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전에 내가 서재에 올린 글들을 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볼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고 있다.
아니 내가 이렇게 멋진 글을 썼단 말인가 하는 감탄이어서
놀라는 거라면 얼마나 좋으랴.
그래도 글을 올리기 전 나름 수정해서 올린다고 올린 건데
다시 찾아 읽어보면 맞춤법과 철자가 엉망이다.
헤밍웨이는 모든 초고는 걸레라고 했단다.
솔직히 내가 서재에 올리는 글들은 초고가 아닌 것이 없다.
그래도 맞춤법만이라도 신경 쓴다고 했던 건데
발견하게 되면 이걸 읽으라고 올린 건가,
얼굴이 화끈거린다.
내가 참 하고 싶지 않은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나를 찍은 사진을 보는 것과
이렇게 내가 예전에 썼던 글을 다시 찾아 보는 일이다.
<타라 덩컨>이란 소설을 쓴 작가 마미코니안은,
자신이 쓴 글을 안 돌아보는 작가도 있는데 이는 작가로서 자실 행위다라고 했단다.
나는 그 글을 쓴 사람으로서 얼마나 많은 자살을 했던 걸까?
작가 이석원도 자신이 쓴 모든 글을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고친다고 했다.
이미 출판되어 나온 글이나 예전에 블로그에 올린 글일지라도 말이다.
그 사람이 작가인가 아닌가를 가늠하는 잣대는 여기서 판가름이 나는 것 같다.
고쳐 쓰기.
귀찮은 일이긴 하지만 다시 고쳐 쓰지 않고는 베길 수 없는 본능을 가졌다면
그는 이미 작가일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썼던 글을 다시 고쳐 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