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전에 내가 서재에 올린 글들을 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볼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고 있다.

아니 내가 이렇게 멋진 글을 썼단 말인가 하는 감탄이어서 

놀라는 거라면 얼마나 좋으랴.

 

그래도 글을 올리기 전 나름 수정해서 올린다고 올린 건데

다시 찾아 읽어보면 맞춤법과 철자가 엉망이다.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는 걸레라고 했단다.

솔직히 내가 서재에 올리는 글들은 초고가 아닌 것이 없다.

그래도 맞춤법만이라도 신경 쓴다고 했던 건데

발견하게 되면 이걸 읽으라고 올린 건가,

얼굴이 화끈거린다.

 

내가 참 하고 싶지 않은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나를 찍은 사진을 보는 것과

이렇게 내가 예전에 썼던 글을 다시 찾아 보는 일이다.

 

<타라 덩컨>이란 소설을 쓴 작가 마미코니안은,

자신이 쓴 글을 안 돌아보는 작가도 있는데 이는 작가로서 자실 행위다라고 했단다.

나는 그 글을 쓴 사람으로서 얼마나 많은 자살을 했던 걸까?

 

작가 이석원도 자신이 쓴 모든 글을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고친다고 했다.

이미 출판되어 나온 글이나 예전에 블로그에 올린 글일지라도 말이다.

 

그 사람이 작가인가 아닌가를 가늠하는 잣대는 여기서 판가름이 나는 것 같다.

고쳐 쓰기.

귀찮은 일이긴 하지만 다시 고쳐 쓰지 않고는 베길 수 없는 본능을 가졌다면

그는 이미 작가일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썼던 글을 다시 고쳐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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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2-21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끔 예전에 쓴 글을 우연히 보다가 마음에 안 들면 고치거나 내용을 삭제해요. 2010년부터 2013년까지는 제가 글을 길게 썼어요. 그때 쓴 글을 다시 읽어 보면 가관이에요. ‘이달의 당선작’ 글도 예외가 아니에요. 글이 마음에 안 들고 엉망이어도 비공개를 하거나 삭제를 한 적 없어요. 다시 읽어보면 고칠 기회가 있으니까요.

stella.K 2016-02-22 11:31   좋아요 0 | URL
ㅎㅎ 그러게 말야. 그러고도 이달의 당선작 따 먹은 거 생각하면
알라딘 뭐라고 나무라는 것도 좀 너무한 거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더라구.
근데 그건 그거고, 알라딘 이달의 당선작 운영은 확실히 문제가 많아.

글 함부로 삭제하지마. 잘 모셔두라구. 나중에 크게 써 먹을 날이
올지도 모르잖아.^^

cyrus 2016-02-22 12:38   좋아요 0 | URL
예전부터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아직까지 써먹은 기회가 한 번도 오지 않았어요. ㅎㅎㅎ

페크pek0501 2016-02-24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증상이 심해지면 글을 아예 못 쓰게 될지 몰라요. 그래서 저는 저에게 이렇게 주입해요.
대충 살자. 건강이 먼저다, 라고.
그렇게 잘못 쓴 것을 일일이 찾아 고치고 완벽을 기하려고 하면 병나요. 건강 해쳐요.

대충 살자고요...

그 대신 초고 쓸 때 아예 사전을 많이 찾아보는 걸로 합시다요... ㅋ

stella.K 2016-02-25 13:33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근데 몇년 전만해도 언니 제 글 보고
지적하셨던 거 기억하세요?
지금은 오히려 그때가 그리워져요.ㅋㅋ
그래도 무 그냥 쉬엄쉬엄 고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놀면 뭐하겠어요?ㅋ
그런데 확실히 귀찮긴 해요.ㅠ


2016-02-26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26 1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