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곡밥에도 공식이 있습니다

내몸에 맞춰 먹는 ‘체질별 잡곡’

곧 있으면 오곡밥에 아홉가지 나물을 먹는 정월대보름(12일). 찹쌀, 차조, 검은 콩 등 갖가지 잡곡과 나물로 모처럼 ‘웰빙 밥상’을 차릴 기회다. 그런데, 잡곡도 체질에 따라 더 이롭거나 덜 이로운 것이 따로 있다. 알고 먹으면 약이지만 모르고 먹으면 독이 될 수도 있다.


◆잡곡은 무조건 좋다?

텐텐분당한의원 진혜영 원장은 많이 먹어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현대인에게는 몸에 안 좋은 음식은 피하는 ‘마이너스 건강법’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잡곡밥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 자기 체질에 맞는 잡곡을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먹으면 안되는 잡곡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시판되는 12곡, 15곡 등 너무 많은 종류의 잡곡이 섞인 것은 편리하긴 하지만, 때론 먹지 말아야 할 잡곡까지 섭취할 수 있어 문제다. 건강을 위해 잡곡밥을 짓는다면 체질에 맞는 두서너 가지만 구입해 밥에 섞는 게 좋은 방법이다.



◆검은 콩, 태음인에겐 ‘OK’ 태양인에겐 ‘NO’

사상체질로 보면 소음인에게는 찹쌀과 차조, 소양인에게는 붉은 팥, 태음인에게는 차수수와 검은콩이 좋다. 찹쌀, 차조는 성질이 따뜻하고 소화가 쉬워 속이 차고 소화 기능이 약한 소음인에게 좋지만, 열을 많이 생기게 하고 대변을 굳게 만들므로 소양인에게는 좋지 않다. 붉은 팥은 열을 내려주고 소변을 원활하게 해주므로 열이 많고 신장과 방광이 약한 소양인에게 좋은 반면, 몸이 찬 소음인에게는 좋지 않다. 수수와 검은콩은 태음인에게 모자란 발산기능을 보강해서 폐기능을 원활하게 돕는 반면, 수렴 기운을 필요로 하는 태양인에게는 권장하지 않는다.


◆아기에겐 좁쌀 좋고, 노인에겐 율무 상극

예랑한의원 정종윤 원장은 “신체 증상에 따른 잡곡 궁합도 따로 있다”고 말한다. 팥밥은 몸의 열을 식히고 부기를 내려 스트레스로 비만이 된 경우에 도움이 된다. 율무는 피로를 풀고 자양, 강장 작용을 하기 때문에 장복하면 몸을 가볍게 만들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 그러나 임신을 중단시킬 우려가 있으니 임신부에게는 금물이다. 당뇨에는 백미나 현미와 함께 콩, 팥, 보리, 조, 피, 수수, 율무 등 되도록 다양한 곡식을 섞는다.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은 현미 위주의 잡곡밥은 피한다. 노약자의 경우 잡곡 한두 가지는 넣어도 되지만, 율무는 삼간다. 소화기관이 약한 아이에게는 어금니가 난 다음 잡곡밥을 먹여도 늦지 않다. 네다섯 가지 잡곡을 섞는 것은 소화흡수율을 떨어뜨린다. 단, 좁쌀은 예외. 두뇌 발달에 좋다.


◆ 잡곡밥에는 소금 한 숟갈이 ‘감초’

웅진쿠첸㈜ 기술연구소 밥맛연구원 배기쁨씨는 “밥물을 부을 때뿐 아니라 쌀을 씻을 때 깨끗하게 정수된 물을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쌀겨 냄새가 쌀에 흡수되지 않도록 맨 처음 씻은 물은 재빨리 버리고 쌀이 비칠 정도로 헹굼물이 맑아질 때까지 비벼 씻고 헹구기를 4~5회 반복할 것. 요리연구가 이보은씨는 콩과 팥, 율무는 하룻밤 물에 불렸다가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전기밥솥보다는 압력솥이나 전기압력솥을 이용하는 것이 더 부드럽고 맛있다. 이때 천연소금을 1작은술 넣고 지으면 밥맛이 훨씬 좋아진다. 쌀보다 잡곡이 많지 않도록 쌀 한 컵에 잡곡 한 줌 정도가 좋다.


☞잡곡 이렇게 고르세요 - 콩은 ‘배꼽에 갈색선 있는 것’ 선택

●보리:식이섬유의 보고. 밀가루의 5배, 쌀의 16배다. 쌀보리는 껍질을 벗겨낸 것으로 알이 둥글며 밥을 해 놓으면 쌀처럼 희다. 늘보리는 알이 약간 길쭉한 데 늦게 익으므로 미리 삶았다가 밥을 짓는다. 차진 찰보리는 보리밥에 부드러운 맛을 더한다.

●콩:단백질과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고 해독 작용을 해 신장과 간 기능을 도와준다. 밤콩, 강낭콩, 완두콩, 서리태 등에 이어 쥐눈이콩이라 부르는 약콩이 인기. 마른 콩은 낟알이 굵고 둥근 것, 배꼽 가운데 한 일(一)자 모양의 갈색 선이 뚜렷하게 보이는 것이 좋다.

●팥:지방이 적고 곡류 중 비타민B1의 함량이 가장 많다. 팥은 낟알이 고르며, 색이 선명하고 부서진 게 없고 흰색 띠가 뚜렷한 것이 좋다. 팥은 수분 흡수가 잘 되지 않으므로 미리 1~2시간 불렸다가 따로 삶아서 사용한다.

●차조:열을 다스리고 대장을 이롭게 하며 산후회복과 당뇨, 빈혈에 좋다. 차조는 녹색에 가까운 노란색을 띤 것, 낟알이 작고 약간 납작한 것으로 크기가 일정하며 낟알의 무게가 가벼운 것을 고른다.

●차수수:수입산이 많으므로 주의. 낟알에 붉은 속껍질이 약간 남아 있는 것이 좋다. 씻을 때 세게 박박 문질러 붉은 물을 우려내야 떫은맛이 없다.

글=이덕진 여성조선기자 dukjinyi@chosun.com
사진=채승우기자 rainman@chosun.com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만두 2006-02-08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리를 빼야겠군요 ㅠ.ㅠ