진다고 무조건 퇴학 당한다고 한다. 그러면 그들은 검정고시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십 대를 보는 세상의 눈, 학생인가 아닌가 '는 세상이 10대를을 학생인가 아닌가의 편협한 잣대로만 보지 그들에게도 다양한 삶이 존재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 받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고 있어 안타까웠다.

또한 '무슬림도 평화를 원한다'  지난 2004년도였나? 김선일 씨가 피살 당했을 때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아시아계 무슬림들이 한국 사람들로부터 당했던 핍박에 관해 말하고 있다. 무슬림들은 '한손엔 꾸란을 또 한손엔 총(또는 검)'이란 표어 때문에 과격무장 단체쯤으로 알고 있는데, 무슬림들 중엔 평화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그런 사람들은 무슬림에서 조차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죽이지도 않은 김선일 씨를 단지 무슬림의 과격단체가 죽였다는 이유만으로 싸잡아 못된 사람으로 매도 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아랍=이슬람교=이주 노동자=테러리스트라는 등식으로 보는 것은 아주 잘못된 사고라고 지적해 읽는 나로 하여금 뜨끔한 느낌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고충 수업, 타율 학습'은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학교 수업실태를 고등학생의 입을 빌어 얘기하고 있는데 솔직히 나는 좀 분노가 일었다. 왜 이리도 우리나라 교육은 학생 중심적이지가 못하고 천편일률적이며 아이들을 억합하고 있는 것인지. 그놈의 대학이란게 뭔지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어른들이다. 특히 교육계를 주름잡고 계신 높은 어른들. 그들의 생각이 변화되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자율을 배우지 못하고 창조성이 말살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나도 그 시절 학교 공부가 고통스러워 죽을 맛이었는데 학교를 떠나온지 20년이 훨씬 넘은 지금 조금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고 있지를 않으니, 과연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가 맞으며, OECD 가입국이 맞고, 1인당 국민소득 얼마를 자랑하는(부자로 잘 살아 본적이 없어서 일까, 얼만지도 정확히 모르겠다.) 나라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그밖에 이채로운 제목 하나가 눈에 띄는데 그것은 바로 책 거의 말미에 있는 <민족주의의 또 다른 얼굴 '일본인 처'>라는 제목이다. 이것은 특이하게도 해방 전후로 한국인과 결혼한 일본인 노파의 삶을 취재했는데 그 할머니들의 얘기가 울림이 있다.

우리는 수탈의 역사를 지나오면서 우리가 일본에게 당한 얼울함과 아품만을 생각한채 일본X은 제 배 불리며 잘 살았을 거란 환상에 젖어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제국주의 영광에 가려 힘 없는 삶을 연명한 가련한 일본 여자들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들이 젊은 시절 한국인 남편에게 어떠한 박대를 당하고 그것도 부족해 자식들에게 까지 멸시를 당했는지 그러고도 자신의 고향은 일본이 아니라 내 남편 내 자식의 나라 한국임을 당당하게 말하는 일본인 할머니들이 오히려 고맙고 연민의 정을 자아내게끔 한다.

17편 저마다 처해진 상황들은 달랐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한 목소리를 낸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이 책은 작가 출신의 박영희, 오수연, 전성태 씨가 쓴 글이다.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누가 어느 글을 몇년 몇월에 썼는지가 나와있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들어, 버스비 600원이란 단서가 글 가운데 나오는데 그때라면 4년전쯤에 씌여진 글인가 짐작만 하게 한다. 그리고 현재진행형의 문구가 눈에 띄는데 그렇다면 언제부터 였으며 지금은 어떠한 건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글 쓰는 사람에게 있어서 시제를 명확히 해 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무리 잡지의 글을 그대로 옮겼다고는 해도 편집은 필요한 것이니.

그런 것만 제외 한다면 나는 이 책은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혀져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인권의 실태에 대해서 문외한이라고 말하는 사람일수록. 나만 부당한 삶을 살고 있고, 우물안에 개구리의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일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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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3-29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까지도 소외된 사람들은 많나 봅니다..에이구....

stella.K 2006-03-29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비로그인 2006-03-29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이책이요. 인권에 관한 내용을 전혀 접한 적 없는, 이제 막 고1이 된 청소년이 소화해낼 수 있을까요???? 알려주셔요..;;

stella.K 2006-03-29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숍님, 추천을 안 하셨군요. 안 가르쳐 드릴꼬예요.ㅜ.ㅜ


하려다가...에잇, 인심 썼다!
고1 학년된 학생이 보기에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제가 리뷰에는 미처 못 썼는데요, 중간 중간에 사진도 들어가 있어요. 잘 찍었더라구요.
청소년들에게 인권교육 시켜야죠. 꼭 보라고 하세요.^^

비로그인 2006-04-01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알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해요^^
그리고... 추천은 기본이거늘... 이런 실수를... 스텔라님, 늦게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